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 수업
박성우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풍물을 배운다
작년 늦가을부터 마을회관에 모여
가락을 익히기 시작했는데
지난 정월대보름에는 지신밟기를 하기도 했다
장단이 좀 맞지 않으면 어떤가
당산 할머니께 문안 인사드리고는
집집을 돌며 잡귀를 쫓고 복 빌었다
주인 주인 문여소 나그네 손님 드가요,
골목골목을 돌다가 막걸리로 목 축였다
정월대보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매주 목요일에 모여 풍물을 쳤다
갱갱 개개갱 갱갱 개개갱,
상쇠인 전 이장님이 나오지 않은 날에는
부쇠인 내가 얼떨결에 상쇠가 되어야 했는데
여간 진땀 나는 일이 아니었다
시인 양반 나 좀 봅시다,
하루는 북을 치시는 팽나무집 할머니가
풍물 수업을 마치자마자 나를 불렀다
뭐가 잘 못 되었나?
할머니는 밑단이 터졌다면서
겉옷을 벗어달라 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히 수선해오셨다
마음 씀씀이를 덤으로 배워가기 좋은
오월 첫째 주 맑은 오후였다
---애지 가을호에서
* 박성우(朴城佑)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음.
연락처 : 010-3678-6091
이메일주소 : ppp337@hanmail.net
주소 : 56126 전북 정읍시 산내면 수침동길 13 <빨강우체통집>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박성우의 풍물 수업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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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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