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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화) 한동훈-이재명 첫 회담… 팽팽한 기싸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공식회담을 통해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쟁점 민생 법안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 없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는 수준의 논의에 그쳤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담 종료 뒤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민생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운영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종합 검토 △의료사태 관련 추석 응급의료체계 구축 △반도체, AI, 국가기반전력망 확충 △가계,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육아휴직 확대 입법과제 추진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강화 △정당정치 활성화 위한 지구당제 도입 협의 등 8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 '금투세 폐지' 결론 못 내
모두발언에서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낸 금투세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한동훈 대표는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금투세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의미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이 비정상인데, 금투세를 지금 적용하면 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교정하자는 차원이지 금투세 폐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비정상은 그 자체를 교체해야지, 비정상의 비정상 대안을 만들어 정상 비슷한 상황을 만들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최소한 내년도 시행은 유예하자고 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그 부분은 조금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까지 논의하자는 내용을 발표문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구조적인 개혁 조치들이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우리가 희망하는 것처럼 자본시장 활성화라든지 국민이 주식투자를 통해서 자산을 증대하는 문제들이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정리를 한 것"이라고 했다.
◆ 李 "제3자 추천 특검법 결단"… 韓 "25만원 지원법 현금 살포"
한동훈 대표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공약한 것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압박했다.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조건을 붙였는데 증거조작도 특검하자고 한다"라며 "하시죠, 저희가 수용하겠다. 입장이 난처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결단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고 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허심탄회하게 대화했지만 아쉽게도 서로 합의에 이르진 못했고 입장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 당의 입장을 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 논의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여전했다.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대책이라고 한다"며 "획일적 복지가 아니라 필요가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게 국민희힘 생각"이라고 강조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현금지원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특정 기간 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소멸성 지역화폐, 즉 소비쿠폰으로 이는 소비 진작책"이라고 강조했다.
합의문에 당초 공식 의제에서 빠진 의료개혁 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점은 특징적이다. 양측은 추석 이후 의료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양당 대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라며 "또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은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정치개혁 현안을 놓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며 "민주당도 재판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의 특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도 같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 국가로 흘러갈 위험이 매우 높다"며 "법 앞에 형식적으로 평등할지는 몰라도 검찰 앞에서는 매우 불평등하다. 정치개혁이 형평성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실 "민생 패스트트랙 국회 돼야"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공식회담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대표 간 공식회담도 2013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이후 11년 만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번 회담에 대해 "민생 공통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의 틀을 만들어서 진행하기로 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결과"라며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민생과 경제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당 대표가 오랜 만에 만나서 논의를 한 자리인 만큼 오늘 모든 자리에서 다 합의를 할 수는 없다는 이해도 있었다. 자주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종료 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 대표 회담을 환영한다"며 "대통령께서 누차 밝혔듯 이번 회담이 국회 정상회의 계기라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는 양당 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민생정치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에 대한 민생 패스트트랙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역대 대통령 6번째 검찰 소환 임박… ‘뇌물수수 피의자’
‘항공사 특혜 채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변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함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6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월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8월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영장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혐의는 뇌물수수 등이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검찰에 고발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은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서 씨의 타이이스타젯 임원 취업과의 ‘대가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이상직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넉 달 후인 7월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취업했다.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서 씨는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전무이사로 근무했다. 서 씨 가족들도 태국으로 이주했다. 타이이스타젯 박석호 대표는 검찰에서 “이상직 전 의원이 직접 프로필을 주며 서 씨 채용을 지시했고 서 씨에게 월급 800만원과 매월 콘도 렌트비 350만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이 서 씨에게 준 월급과 주거비 등 2억원가량을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후 일정한 수입원이 없던 딸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해 오다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직한 뒤부터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딸 다혜 씨 가족에게 금전적으로 지원한 규모 등을 확인하고자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금융 계좌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사건명 역시 ‘항공사 특혜 채용 및 전직 대통령 자녀 해외 이주 지원 사건’으로 이름을 붙였다. 현재 검찰 수사 범위는 정부 기관과 전 청와대 인사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조현옥 전 인사수석, 최수규 전 중기부 차관,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가 마무리되려면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친문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1일 자신의 SNS에 “칠순 노모를 찾아가 겁박하는 검찰이 정상인가. 대통령의 손자라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아이패드를 압수하는 게 상식인가. 대통령 딸과 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계좌추적을 하는 게 공정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전주지검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손자의 교육용 태블릿은 처음부터 압수를 한 적이 없다”며 “지난 1월 서씨 주거지 압수과정에서 다혜 씨 이메일 등이 저장돼 사건 관련성이 인정된 태블릿만 충분한 설명 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압수했고, 변호사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이의신청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방적인 음해성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더 이상 사실에 기초하지 아니한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돌로 차린 수라상과 제사상… 순천 세계수석박물관
"대박, 진짜 음식인 줄 알았어요. 집어 먹을 참이었습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세상에, 이게 다 돌이라고요? 돌로 진수성찬을 차렸다고요?" "와! 정말 잘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었지?" "만든 거 아니라는데요. 자연산 돌이라고 합니다." "정말요? 이게 진짜 돌이라고요?" 돌로 차린 수라상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이다. 누구라도, 하나같이 감탄사를 토해낸다. 벌어진 입도 다물 줄 모른다. 뒤이어 들어온 관람객도 탄성을 지른다.
