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사망을 알리는 북한의 발표문 문장이야 말로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나에게는 그의 죽음에 대한 놀라움과는 다른 성격의 놀라움이었다. 김정일의 이름 앞뒤에 붙은 수식(修飾)-서술 문장 모두 우리 한글로는 더 이상의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현란한 수사(修辭)의 나열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문장들은, 거꾸로 북한의 지배세력이 역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모독하고 인민들을 어떻게 속여 왔는가에 대한 예증(例證)으로서도 읽을 수 있게 된다.
먼저 살펴 볼 것은 ‘김정일 지도자 동지’ 앞에 붙는 수식문장의 분량과 어휘들이다. 전체 길이는 대략 19매(200자 원고지 기준)인데 그 수식문장만 3.5매 정도다 (naver의 문서통계 검색). 사망 발표문 서두부분에서 김정일 앞에 붙은 수식문장은 이렇다. “주체혁명위업의 계승완성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쳐 오시였으며 사회주의 조국의 강성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나라의 통일과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불철주야 정력적으로 활동하시던 우리의 위대한...”이다.
김정일 동지를 주어로 시작하는 서술문은 더욱 기가 막힌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위인이 지닐 수 있는 품격과 자질을 최상의 높이에서 완벽하게 체현하시고 심오한 사상리론과 비범한 령도로 혁명과 건설을 백전백승의 한길로 이끌어 오신...”(중략). 허위와 기만과 날조의 구절이 계속해서 숨 가쁘게 이어지다가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였다”로 한 문장이 끝난다.
자~. 이 사망 발표문을 읽고 나서 우선 예단(豫斷) 할 수 있는 것은 종북 세력들의 향후 행보다. 그들은 발표문의 현란한 수사를 김씨 세습 왕조의 정통성 근거로 선전하기 위한 교범으로 삼을 것이다.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종북 사이트는 이 사망 발표문을 텍스트로 해서 더 활기차게 반(反)대한민국을 획책하는 언어의 성찬을 펼칠 게 뻔하다. 그러니 이제 확실하게 해 둘 것이 있다. 이제부터는 애국세력도 사실과 진실의 언어로서 그들과 치열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일생은 출생지와 이름부터 날조의 기록으로 출발한다. 더구나 1974년에 32세의 그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무려 37년 동안 자행한 범죄의 목록은 그것을 새삼 열거하는 것이 부질없을 만큼 명명백백한 사실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김정일 이라는 이름 앞에 붙일 수식문장을 정리해 봄직하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역사의 진실을 새롭게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역사와 민족 앞에 수많은 죄업(罪業)을 쌓은 패악과 패륜의 인간”. 물론 이 정도로는 김정일을 수식하는 문장으로서 아무래도 미흡함으로 간략하나마 서술문을 부연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은 6∙25 남침으로 300여 만의 인명을 희생시킨 김일성의 장남으로 집권 후에 300만의 인민을 아사토록 했고 아웅산∙ KAL기 폭파 등 여러 번의 테러는 물론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등 잇다른 도발행위로 대한민국 장병 등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켰으며 두 번에 걸친 남한의 좌파 정권으로 부터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챙겨 개발한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다.”
설명은 이어진다.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 죽게 될 지경에 빠질 정도로 경제가 파탄되고 20여만 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짐승만도 못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은 주석궁과 별장에서 산해진미를 포식하며 기쁨조와 반(反)인륜적 쾌락에 탐닉하고 마약거래와 위폐로 왕조 일가의 사복(私腹)을 채워 왔다.”
그렇다. 그의 죽음은 단죄(斷罪)기회의 소멸이라는 점에서는 참으로 아쉽다. 그런 김정일의 장례식이 며칠 앞이다. 그날에도 현란한 수사가 조사(弔辭)라는 이름으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다시 허위와 기만과 날조로 채워질 조사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시신이 안장되는 순간부터 김씨 3대 세습 왕조는 서서히, 아니 예상보다 빠르게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 예감이자 바람이다. 28세 애송이가 2400만 인민을 통치한다? 웃기지 말라고 해라. 전문가들의 이런 저런 분석과 전망에 관계없이 우리가 굳게 믿어야 할 것은, 역사가 언제까지나 그렇게 호락호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첫댓글 그렇습니다 !
2500만 북한 동포들도 하루 빨리 저 지옥같은 질곡에서 벗어나 우리와 같은 자유의 몸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방해하는 어떠한 사악한 세력들도 역사의 이름으로 반드시 척결하고 엄단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산주의도 아니고 눈가리고 아옹하는 洗腦政治(Brain Wash Regime)가 가장 효과적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북녘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