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시집 발원지發源地 시인의 말
이번 시집의 마지막 시 "밤 열차"를 맨 끝부분에 실었다
시의 내용에 들어 있는 것처럼 '나도 외로우면 밤 열차에 기대어
삶의 흔적을 적어놓은 차표 한 장을 들고 귀향하고 싶다' 라고 했다
인간이나 동물의 마지막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아름다움은 옷을 잘 입고 마음이 아름다울 때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보다 내가 편안히 무엇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하나 둘 엮어 고향 사람들과 손을 맞잡을 때
나무와 꽃과 풀들도 우리를 보고 손뼉을 쳐 줄 것이다
고향 마을의 가로등 불빛은 날이 갈수록 흐릿해져 보인다
고된 삶의 먼지가 쌓여서 그럴까
마을 길을 밝혀줄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그럴까
그래도 우리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며
마을 길을 걸어야 한다
지난번 경북 북부지방 주민들의 삶을 그린 "간이역"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한 걸음 더 내디뎠으나 조심스러울 뿐이다
2. 차례
- 1부-
틈
토란잎
하안거夏安居
폐교
새싹
그네처럼
녹
봄은
노간주나무
행운반점
강구항
축서사
불영사
노오란 은행잎
가보지 않은 길
혼자라는 것
여름 비
초보 운전
안개
단골 이발괸
소백산 국망봉
먼 산
삼강주막
정형외과 대기실
비워둔 마음 하나
흐르지 못하는 빗물
- 2 부 -
청량사에 가면
발원지發源地
담쟁이 덩굴
시골버스 승강장
그리워서 가는 길
봄이 오는 소리
짚가리
가을
저녁 무렵
담배 연기
목련이 질 때
가을 편지
홍시
밤꽃 마을
코스모스를 보며
누워 있는 풀
겨울새
그리움이어라
- 3부 -
싸리비 한 자루
워낭소리
메주
노끈
청보리밭
두메산골
쟁기
멍석
굴뚝새
물지게
텃밭
붉은 고향
풍구대
베매기
감자를 캘 때
흰 고무신
잔설
어머니의 등불
매화나무 둥지
- 4 부 -
꽃이 전하는 말
연꽃
씀바귀꽃
엉겅퀴꽃
복수초福壽草
민들레꽃
돼지감자꽃
늦가을 백일홍
백화白花
산수유꽃
밤에만 피는 서리꽃
개망초꽃
- 5부 -
옹천역
평은역
안정역
영주역
분천역
봉화역
임기역
기적소리
밤 열차
3. 시집 안에 들어 있는 시 일부
하안거夏安居
태백산 자락 절집 근처에서 따온
설익은 자두를
집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자두는 더위를 피해
냉장고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봄 여름 살갗을 파고들던
온갖 번뇌를 내려놓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곁에
기댈 수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다
자두를 꺼냈을 때
붉은빛이 났고
밖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
축서사
겨우내 얼었던 긴 강을 지나
이젠 산과 절로 가야겠다
목련화 움트는 곳
오늘을 시작하게 하고
촛농 떨어진 천 년의 석불은
내 작은 고향 같다
오오, 신발이 닳게 걸어온 길
뒤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으니
문수산 능선에 앉아
슬기롭게 사는 길을
배우고 싶다
==
여름 비
영주역 앞 벤치에는
술병을 옆에 놓고
가족의 정을 떠나온 사람 몇이 잠을 자고 있다
정은 떠나올수록 그립고
때로는 비를 맞아 차가울 때도 있는데
멀리 부산과 서울로 가기 위해
열차 출발 신호가 울려도
흩어진 마음을 그들은 좀처럼
담지 않으려 한다
다 비운 술병 속에
웃음을 잃은 채 바라보는
희미한 가족의 그림자가 보인다
잊고 살아온 눈물이
빈병이 뒹구는 소리에 엉켜
비를 맞고 있다
==
굴뚝새
저녁 무렵 당신은
긴 이랑의 밭일을 마치고
점심보자기를 든 채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키도 작고
몸짓도 작고
생각도 작은,
흰 고무신에 묻은 밭 흙을 씻지도 않고
저녁연기 속으로 들어가는 삶이
평범하기보다 외로워 보인다
크고 화려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 뿐인가
행복은 화려함보다
조금 작고 부족할 때
그 빛깔은 아름다워 보인다
==
흐르지 못하는 빗물
아침 저녁으로 당신을 바라볼 때
흰 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유월에 자식을 군에 보낸 뒤
참지 못하는 그리움은
칠월 장맛비에 씻겨 가는 줄 알았는데
뜨개실로 매듭을 하나하나 엮는 모습은
마치 속울음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남아 있는 빗물 같다
빗물은 내리면 고이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보아왔는데
때로는 흐르지 못하고
남아 있을 때가 있었다
==
쟁기
봄은 소를 끌고
소는 쟁기를 끌고
쟁기는 아버지를 끌고 있다
겨우내 수북이 묻혀 있던
