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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예원이야기
애들이랑 다시 화해했다. 정말로 전학을 갈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구를 얻었다. 어찌보면 서주원 때문에 애들과 더욱 치해진 것이기도 하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나랑 애들도 그런 셈이다. 엄마가 애들한테 자고 가라고 해서 애들이 모두 그러겠다고 했다. 경원 언니랑 방 같이 쓰는데 언니는 정원언니 방으로 보내버렸다. 넷이 자기엔 좁은 침대에 누웟다.
"예원아, 근데 너희 아빠 진짜 잘생겼다!"
다들 그런 얘기 많이 한다. 언니 친구들이 오면 항상 그 얘기다. 아빠가 잘생겼다고.
"예원이가 아빠를 닮았네, 그치?"
"응. 아빠를 닮아 예쁜 거야."
내가 좀. 유전자를 잘 받았다. 언니들 유전자 내가 다 가져간 셈이다.
"근데 아빠가 엄마를 많이 좋아해. 언니 남친 오빠 아줌마가 아빠 소개시켜준거래. 아빠가 프로포즈도 먼저 하고. 엄마는 육사 가려고 이미 마음 다 정해놨는데 아빠가 결혼하자고 그랬대."
"진짜? 아저씨 완전 잘생겼는뎅~ 아줌마가 더 좋아했을 거 같은데."
"정원 언니가 엄마 미니미래. 언니 성격이나 외모가 엄마 젊었을때랑 똑같다더라."
"난 정원언니 좋더라. 카리스마 있고 성격도 좋고. 그치, 강희야?"
"응. 빨간 언니보단."
빨간 언니? 현아 언니 말하는 건가?
"다들 그래. 서열 1위는 정원 언닌데 현아언니가 더 튀니가 현아언니가 짱인 줄 알아. 막상 언니 실체 알면 그때부터 죽는 거지, 뭐."
"그래도 예원이가 제일 좋지, 바보야."
"서주원 그 새끼는 이 언니가 밟아줄테니까 걱정마."
강희가 우격다짐을 하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역시 강희는 힘이 세다.
"감히 우리 예쁜 예원이한테 개지랄이나 해대고. 십장생 드라이버. 풋."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자고 간 것은 17년 인생에 있어 처음이다. 얘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전학갈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얘네가 있으니 난 왕따도 아니고 반에선 친구들이 없어도 괜찮다. 수업 시간외에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
오랜만에 넷이 등교했다. 넷이서 팔짱끼고 등교를 했다. 학교 가는 길에 서주원을 만났다. 서주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역시나 시비를 거는 서주원.
"전학 간다더니 왜 안 가냐? 언제 가냐?"
"입 닥쳐, 서주원."
"얘네 싫다고 하지 않았냐?"
"닫으라고, 입."
"주원이 너 이제 예원이한테 뭐라고 하지마. 예원이한테 뭐라고 하면 이제 내가 용서 안 할거야!"
슬아가 말했다.
"주원이 네가 예원일 좋아하든 말든 그건 네 자유니까 강요하진 않겠지만 우리에게까지 뭐라고 하진마. 그리고 예원이한테 지랄하면 우리가 가만 안둬!"
희진이가 말했다.
"이것들이 단체로 신예원한테 세뇌 당했네."
주원이가 나를 보았다. 나는 서주원의 시선을 피했다.
"어? 예원아."
은휼이. 옆엔 동하.
"안.... 녕...."
어색한 인사.
"괜찮아?"
은휼이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휼이가 예쁘게 웃었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은휼이가 웃어주고는 농구연습 있다며 앞서 갔다. 동하가 남았다.
"동하야... 밥... 먹었어....?"
"아니."
동하는 여전히 무뚝뚝했다. 그때 동하랑 밥 먹었을 땐 그래도 자상했는데.... 원래 성격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좀 서원하긴 하다. 난 그 이후로 동하랑 조금은 가까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나보다.
"신예원."
동하가 나를 불렀다.
"좋아보인다고."
웃었다. 동하가 웃길래 나도 웃었다.
"씨발. 존나 짜증나게."
