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인공은 익명으로 남길 원하는 이들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일대에 사는 이들로 돌아가신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미군과 일본군의 오키나와전투 때 사라진 22점의 문화재를 일본 정부에 돌려줬다.
AP 통신은 미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가 18세기와 19세기에 제작돼 오키나와 역사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문화재 반환 작업을 주선했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6점의 초상화, 19세기에 손으로 그린 오키나와 지도, 도자기와 항아리 파편들이라고 관리들이 전했다. 약탈된 지 거의 80년 만의 반환으로 나중에 반환식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01년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법기관들이 FBI에 훔친 유물들이라고 신고한 문화재 데이터베이스인 국립도난예술품파일(National Stolen Art File)에서 이들 유물의 존재를 파악했다.
신원이 밝혀지길 원치 않는 유족들은 2차대전 참전 용사이지만 태평양 전선에서 복무한 적이 없는 선친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18세기 초상화 가운데 적어도 4점을 소장하고 있었음을 파악해 신고했다. FBI는 진품임을 확인했다.
FBI 보스턴 지부와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각자 문화재 반환이 지닌 의미를 높이 평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6일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8세기에 재위한 류큐왕국 13대 '쇼케왕'과 19세기의 18대 '쇼이쿠왕' 등 2점의 오고에가 이번 반환품에 포함됐다. 류큐 왕국은 1429년부터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될 때까지 450년간 존재한 나라로, 오키나와섬을 중심으로 일본 열도 남서쪽에 있는 섬들을 지배하면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잇는 무역 거점 역할을 했다.
오고에는 류큐 왕국에서 왕의 사후에 전통 기법으로 그려 왕궁인 슈리성에 보관하던 초상화로, 전후 오고에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말이다. 일본인들의 조상들이 숱하게 훔쳐간 우리 유물과 문화재는 온갖 핑계를 대며 반환하길 꺼리면서 미군 병사가 훔쳐간 지 얼마 안되는 문화재를 돌려받고 기꺼워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속내를 짐작하면 기가 찰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