전시된 수라상을 쳐다보는 눈매가 더욱 빛난다. 인공의 흔적을 하나라도 찾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자연산이라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하긴, 나부터도 믿기지 않았다. 평상만큼 큰 상에 갖가지 음식이 다 차려져 있다. 산해진미가 다 모인 것 같다. 후식으로 먹을 포도도 놓여있다. 진짜 포도 같다. 수라상 옆에 따로 전시된 소갈비와 돼지고기 삼겹살 덩어리도 돌이란다.
"이건, 대통령실 수석들이 먹는 고기인가요?" "하하,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국내산은 아닙니다. 중국산입니다." "외국 돌이 많은가요?" "국내산과 외국산이 섞여 있어요. 화려하면서도 큰 돌이 주로 외국산입니다." 박병선 관장과 주고받은 말이다. 순천 세계수석박물관이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박물관은 12개 주제별 수석전시관과 3개 성(性) 예술 특별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10만㎡(3만여 평) 남짓. 전시된 수석은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8000여 점 가운데 4분의 1 가량 된다.
수석은 하나같이 진귀하면서도 오묘한 삼라만상을 품고 있다. 태극기, 무궁화, 한반도 모양 작품도 있다. 사군자, 아라비아숫자, 하늘을 나는 새 등이 새겨진 돌도 있다.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과 맥아더 등을 닮은 수석도 흥미를 더한다. 야외에도 조각작품 300여 점이 설치돼 있다. 호랑이, 코끼리 조각상이 있는 동물조각정원을 비롯 12지신 정원, 쥬라기 정원, 비너스 정원이 설치됐다. 수목 정원, 민속마을 정원, 성예술 정원, 폭포 정원, 호수 정원, 미래 정원도 있다. 나무도 우거져 숲을 이룬다.
박물관은 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에 자리하고 있다. 포라이즌CC(옛 승주골프장) 가는 길목이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생태공원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도 매한가지다. 수석박물관을 꾸민 주인공은 박병선(75) 관장이다. 박병선 관장은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2002년 순천시청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순천시의원도 지냈다. 박물관 건립은 공무원을 그만둔 20여 년 전부터 구상했다.
수석을 모으기 시작한 건 50년 다 됐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 남한강변에서 돌 하나 주운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모았고, 구입도 많이 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모으고, 샀습니다. 외국에서도 많이 샀어요. 수석을 살 돈은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석 산지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도 많이 드나들었어요. 미쳤죠. 미쳐서 살았습니다." 박병선 관장의 말이다.
주변에선 '연구대상'이라며 핀잔 겸 격려도 했다. 하지만 "'미쳤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게 박병선 관장의 말이다. 작품을 구입하느라 물려받은 재산도, 개발부지 편입에 따른 토지 보상금도 다 썼다. "수석은 형(形)과 질(質), 색(色)이 좋아야 합니다. 삼라만상의 어떤 모양을 닮았는지, 그 형태가 가장 중요합니다. 질감은 단단하고 견고해야죠. 색감은 밝음과 어두움, 짙고 연함에 따른 느낌이 확실해야 합니다." 박병선 관장이 밝힌 좋은 수석의 3요소다.
박물관에 전시된 수석은 대체로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문양을 하고 있다. 은은한 동양화 같은 느낌의 돌도 있고, 화려한 수채화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화가가 돌에다 그림이라도 그린 것 같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더 신비롭다. "정말 이쁘지요? 이쁘기만 한가요? 한결같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없어요. 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이 없습니다. 항상 묵직하죠. 언제라도 변함없이, 그게 매력이에요." 박병선 관장의 수석 예찬이다.
전시 작품은 각양각색이다. 일반적인 수석에서부터 수만 년 된 종유석도 있다. 종유석은 중국 동굴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구할 수도 없다. 외부 반출이 금지된 탓이다. 성인에만 개방되는 '19금' 수석도 300여 점에 이른다. "중간에, 팔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안 팔았어요. 박물관 지으려고. 다른 도시에서 지원하겠다면서 박물관 건립을 제안했지만, 거절했어요. 내 고향에다, 이렇게 내 손으로 박물관 만들려고요." 박병선 관장이 활짝 웃는다. 그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면서 으스대는 것 같다.
"말이 박물관이지, 아무라도 와서 편히 쉬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쉬면서 수석도 감상하고, 조각작품과 조경수도 보고요. 제가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 박물관 하나 반듯하게 만들어서, 우리 지역의 자랑으로 키우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큰 수석처럼 묵직한 박병선 관장의 바람이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나오면서도 경외감이 다시 한번 든다. 가족과, 지인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수석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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