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이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박 회장이 지난해 5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오너 일가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자진 사임 이후인 지난해 6월 박 부사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사내이사 후보자로 추천된 박준경 부사장이 지난해 호식절을 이끌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임시주총 참고자료
금호석화는 지난달 10일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열고 3명의 신규 이사 선임안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권태균·이지윤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이를 위해 금호석화는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 금호석화 정관에는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사는 박 부사장이 지난해 박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금호석화의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강조한다. 금호석화는 ‘임시주총 참고자료’를 통해 “(박 부사장이) 재직 동안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핵심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해 2021년 역대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이사회는 박준경 후보의 경험과 역량이 향후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호석화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 4068억 원을 기록, 전년 7421억 원 대비 세 배가 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박 부사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향후 경영진으로서 능력을 입증하고 대표이사직에 오를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이 경영권 승계의 첫 단추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오너가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어 (박준경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책임경영 차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이사회에서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CEO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박 부사장의 3세 경영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박철완 전 상무의 ‘조카의 난’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3월 말 기준 금호석화 지분 8.58%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2002년 부친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지분(당시 10%)을 상속받았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1월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 관계와 특수 관계를 해소하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며 ‘조카의 난’에 불을 지폈다. 이후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교체, 배당 확대 등을 내세우며 표 대결을 펼쳤으나 패했고, 임원 계약이 해지되며 회사를 떠나게 됐다. 지난 3월 주총에서도 자사주 연내 소각 등을 내세우며 표 대결을 벌였으나 패했다.
두 차례 패배 이후에도 박 전 상무는 “최대주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계획을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이번 임시주총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상 주총 개최 6주 전에 주주제안을 발송해야 한다는 상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회사의 갑작스런 임시주총 발표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받지 못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의 권리까지 침해 당했다는 지적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자금을 배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2014년 1월 1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상무의 견제 외에도 박준경 부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박찬구 회장 배임 사건의 수혜자였다는 도의적 책임론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비록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박준경은 박찬구의 지시로 금호피앤비화학의 자금 107억 원을 차입할 수 있었던 ‘수혜자’로 회사의 재산을 사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재산과 개인 재산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단지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이사로 선임된다면 그 자체로 매우 부도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가 언급한 사건은 박찬구 회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건이다. 확정된 사실확인금액은 31억 9880만 원이다. 지난해 박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 대표이사로 재직한 데에 따라 제기된 취업제한 위반 논란이 있다.
앞서 박 회장은 2009년 6월 대우건설 매입 손실과 관련해서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해질 것이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262만 주를 매각, 102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더불어 비상장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법인자금 107억 5000만 원을 아들 박준경 부사장(당시 상무)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대여하게 한 배임 혐의도 받았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사건이 발생한 2011년에도 금호석화는 금호피앤비화학 지분 78.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자금 대여를 통한 배임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107억 5000만 원 가운데 34억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봤다. 73억 5000만 원을 빌려줄 당시에는 회사에 여유 자금이 충분했고, 이자율 또한 가중평균차입이자율보다 높게 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대여금 107억 원 전부에 대해 배임 유죄를 인정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여가 회사에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돈을 대여해줘 회사에 재산 상 손해가 발생했고, 대여 목적 또한 경영상 목적이 아닌 사적 이유였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지적에 금호석유화학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회사에서 내놓을 답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출처 ;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24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