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연과학이냐? 역사냐?
오늘 소개할 책은 <몸으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이란다.
최근에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재미있다고 추천들을 하셔서 아빠도 읽어보았단다.
이 책은 과학분야의 책일까?
역사분야의 책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단다.
책 제목에 세계사라고 적혀 있지만, 통사는 아니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의 유명한 역사적 업적이나 사건 사고들 중에
몸과 관련된 것들을 뽑아서 소개해주는 책이란다.
발상이 좀 독특하구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어떤 사람의 신체를 한번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생각하게 될 거야.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변했을 거라는 말은
알고들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말을 누가 했을까?
수학자 파스칼이 남긴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번역을 좀더 정확하게 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어도 세계의 형세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가 된다고 하는구나.
이 책 <몸으로 읽는 세계사>는 이렇게 클레오파트라의 코처럼
세계의 역사에 영향을 준 신체 일부분들과 역사적 인물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주는 책이란다.
책의 차례를 보면 사람의 해부도가 나와 있고,
각 신체 기관에 번호를 메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차례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캐스틴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라는 남매라고 하는구나.
성이 같길래 부부인가 했는데 부부는 아니고 남매구나.
그들의 글솜씨도 위트 있고 쉽게 잘 쓰여 있어서 읽기도 참 편했단다.
갑자기 너희들도 커서 같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상상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해 보았단다.
이 책에는 총 27개의 신체기관과 그에 얽힌 역사적 인물들이 나온단다.
각 에피소드들은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 그려진 여성의 손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앨런 셰퍼드의 방광까지 시대 순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1. 몸의 세계사
27가지를 모두 간단히 요약해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지만,
재미있고 인상 깊게 읽은 부분만 몇몇 소개해 줄게.
우리가 몇 달 전에 이집트 미라전을 다녀오고
얼마 전에 너희가 공부하는 영어책에 이집트 고대 역사가 나왔는데,
이 책에 그때 본 핫셉수트 여왕이 나와서 반가웠단다.
그럼 핫셉수트 여왕의 신체부위는 어디였냐?
놀랍게도 여자로서는 보기 드문 턱수염이라고 하는구나.
고대 이집트 그림이나 조각상에는 턱수염 없이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파라오의 그림과 조각상에는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턱수염이 꼭 있었다고 하는구나.
‘추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정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핫셉수트 여왕도 파라오에 올랐으니
자신의 힘과 권력을 표시하기 위해 그림이나 조각상에 가짜 턱수염을 그렸다고 하는구나.
핫셉수트 여왕에 대해 아주 짧게 이야기를 하자면,
파라오였던 투트모세 1세의 딸이었는데,
투트모세 1세가 죽고 나서
핫셉수트는 투트모세 1세의 아들 투트모세 2세와 결혼했단다.
그들은 이복남매였단다.
고대 그리스 이런 결혼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투트모세 2세가 무능해서
핫셉수트가 뒤에서 조정을 했다고 했어.
그런데 투트모세 2세가 일찍 죽고
투트모세의 2세의 둘째 왕비의 아들이자 핫셉수트의 조카인
투트모세 3세가 왕에 올랐는데 고작 2살이었단다.
핫셉수트는 섭정을 하다가 나중에 스스로 파라오에 오르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핫셉수트가 파라오가 있는 동안 이집트가 번성했다고 하는구나.
단지 권력욕에 파라오가 되었다면 악명 높았겠지만,
전성기를 이끌었으니 죽은 후에도 그를 칭송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
짧고 굵은 역사를 가진 티무르 제국을 이끌었던 티무르.
그가 절름발이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단다.
그렇게 넓은 땅을 정복한 사람이 절름발이였다는 반전에 놀랬단다.
자신의 그 약점 때문에 더욱 강해지겠다는 결심을 한 티무르는
결국 거대 왕국을 만드는데 성공을 했단다.
