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맞이하는데도 항상 설레는 계절, 봄. 혀 끝으로도 그 생명력을 느끼고 싶은 맘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도 제철 재료를 찾게 된다. 기온이 따스해지니 시장에도 마트에도 초록이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미나리는 봄향을 가장 많이 품은 채소라 할 수 있겠다. 미나리는 사실 파종 시기를 제외하고는 연중 내내 생산되지만, 싱그러운 맛과 향을 느끼기엔 이른 봄이 제일이다.
나는 봄이 되면 미나리부터 찾는다.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 미나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미나리 농장에 가면 미나리 전과 미나리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코를 간지럽히는 바람에 봄기운이 묻어나면 연례행사처럼 미나리 요리를 먹으러 간다. 이 아삭한 채소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오감으로 봄을 체험한다.
미나리는 다양한 영양소가 가득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며, 특히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겨울 동안 몸에 쌓아둔 때를 벗겨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미나리 손질법은 간단하다. 미나리는 흙 같은 불순물이 다른 채소에 비해 비교적 적다. 흐르는 물에 살살 씻은 후, 거머리 등을 제거하기 위해 식초를 조금 탄 물에 20분 정도 담가 둔다. 식초에 담갔던 미나리를 깨끗한 물에 씻어서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하면 된다.
싱그러운 잎사귀들, 텅 빈 줄기를 자를 때 나는 서걱서걱 소리, 보랏빛이 감도는 적갈색에서 연푸른 빛으로의 그라데이션. 요리하는 사람의 기분을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것들.
예쁘고 향긋하고 손질도 간단한 미나리로 해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요리를 소개한다.
미나리 장아찌
미나리나물
미나리전
미나리 페스토 / 미나리 페스토 크림 파스타
미나리 장아찌
미나리의 굵은 줄기 부분을 깨끗이 씻은 후,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한다.
간장 : 설탕 : 식초 : 물을 1 : 1 : 1 : 1의 비율로 계량한 후, 팔팔 끓인다.
유리병을 소독하여 미나리를 담고 한 김 식힌 절임물을 부어준다.
나무젓가락을 교차시켜 병에 넣어서 미나리가 떠오르지 않게 눌러준다.
절임물이 식을 때까지 실온에 두다가 냉장 보관한다.
하루 뒤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고기 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나는 청양고추 몇 개도 함께 넣어 절였는데, 이렇게 하면 미나리 향 끝에 은은한 매운맛이 감돈다.
미나리나물
미나리의 부드러운 줄기와 잎 부분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구고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대파 흰 부분 다진 것 조금, 다진 마늘 조금, 소금, 참기름 약간을 넣고 무친다.
참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미나리의 향을 죽이므로 아주 조금만 넣는다.
아삭한 식감. 미나리 향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반찬.
미나리전
미나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청양고추는 얇게 어슷썰기 한다.
썰어둔 미나리에 부침가루와 전분 한 숟갈, 물을 넣고 섞는다. 반죽이 미나리에 살짝 묻는 정도로만 가볍게 한다.
잘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미나리 반죽을 펼친다. 팬을 잘 달구고 기름을 넉넉히 둘러야 바삭한 전이 된다.
뒤집개로 꾹꾹 눌러주고, 뒤집어서 다시 한번 꾹꾹 눌러 공기를 빼준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지면 완성!
겉 부분은 바삭하고 미나리의 식감은 살아있다. 간장과 식초를 섞은 양념장에 살짝 콕 찍어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미나리전은 간식이나 술안주로도, 야식으로도 그만이다. 기분 좋은 미나리의 향기가 입안을 감돌다가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쑥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미나리전은 찢어 먹는 것보다 가위로 잘라서 먹는 편이 더 좋다. 이래야 미나리의 뽀드득한 식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미나리 페스토
미나리 150g (나는 전을 굽고 남은 줄기 부분을 썼다.)
잣 한 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컵,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100g, 마늘 5~6톨, 소금, 후추
나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썼지만, 그라나 파다노 같은 다른 경질 치즈나 파마산 치즈 가루를 쓰면 된다.
기름 없는 팬에 잣을 살짝 볶아 고소한 향을 낸다.
치즈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넣고 블렌더로 갈아준다.
치즈를 갈아 넣어 잘 섞으면 완성.
완성된 페스토. 미나리의 연한 빛깔 그대로 페스토 역시 여린 연두색이다. 미나리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빵에 발라 먹어도 좋고, 파스타 면과 섞어 페스토 파스타를 해 먹어도 좋다. 리조또에 한 숟갈 넣으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페스토는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올리브유를 살짝 부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다음 냉장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다. 더 오래 두고 먹을 예정이라면 냉동 보관한다.
미나리 페스토 알프레도 소스
미나리 페스토가 들어간 향긋한 크림 소스
팬에 동량의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약불에 3분 정도 볶아 화이트 루를 만든다.
우유를 부어 루를 잘 풀어준 다음, 끓어오르면 치즈를 조금 갈아 넣는다.
소스가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한 김 식힌 후 미나리 페스토를 넣어 잘 섞는다.
루(Roux)
서양요리에서 소스나 수프를 걸쭉하게 하기 위해 동량의 밀가루와 버터를 볶은 것.
좋아하는 재료와 파스타를 사용한다. 새우를 노릇하게 굽고, 페투치니 면을 삶아 알프레드 소스와 섞어주었다.
미나리 페스토 알프레도 소스의 페투치니 완성된 파스타. 진한 크림 소스에 미나리 향이 스며있는데, 새우와도 잘 어울린다. 미나리는 육류와도 궁합이 잘 맞는 채소이기 때문에 새우 대신 육류를 사용해도 좋다. 물론 깔끔하게 면만 버무려도 맛있다!
미나리의 여린 잎을 듬뿍 얹어 먹으면 미나리 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고소한 크림과 신선한 미나리가 어우러져서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식감에 또 다른 재미까지 부여한다.
연푸른 봄채소 미나리의 화려하고 무한한 변신을 만나봤다. 생식도 맛있고, 다양한 요리로 즐겨도 맛있는 미나리. 봄이라 더욱 맛있는 미나리로 식탁에 푸르름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