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석님의 '바른말 지킴이 성우 이종구형이 들으면...'
우리말 지킴이 성우 이종구형이 떠오르던 콘텐츠 지원 심사장
<콘텐츠 제작지원 작품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시대가 참 변한 것 같았다. 그런데 100여 편 가까운 지원 신청작 중 약 1/3은 제목이 모두 외국어였다. <**의 스토리 타임> < What a nice trip> <컬러 볼 페스티벌> < 비쥬얼 싱킹 영상> < 시그널 라이트> <사랑 ASMR> <메이커 냥> <마이너리티 OPAL> <돌핀 맨> 등..... 하긴 현재 방송되는 방송사 프로그램 제목이나 영화제목도 외국어가 그렇게 많으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OPAL, 즉 Old people with active life, 활발하게 활동하며 사는 노인을 뜻하는 OPAL 정도는 아주 쉬운 말이다. 이런 프로그램도 있다<사랑 ASMR>,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우리말로 해석해도 알기 어려운 말이 프로그램 제목에서 나온다. 무슨 말인지 심사위원들도 무식이 탄로 날까 눈치만 살핀다. 이게 무슨 뜻이고 무엇을 표현하려는 프로그램인가. 더 알아보자.. <우리들의 MEME>. 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인터넷 시대의 문화정보의 형태로 짤, 짤방, 동영상 짤을 말하는 움짤 같은 것이다. 물론 짤이 무엇인지 모르면 설명도 어렵다. 신문에도 자주 나오는 이말, 그래도 신문에는 친절한 용어설명이라도 있다. 또 OTT가 나오길래 ‘이 거야 나도 잘알지’ - 방송이 아닌 스마트폰, PC등으로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Over-The-Top의 약어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시사상식 책에서나 나오는 뜻이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괴한 젊은이들의 생활 양식“ 등을 말한다나. 또 Dog walker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개들을 주인 대신 산책시켜 주는 직업이라나... 재작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한 고등학생의 제1저자 의학 논문제목이 생각난다.
<출산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IE)에서 혈관대비 산화질소 합병효소 유전자의 다양성> 그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발표된 논문제목이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이다. 아마 제1저자인 그 학생도 제목의 뜻이나 알까.
우리말 지킴이 성우 이종구형이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들이 바로 우리 곁에서 이렇게 일어나고 있다. 70년대 말의 일이다. 당시 문화공보부 모 장관이 방송에서 외국어 사용이 과다하다고 외국어 사용을 절대 금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도 외국어 이름이면 절대 출연불가라 하여 많은 연예인들이 이름을 바꾸었다, 가히 현대판 단발령 같았다. <패티 김>이 <김혜자>로 바꾼 것은 양반이고 가수 <바니 걸스>는 <토끼 소녀>로, 어니언스는 <양파들>로, 또 <체리보이>는 <앵두소년>등으로 이름을 바꿔 방송에 노래가 나오고 TV에 출연도 할수 있었다. 또 프로그램명에서도 살롱, 데스크, 로타리, 콘서트, 콘테스트 등도 모두 없앴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캠페인>이란 말이었다. 대체할 말을 찾는 회의가 연일 열렸다. 논란 끝에 <KBS캠페인>을 <KBS 새운동>으로 바꿨다. 그러나 당시 제1라디오로 방송되던 <국민체조>시간 제목 같다는 지적과 함께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해 아예 <KBS캠페인>이란 프로를 없애 버린 적도 있었다. <켐페인>이란 세계 공통어까지 외국어라고 사용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는데...
ASMR, MEME, OTT, Dog Walker등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런 단어들, 그렇다고 심사에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면 더 웃기는 꼴이 될 것이고....
심사장을 나오면서 <우리 말, 우리 글>이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긴 영화 제목도 사전을 뒤져봐야 뜻을 아는게 있는 내가 국제화시대에 처진 것이겠지.... 나도 젊어서는 안 그랬는데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조원석 ( 전 KBS 라디오본부장, 한서대 교수)
우리말글을 훼손시키는 국립국어원의 현주소!
