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정선거와 사퇴 문제로 통합진보당이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생소했던 국회의원 당선자와 후보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를 며칠째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무리들의 추악한 비리와 범죄 행위들도 모두 통합진보당의 높은 인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 일가의 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도, 새누리당의 파렴치한 국회의원들도, 민주통합당의 권력 담합도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소름 끼치고, 추악하고, 파렴치하고, 끔찍하고, 참담하고…" 진보 언론에게도 돌팔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고통스런 영화가 언제쯤 막을 내릴 지 알 수 없는 '잔인한 5월'입니다.
통합진보당에서 피어오른 '잔인한 5월'
가장 끔찍한 것은 이 광풍이 민생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재벌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저항의 현장을 덮어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럼비를 살려달라는 문정현 신부님과 제주도에서 들려오는 절규도,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한미FTA와 광우병 쇠고기를 막기 위한 어린 벗들의 촛불의 노래도, MBC를 비롯한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을 위한 외침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밤 쌍용차 2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한문 분향소에서 여러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물세 번째 죽음은 기필코 막겠다며 상복을 입고 싸우는 쌍용차 노동자, 1600일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천막과 거리에서 보내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깊은 절망의 한숨이 쏟아졌습니다.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 분향소를 말없이 지켜주는 이들의 연대의 마음과,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도 "따뜻한 음료 드세요"라며 검은 봉지를 건네고 얼른 뛰어가는 한 청년의 해맑은 웃음이 그나마 노동자들의 처참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민생을 집어삼키는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광풍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라는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며 김재연 씨가 "공명정대한 과정을 거쳐 선출된 저는 합법적이고 당당하다"고 밝힌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권파의 실세라 불리는 이석기 씨도 "아무리 가혹한 여론의 압박이 있다고 한들, 저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소중한 사랑과 진실한 믿음을 훼손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당원 총투표를 요구하는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금속노조 한 조합원은 "그런데 김재연이 누구야?"라고 물었습니다. "김재연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정당투표 10%의 표는 듣도 보도 못한 김재연이란 인물에게 보내는 지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라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말처럼 많은 노동자들은 이석기, 김재연을 알지 못합니다.
이명박 정권 5년, 촛불항쟁을 시작으로 2009년 용산철거민과 쌍용차 살인진압 투쟁, 2010년 기륭전자, 동희오토, 현대차, 한국지엠 비정규직 투쟁, 2011년 대학청소노동자 투쟁과 희망버스 투쟁에서 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