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직장을 따라 초등학교를 전학 다니다가, 삼척군 호산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앞에서 고래고기를 처음 먹어 보았다.
아주머니가 커다란 다라이에 잘게 썰은 고래고기를 신문지에 담아 팔았다.
호산읍내에서 산을 넘으면 항구였다. 항구에서 고래 시체를 보았다.
마치 작은 동네 산 같았다. 그때는 해경도 없었다. 전기톱도 없었다. 커다란 톱으로 사람들이 달겨들어 토막을 내고 어디론가 실려갔다.
대게 장사를 하면서 동해바다 어항을 돌아다니면서도 많은 고래 시체를 보았다.
고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비슷했다.
그러나 토막을 내지 않고 클래인이 들어서 길다란 트럭에 싣고 사라지고 해경이 나타나 어민을 조사하는 것으로 세상은 변해 있었다.
그리고 변한 것은, 어릴 때는 초등학생 용돈으로도 고래고기를 맛 볼 수 있았으나, 지금은 돈 많은 인간들이나 맛 볼 수 있는 고급 음식이 되었다.
돌고래 고기는 자주 먹었다. 정치망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해경의 간단한 조사만 끝내면 어민들 차지였다.
삶아서 즉석에서 나누어 먹었다.
돌고래는 고래 보다 맛이 덜 했다.
언젠가 울산에 갔다가 고래고기가 먹고 싶어, 갔더니 혼자 실컷 먹으려면 십만원도 넘게 들었다. 맛있는 부위만으로 골라서 먹었는데,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고래사냥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고래를 잡으러 동해바다로 떠난다는 철 없는 젊은이, 술마시고 노래하면서 고래를 잡는다는 위험천만한.
고래사냥 영화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로 떠나는 청년들이 있다.
기차는 터질 듯 사람들로 가득 차고.
여름이면, 고래를 잡으러 온 청년들이 경포대 역에 가득 찼다. 술이 취해 노래를 하면서 고래를 잡으러 왔다.
영동선의 종점이 지금은 강릉역이지만 과거에는 경포대 역이 종점이었다.
편리하고 경치 좋은 경포대역이 사라진 것은, 서울에서 강릉까지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부터다.
그리고 현대가 국산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부터다.
고래사냥을 부르는 술마시고 노래하는 청년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기차는 텅텅 비기 시작했다.
동해로 오는 사람들은 기차 대신에 자가용을 타기 시작했다.
고래 고기는 비싸지고 고래사냥 노래도 들을 수 없고 경포대역도 사라지고.
현대는 자동차를 팔아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고,
아무래도 경포대 역과 현대의 국산 자동차와 맞바꾼 것 같다.
정주영과 박정희는 친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