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균(한센간균)에 의한 만성감염증. 한센병 또는 레프라라고도 한다. 주로 피부와 말초신경에 침입하며, 경과가 대단히 긴 질환이다. 1871년 노르웨이의 G.H.A. 한센이 나환자의 나결절 조직 내에 결핵균과 비슷한 세균이 집합하여 존재하는 것을 발견, 1874년에 Bacillius leprae라고 명명하여 발표했다. 이 세균이 나병의 원인균이라는 것이 확인됨과 동시에 만성전염병으로서 재평가되었다. 나균의 학명은 현재 Mycobacterium leprae이며 항산균의 일종이다. 그람양성(Gram positive)이며 비운동성 간균이고, 주로 피부의 창상으로 침입하는데 감염력은 약하고 환자의 고름·콧물·침 등의 장기·반복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기구 등에 의한 간접감염은 거의 없다. 대부분 동일 가족 내에서 젖먹이나 어린아이 때 장년환자와 함께 생활한 사람 중에서 환자가 나온다.
증상
나균에 대해 환자의 신체가 저항력을 만드는지의 여부에 따라 임상증상이 매우 다르다. 종래 증상에 따라 반문나·신경나·결절나 3형으로 나뉘었는데, 1953년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제6회 국제나회의에서 나종형(癩腫型)과 유결핵형(類結核型)의 2형, 미정형군과 경계군의 2군으로 분류하여 널리 이용되게 되었다. 나종형은 나균에 대해 전혀 저항력이 없어 병이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나균은 특히 얼굴이나 손·발에 분포하는 말초신경, 피부, 눈에 침입하여 증상을 나타낸다. 말초신경은 그 분포부위의 피부감각, 근육의 운동 및 영양을 담당하는데 여기에 병변이 발생하면, 피부에서는 감각 특히 통각(痛覺)이 없어지고 땀이 나오지 않게 되며, 털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근육은 점점 마르고 힘이 없어지며, 손가락 운동이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피부에 종종 나종이라는 혹이 많이 생기는데, 이 병리조직표본을 만들어 관찰하면 나세포라는 포말 모양의 세포집단이 나타나는데, 항산성 염색을 하면 그 속에 무수한 나균이 보인다. 나종은 내장신경이나 눈에도 생긴다. 유결핵형은 나균에 대해 다소 저항력을 나타내므로 병변은 전신으로 퍼지지 않고 신체 일부에서 머문다. 병리조직표본에서도 조직에 저항력이 있어 나균이 증식하기 어려우며, 잘 발견되지 않는다. 미정형균은 병의 극히 초기인 것으로 자연치료가 많이 행해진다. 또 경계군은 병의 퍼짐이 유결핵형처럼 부분적이 아니고, 나종형과 같은 전신성이 아니며, 신체 각 부에 산재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비정상적인 생체반응을 반복하여 나종형으로 된다고 한다. 눈의 병변으로서는 나종형인 경우 안구공결막의 나종형성, 각막윗가장자리의 침윤(浸潤) 등이 있고, 생체의 이상반응의 결과로서 홍채모양체염(虹彩毛樣體炎)이나 상공막염(上鞏幕炎) 등이 보인다. 모두 시력장애를 일으켜 종종 실명의 원인이 된다.
진단
나병의 순수배양이 불가능하므로 확실한 면역혈청학적 진단법은 없고, 신경학적·피부과학적 임상증상에 의해 진단된다. 즉 지각마비(知覺痲痺)나 말초신경의 비후(肥厚), 손발의 변형, 탈모나 피진(皮疹) 등의 확인으로 나균이 증명된다. 또 레프로민 반응은 나종형을 다른형 다른 군에서 구별하는 데 이용된다. 이것은 투베르쿨린반응과 같이 병소에서 추출한 항원을 피내주사하여 48시간 후 또는 4주 후에 발적경(發赤徑) 및 경결(硬結)을 관찰하는 것이다. 레프로민반응에서 나종형은 음성, 유결핵형과 건강인의 반수는 양성을 나타낸다.
치료
화학요법과 동시에 물리요법을 병용한다. 이것은 얼굴이나 손발의 변형, 기능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이며 변형된 것에 대해서는 성형수술을 한다. 치료약에는 DDS(4, 4′-diamino-diphenyl sulfone)를 비롯하여 리팜피신·카나마이신·스트렙토마이신·프로티오나미드 등 외에 특수한 것으로서 클로파지민(B663 등)이 있으며, 이들 중 2, 3종류를 함께 투여한다. 또 나종형의 면역학적 이상은 면역유전학적으로 림프구에 의한 것임을 알았다.
실태
세계의 나환자수는 1000만 명 이상이라 하며 정확한 수는 불분명하다. 이 중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200만∼300만 명이다. 그 수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집중하여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서대비원·활인원·혜민서 등을 통하여, 역질이나 악병의 무의무탁한 환자를 수용, 치료해 왔다. 1928년 4월에는 조선나병근절연구회가 발족되고, 1932년 10월에는 조선나병예방협회가, 1948년 9월에는 대한나예방협회가 창립되었다. 1956년 3월에는 대한나협회로 명칭이 바뀌어 나병의 예방과 치료에 힘써왔다. 또 전남 소록도(小鹿島)에 자혜병원이 1916년에 설립되어 약 100명이 수용, 치료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제의 나병관리대책만으로는 나병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민간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1932년에 소록도 병원을 확장, 약 200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2, 3차 확장계획에 의하여 6000명의 환자가 수용치료를 받게 되었으며, 한국천주교회는 1950년부터 구라(救癩)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경기도 의왕(儀旺)시의 성 나자로 마을을 비롯하여 12곳에 환자수용소를 운영하는 한편 38곳의 정착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근래에는 외래진료소나 이동진료반이 늘어남으로써 격리수용치료에서 재가치료관리(在家治療管理)로 바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