삶의 조각들이
툭툭 터져나갈 때
새들도 찾아와 털을 벗고
하고 싶은 말들을
지상에 곱게 놓아두고 간다
아버지의 쟁기는 어디에 있을까
날과 손잡이가 닳은 채
고향집 헛간에 봄과 함께 버려져 있다
아버지는 기일이면 찾아와
집 주위를 둘려보고
쟁기를 보고 가신다
==
옹천역
학가산 오르는 비탈밭에 심은 마를
한 포대 든
옹천 강씨 아저씨 한 분이
안동장에 마를 팔기 위해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마처럼 길쭉한 얼굴에는
수없이 산등성을 넘어온
자국이 있고
흙 묻은 세월이 보였다
측백나무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
냇물이 흘러가듯 가고 없어서
옹천이라 했던가
뉘엿뉘엿 해는 지고
삶은 역 앞 점방에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촌로村老들의 웃음소리가 되어간다
==
발원지發源地
봉화 오전리 선달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주실령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合水하여 오전저수지를 만들었다
그곳에는 내성천 발원지를 알리는
아담한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사람과 물도 근원이 있는 것이다
그 근원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고향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나에 발원지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었다
표지석처럼 단단하지 않고
손대면 아늑하고 촉촉한
넓은 토란잎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 같이
찾아가면 흙 묻은 손으로 반기는
어머니가 사시는 곳이다
4. 작품해설
잊혀져가는 것들의 그리움과 향수鄕愁
- 곽대근 시집 "발원지發源地"의 시세계
박 영 교
(시인,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수석부이사장)
곽대근 시인이 처녀시집 "간이역"을 2007년 5월에 출간하고 제2시집 "발원지發源地"를 상재上梓하게 되었다
한 2백여 편의 작품 중 85편만을 추려서 시집을 묶게 되었는데 그 작업도 만만찮은 작업인 것이다
곽 시인은 공무생활의 바쁜 틈을 내어서 틈틈이 쓴 작품인 데에도 보통 시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소재로 이끌어 내어 그것을 형상화 하여 좋은 작품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생활인으로서도 훌륭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중략>
곽대근 시인의 시집 발원지는 전 5부로 나뉘어 있으며 제1부 토란잎-26편, 제2부 발원지- 18편, 제 3부 워낭소리-
19편, 제4부- 연꽃 13편, 제5부 평은역-9편 등 총 85편을 싣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농촌생활에서 얻은 것들로서 향수에 젖은 주제로 지난날 아픈 생활경험을 밑바탕으로
이미지의 형상화를 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 사회에서 아름다움이 무너져가는 가정생활의
상황 의식 위에 곽 시인의 작품들은 청량제 역활을 하면서 잊혀져가는 고향의 생활과 가족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
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이 작품 전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이하 생략>
첫댓글 두번째 시집 '발원지'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회원쉼터에서 게시판으로 이동했습니다.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들에게 잊혀졌던 정서를 다시한번 환기시켜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항상 고향생각이 나게 하는 시편들이 정겹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향의 가로등 불빛같이 정겨운 시집이겠네요ㅡ
시집 "발원지"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어제 전화 고맙습니다. 더위에 늘 건강하셔요.
이웃집 문인인데 이렇게 환영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풍낙산님 두 번째 시집 상재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으며 가슴에 젖어 들게 되리라 믿어요.
풍낙산님, 축하합니다~
곽대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발원지"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