과연 그가 절름발이가 아니었어도 그런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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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400년대 초 언젠가, 사카키라는 이름의 유명한 우즈베키스탄 시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한 몸으로 계속 움직이려고 애쓰는 ‘절름발이 개미’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젊은이를 소재로 독특한 시를 썼다. 마침 시 속의 젊은이도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용맹한 전사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젊은이는 용기 있는 작은 개미에게 크게 감동한 나머지 자신도 장애를 딛고 끝까지 해내겠다고 다짐하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시 속 젊은이는 세계적으로 위대하고 악명 높은 정복자 티무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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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으로 유명한 칼뱅.
그가 변비를 앓지 않았다면
칼뱅의 종교 개혁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구나.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서 많은 시간 동안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좀 비약이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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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물론 종교개혁 운동을 펼친 이들 중에는 장 칼뱅과 울리히 츠빙글리를 비롯한 다른 핵심 창시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때가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가 탄생하기에 전반적으로 적절한 시기였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루터는 종교개혁가들 중 가장 주목받았고 분명 가장 거침없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특히 자신의 장 활동에 관련하여 격렬한 불만을 자주 쏟아냈다. 그렇다. 1517년에 그가 얻은 종교적 깨달음은 변기에 앉아 입을 삐죽이며 찡그린 채 생각에 잠긴 수많은 경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악마를 물리칠 때 종종 방귀를 뀌어 쫓아 버린다’라고 하는 등 설교, 연설, 편지에서 배설물을 언급할 때 전혀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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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바람둥이 황제였던 헨리 8세의 아내였던 앤 불린.
반역의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했는데,
심장은 따로 매장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것은 당시 귀족들이 공공연하게 했던 풍습이라고 하는구나.
교회에서는 이것을 금지했지만,
한동안 이 풍습은 암암리에 계속되었다고 하는구나.
…
영국의 왕 찰스 1세는 올리버 크롬웰의 내전을 일으켜 승리를 하고,
영국을 왕정이 아닌 의회정의 국가로 만들게 된단다.
전쟁에서 진 찰스 1세는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참수당하게 되는데,
올리버 크롬웰은 찰스 1세에게 죽기 전 연설을 하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단다.
뭐, 사형을 앞둔 이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라고 것이 일반적인 것인데,
실수라고 한 이유는 찰스 1세가 이 마지막 연설을 아주 멋지게 했다는구나.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면서 말이야.
이 연설은 나중에 그의 아들이 왕정을 복권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
스페인 왕조를 이끌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근친혼으로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계속된 근친혼으로 턱이 앞으로 쭉 나오고 심하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는구나.
그뿐 아니라 온갖 유전병으로 가문이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의 왕비로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도 합스부르크 집안이라고 하는구나.
…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젊었을 때부터 이가 안 좋았다고 하는구나.
단 것을 많이 드셨나? 이를 제대로 안 닦았나? 아님 유전 때문인가?
아무튼 젊었을 때부터 이가 다 망가져서 의치를 썼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당시 의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싸게 만들 경우는 나무로 만들기도 했지만,
동물의 이로 만들거나,
잔인하게도 노예의 이로 만들기도 했다는구나.
…
유명한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바이런 경은 선천적으로 발에 만곡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대.
만곡족은 힘줄이 짧아지는 것인데
바이런 경은 평생 그것을 숨기려고 다른 외모를 부각하려고 노력했다는구나.
초상화도 잘 그린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렸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도 자주 했다고 했다는구나.
누군가 이야기하기를
바이런 경은 신체이형증을 앓고 있다고 했어.
신체이형증이란 신체 불완전성을 곱씹는 정신 질환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신체 콤플렉스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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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2)
배역에 충실한 여느 충실한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바이런은 다이어트를 했는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설사약까지 사용했다. (그는 통통한 편이라 필사적이었다.) 한편, 그는 매우 넓고 다양한 팬층을 계속 끌어들였다. 어딘가 어두우면서도 잘 생긴, 전형적인 낭만주의 시인이었던 바이런은 예상대로 여성팬이 아주 많았는데, 이들 중 다수가 그에게 사인을 받거나 그의 머리카락 뭉치를 가지려고 안달했고 무엇보다 은밀하고 낭만적인 밀회를 원했는데…… 바이런은 이런 식의 탐닉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고, 어느 정부의 말에 따르면 ‘미치도록 알고 싶지만 알고 나면 나쁘고 끔찍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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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발명한 벨.