우선 저의 바른말 지킴이 일을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조원석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적해주신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를 일본식으로 표기하고 발음하게 만들어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제일 못한다는 치욕을 받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어순화라는 명목하에 자장면, 불법, 효과, 며칠(짜장면, 불뻡, 효꽈, 몇일)이 표준어라고 하더니 급기야 1988년에 한글맞춤법을 개정하면서 ‘다만’규정과 ‘예외’규정을 만들어 우리말글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엮어 이번에 ‘말, 바른말이 힘이다’를 발간하게 됐는데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관형사형 ‘-(으)ㄹ‘ 뒤에 연결되는 ‘ㄱ, ㄷ, ㅂ, ㅅ, 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다만, 끊어서 말할 적에는 예사소리로 발음한다.”라고 하여 글자대로 발음하게 만들었고 글자대로 발음이 안되는 것은 글자를 바꾸었다. 몇일-며칠, 삯월세-사글세, 됐읍니다-됐습니다.
2.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말들은 ‘ㄴ‘ 음을 첨가하여 발음하되, 표기대로 발음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ㄴ’ 덧나기를 없앴고, 환뉼-화뉼. 선뉼-서뉼, 음뉼-으뮬, 금늉-그뮹, 장념-장염, 동녕상-동영상, 또한 사람 이름까지도 정동녕-정동영, 윤성녈-윤서결, 김년아-기며나로 발음하게 만들었다.
3. “‘생각하건대’에서 지금까지, 또는 표준발음법상 ‘ㅎ‘이 생략되면 ‘생각컨대’로 발음해 왔는데 이는 틀린 발음이다. ‘생각건대’로 발음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어서, “생각카고-생가가고, 어떡캐-어떠개, 답땁파고-답따바고, 따뜻타고-따드다고로 발음하는데 그럼 삼각켱도 삼가경?
4. “‘의‘는 [ㅢ]로 소리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첫음절에서는 늘 [ㅢ]로 소리 내고, 첫음절 이외의 ‘의‘는 [ㅣ]로 소리내는 것도 허용하며, 조사로 쓰인 ‘의‘는 [ㅔ]로 소리 내는 것을 허용한다. 다만 단어의 첫음절 이외의 ‘의’는 [ㅣ]로, 조사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라고 했는데, 그러나 의사를 으사 의원을 으원으로 발음해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의의’의 발음을 8가지로 만든 것은 절대로 잘못 된 것이다. 바른말은 ‘민주주이에 의이’다.
5. “다만 ‘예, 례‘ 이외의 ‘ㅖ’는 [ㅔ]로도 발음한다. 계집[계ː집/게ː집] 시계[시계/시게](時計) 로 발음하게 만들었다. 요즘 계가를 개가로 하는데 언젠가는 계집을 개집으로 하지 않을까?
6.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라고 해 놓고 수양, 수염소, 수쥐는 숫양, 숫염소, 숫쥐가 표준어라고 하는데 모두 ’숫‘으로 통일해야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7.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말은 곧 된소리로 발음이 되지만 쓰기는 예사소리로 쓴다는 것이므로 읽을 때는 된소리로 발음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대로 쓰고 표기대로 발음하라”고 하면서 글자대로 발음하게 만들고 있다. 쎄미나-세미나, 싸인-사인.
이외에도 뱅녈따선명을 백:열다선명, 안깐힘을 안간힘, 돈까방을 돈:가방, 납꼴땅을 납꼴:당, 문뜩문뜩을 문득문득, 봄빠다를 봄:바다, 재산쎄를 재산세, 일괄쩍을 일괄적, 술쭈정을 술주정으로 발음하게 하고, 죄값을 죗값, 등교길을 등굣길로 표기하여 우리말글을 엉망으로 만들고, 급기야 자기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금년부터 말본(문법)과목을 대입수능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만든 국립국어원은 해체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말글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종구(성우. 연기자. 바른말 지킴이)
첫댓글 우리말을 이렇게 지켜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