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법 바꿔 연금 비과세 혜택 누린다고?
임주현입력 2022. 11. 15. 07:00수정 2022. 11. 15. 07:28 댓글13개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이 2억 6,000만 원에서 2022년 3억 9,400만 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심지어 월 1,400만 원에 이르는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 대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중략) 법을 바꿔서 퇴임 이후 노후 재테크 설계했습니다. 자기 수입은 비과세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글(11.7)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자기 자신의 일신을 위해 무수한 '셀프 법령'을 양산했다. 대표적으로 매년 2억 원에 달하는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도 기존 약 2억 원에서 약 4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인상했다. (중략) 청와대에 앉아 세금으로 '노후 재테크'나 하고 있었던 셈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서면 논평(11.10)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현 정부 사이에서 불거진 이른바 '풍산개 반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 결정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주장입니다.
"법령 미비에 따른 조치"라는 문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이 "사육비 지원이 진짜 이유"라며 갑론을박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권 의원과 양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전직 대통령 예우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통해 '노후 재테크'까지 했다는 주장을 덧붙인 것입니다.
해당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인터넷 공간에선 문 전 대통령의 '셀프 법 개정'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됐는데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대로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법을 바꿔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로 전환했는지와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을 대폭 인상했는지 여부를 따져봤습니다.
■ 전직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로 한 건 박정희 전 대통령
비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을 정하고 있는 건 소득세법입니다. 현행법은 전직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득세법이 개정된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문 전 대통령 퇴임 전인 2021년 12월 8일 개정안은 물론 그 이전에도 해당 규정은 그대로 적시돼있습니다.
해당 규정이 처음 등장한 건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9년 소득세법 제정 후 지금까지 199차례에 걸쳐 재·개정이 됐는데 1974년까지 전직 대통령 연금은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박정희 정권 때인 1974년 12월 24일 전면적으로 개정됐고 해당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전면 개정된 소득세법은 이듬해인 1975년 1월 1일 자로 시행됐습니다.
당시에는 '5조 4항 마목'에 포함됐다가 이후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현재 법 조항으로 조정됐습니다. 항목 간 '자리 이동'이 있긴 했지만 비과세 소득이라는 점은 변치 않았습니다.
소득세법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KBS와의 통화에서 해당 조항이 1975년부터 꾸준히 적용돼왔다고 설명했습니다.
"1975년부터 전직 대통령 연금은 비과세였습니다. 최근에 개정된 내용이 아닙니다."
-박상영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
다시 말해, 대통령 연금 비과세 수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것이어서 "문 전 대통령이 법을 바꿔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 수령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 인상은 수급 대상자 증가 영향
반면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이 2억 6,000만 원에서 올해 3억 9,400만 원으로 인상됐다"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은 액면 그대로만 보면 사실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대로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이 지난해 2억 6,000만 원에서 올해 3억 9,400만 원으로 1억 3,400만 원이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이나 그 유족에 대해 연금 외에 교통·통신비 등을 예우보조금으로 지원합니다.
그런데 위 표를 잘 보면, 대상자에 변화가 있습니다. 2021년에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배우자인 손명순 여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가 대상자로 잡혀있지만, 올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대상자가 3명으로 늘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포함된 만큼 지원 예산도 자연스레 늘어난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언뜻 보면 문 전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예우보조금을 '셀프 인상'해서 받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실 담당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올해 3억 9,400만 원 중에서 2억 6,000만 원은 손명순·권양숙 여사에게 지급된 금액이고 나머지 차액인 1억 3,400만 원이 문 전 대통령 몫으로 증액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정권이 교체된 올해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관련 예산안은 얼마나 될까요? 올해보다 1억여 원이 늘어난 5억 원입니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정책적 필요를 반영해 증액한 것입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닙니다.
자료: 행안부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
퇴임 후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어째서 포함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재직 중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명박,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유족은 연금은 물론 예우보조금 대상자가 아닙니다.
■ 판정: 대체로 사실 아님
최종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문 전 대통령이 법을 바꿔 전직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 수령했다"
☞전혀 사실 아님. 해당 규정은 1975년부터 도입.
2.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이 2억 6,000만 원에서 올해 3억 9,400만 원으로 인상됐다"
☞절반의 사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사실이지만 대상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 없어 오해의 소지를 제공.
이런 점을 고려해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법을 바꿔 '전직 예우'를 강화했다는 취지의 주장은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합니다.
■ 권성동·양금희 의원은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양금희 의원 측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관련 언론 보도를 참고했다"면서도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 예산안 자료를 전한 기사와 대통령 연금 비과세라는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보니까 연금 비과세 부분은 의원실 내 자료조사 과정에서 착오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
"대통령 연금이 비과세라는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있어서 그 보도를 보고 해당 주장을 했습니다. 대통령 연금을 비과세로 전환한 시점은 법률적으로 1975년부터 이뤄진 게 맞습니다. 예우보조금에 대한 부분도 관련 언론 보도를 준용해서 썼던 내용인데, 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유일하게 연금과 예우보조금 수령 자격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입니다."
-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 관계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거나 대꾸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서린}
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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