그의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대.
벨을 엄마를 위해 잘 들을 수 있는 기계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경험이 나중에 전화를 발명하게 된 계기인 것 같구나.
그런데 벨이 전화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그걸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는데
벨의 아내 메이블이라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사업하라고 벨을 부추겨서
벨이 크게 성공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반대 성격의 부부가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듯 같구나.
….
요리사 매리 맬런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녀가 가는 곳마다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그런데 그는 별증상이 없었어.
그래서 장티푸스의 창궐과 그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리 맬런은 무증상 장티푸스 보균자였다고 하는구나.
…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
죽기 전에 어머니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그의 후계자 스탈린은 일인 독재를 위해 레닌의 시신을 이용했단다.
방부재 처리를 해서 그의 시신을 영웅시한 것이지.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레닌이 죽기 전에 스탈린을 해임하라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
하지만 그 유서는 스탈린에 의해 사라지고…
레닌이 죽고 스탈린이 아닌 트로츠키가 정권을 잡았다면
러시아는 그 이후 어떤 역사를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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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레닌은 사망 직전에 집단 지도력을 촉구하는 스탈린을 당서기장에서 해임할 것을 권고하는 유서를 썼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들, 그중에서도 스탈린은 이를 감추었다. 스탈린은 주로 여론 조작용 재판과 처형을 통해 레닌 사후에 집단 지도부를 구성한 사람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사진을 조작하고 초창기 볼셰비키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잘못된 사실을) 강조하는 영웅적인 그림을 새로 그리게 하여, 대중이 머릿속에서 그와 고인이 된 존경받는 지도자를 서로 연관 짓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죽어가던 레닌이 어머니 곁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는데도 그 뒤를 이어 곧 독재자가 된 스탈린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레닌을 숭배하게 만드는 것은 스탈린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스탈린에게 필요한 것은 그 숭배가 지속되도록 레닌을 부활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좀처럼 제기된 적이 없는 정치적 의문이 제기되었다. 죽은 지도자의 피부를 어떻게 살아 있는 사람처럼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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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인슈타인이 천재였던 이유를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겠지.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죽고 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빼돌린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병리학자였던 하비라는 사람인데,
아인슈타인의 뇌가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고 했어.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조각 내어 다른 과학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는구나.
하지만 당시에는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특이한 점을 밝혀내지 못했대.
그랬다가 비교적 최근에 와서 아인슈타인이 뇌가 일반인과 다른 점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아인슈타인의 뇌를 추적한 책
<아인슈타인의 뇌를 찾아서>라는 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구나.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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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를 통해 천재성의 기원이 밝혀졌을까?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연구자들은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생각한다. 1999년 맥매스터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보다 작았지만 두정엽 같은 특정 부분은 평균보다 컸고 더 많이 발달해 있었다. 그 후 10년 넘게 지난 뒤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연구진은 그의 뇌가 신경세포 대비 신경교세포 비율이 높았고 모든 신경교세포끼리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쉽게 설명하자면, 아인슈타인은 인지 능력이 높아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쉽게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추측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뇌구조가 지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는 여정에서 시작점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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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야기해준 에피소드들도
너무 짤막하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를지도 모르겠구나.
아무래도 너희들이 좀더 커서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유명한 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의 끝 문장: 비록 그것이 보잘것없는 방광일지라도.
책제목 : 몸으로 읽는 세계사
지은이 : 캐스틴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
옮긴이 : 박지선
펴낸곳 : 다산초당
페이지 : 376 page
책무게 : 490 g
펴낸날 : 2023년 01월 13일
책정가 : 19,800원
읽은날 : 2023.04.07~2023.04.08
글쓴날 : 202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