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 회원국들간 발생정보 교류…진단·대처방법 표준화도 호주 - 바이오안보 방역관 운영…인수질병과 동등수준 관리 방제 선진국들은 식물병해충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엔 생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한다는 의미인 ‘바이오안보(Biosecurity)’ 개념까지 도입해 식물병해충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식물병해충 방제를 선도하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00년 국가간 식물병해충 발생정보를 교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식물보건신속경보시스템(EUROPHYT)’을 구축했다. 국제 교역이 늘어나며 병해충의 유입·전파가 빈번해진 데 따른 대비책이다. 이 시스템은 역내 위탁화물의 통관 과정에서 확인되는 유해생물과 식물보건위험을 전체 회원국에 통지한다. 모든 데이터가 각국에 개방돼 방제 지원 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이 시스템을 통해 EU 내 유입이 차단된 식물병해충이 1358건에 달한다.
또 유럽지중해식물보호기구(EPPO)는 외래 병해충에 대한 진단과 대처 방법을 표준화해 EU 회원국 전체가 일관된 방법으로 병해충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ToBRFV(Tomato Brown Rugose Fruit Virus·토마토 브라운 루고스 프루트 바이러스)·담배가루이·자두바구미 등의 병해충을 막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 등 비래해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시스템이다.
호주는 과수 화상병 박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식물병해충 방제에 앞선 국가다. 호주 정부는 1997년 멜버른 식물원에서 처음으로 화상병이 발생하자 발생 지점 반경 2㎞ 내 985개의 기주식물과 34개의 꿀벌 군집을 완전히 제거해 화상병 추가 발생을 막았다.
2015년에는 기존의 ‘검역법’을 수정·보완해 ‘바이오안보 방역관(Biosecurity Officer)’을 운영토록 규정한 ‘바이오안보법’을 제정해 더욱 강력한 식물병해충 국경 검역체계를 갖췄다.
바이오안보 방역관은 공항과 항만에서 모든 적재물을 검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한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관련기관으로 인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안보 방역관 제도가 식물병해충과 동물병해충·(인간)감염병 세분야에서 모두 운영된다는 점이다. 식물병해충을 사람·동물 질병과 동등한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포도피어슨병·감귤궤양병·점박이날개초파리 등 과실에 큰 피해를 주는 병해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농림수산성이 산하기관인 식물방역소와 공조해 식물병해충 확산을 막는 시스템이다. 사과에 피해를 주는 코들링나방, 가짓과 식물에 발생하는 담배노균병 등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농연기구·NARO)가 검역 병해충의 정보를 축적하고, 수출 때 문제가 되지 않도록 병해충 예찰·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청(USDA-ARS)을 통해 병해충 예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병해충 진단용 감지센서와 방제용 다중작업 로봇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생명공학기술(BT)을 융복합한 병해충 진단법을 찾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에 발생하는 맥류줄기녹병, 오렌지에 피해를 주는 감귤그린병(녹화병)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