주원이는 짜증을 내며 가버렸다. 내가 주원이에게 뭘 잘못한 걸까? 전학 간다고 했는데 전학 안 간 거? 서주원과 1:1 대화를 해봐야 하는 건가? 그런데 이대로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서 가는 서주원을 따라 갔다.
"뭐야, 넌?"
"저기...."
"깝사지 말고 꺼져."
서주원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상처 받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겠다. 이젠 피하지 않겠다. 어차피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을 거라면 부딪혀 보겠다.
"한가지만 물어봐도 돼?"
"안되는데."
할말이 없어졌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물어보지 말라면 어덯게 해야하지? 당황스러웠다. 가려는 서주원을 잡았다. 나를 노려보는 서주원. 무서웠지만 그래도 피하진 않으련다.
"한가지만 물어볼게. 정말 하나만...."
말해보라는 듯 나를 보는 서주원.
"왜.... 내가 싫은 거야....?"
"....."
비소를 흘리는 서주원. 나는 서주원을 보았다. 서주원이 비소를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내가.... 뭐.... 잘못했....어....?"
"싫은데 이유가 있나?"
그렇구나....
"더러운 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 꺼져."
정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냥 싫다면 더이상 나도 뭘 어쩌지는 못하겠다. 서주원의 마음을 강요할 순 없으니까.
"신예원."
나를 부르는 서주원. 돌아보았다.
"넌 대체 누구냐?"
"신예원....."
신예원인 거 모르는 건 아닐텐데.
"병신. 이리저리 양다리 걸쳐놓고 재겠다는 거냐?"
무슨 소리지?
"하나만 선택해. 괜히 사람 마음 갖고 장난치지 말고."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다. 강희, 슳아, 희진이 중 하나만 택하라는 건가?
"그딴 어벙한 또라이 표정 보고 싶지 않다, 꺼져라."
서주원이 날 싫어하는데는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이니 나로서는 별다른 대답으 들을 수 없고 강요할 수 없다. 그냥 싫다니 내가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점은 자기도 인정하는 것 같다.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내가 정원언니나 강희도 아니고... 슬아처럼 붙임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서주원에게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는 은휼이. 웃고 있는데 어쩐지 슬퍼 보인다. 동아리 간다더니만.
"은휼아....."
"예원아...."
"응."
"나 어떡하지....?"
뭘?
"왜....? 무슨 일 있어....?"
은휼이의 눈이 슬퍼 보여서 안아주었다.
"울지마...."
잠시 가만히 있던 은휼이가 갑자기 나에게 키스를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은...."
"예원아, 사랑해."
사....랑....? 은휼이 무슨 일 있었나?
"사랑해.... 예원아..."
당황스럽다. 갑작스런 은휼이의 고백.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쩔 줄 몰라하는데 간 줄 알았던 서주원이 다시 나타났다. 은휼이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은휼이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나를 비웃는 서주원.
"최은휼."
서주원, 살벌했다. 은휼이가 슬프게 웃었다.
"주원아, 미안한데.... 나도 예원이 아니면.... 안되겠어...."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예원인.... 네가 제일 싫대."
동하가 얘기해줬나보다.
"동하가 그러더라."
역시.... 말 안 한다고 해놓고.... 서주원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신예원, 나도 네가 제일 싫다."
응.... 알고 있어... 그래 보여.....
"근데... 내 심장은 널 사랑한다."
첫댓글 그렇지 주원이가 예원이를 좋아하는데 자기마음을 용기가 없어서 고백은 못하고 남들이 예원이 좋다고하면 공연히 예원에게 심통부리고 ㅎㅎㅎ 주원이는 엄청 내성적 성격이네요 못난이 ~~~
쿨럭. 은휼이가!
서주원의 고백은....... @@^^ 양손이 오글오글 이상태로 주원이 한대 치고 싶...... 쿨럭.
예원이가 기껏 용기냈는데, 저런 상황이면, 정말 답이없죠. 차라리 하나 딱! 선택해서 사귀지 않는 한은... ㅠ.ㅠ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