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소나무의 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3.06.19. 03:00 조선일보
인생은 ‘누구와 함께’가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래서 ‘복(福) 중에 인연 복이 최고이다’라는 말도 있다.
소나무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장고송(張古松·82) 선생을 만나다 보니까 소나무에 대한 철학을 배우게 되었다.
전국에 3백년 이상 된 노송이 약 2000그루쯤 있고, 이 중에서 자태가 아름다운 고송(古松)이 300그루쯤 된다. 300그루에서 다시 압축하면 신송(神松)이 나오는데, 이 신송은 전국에 20그루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신송의 기준은 무엇인가?” “신과 같은 느낌을 주는 소나무를 가리킨다.” “신과 같다니?” “나무를 보는 순간 경외감이 생기는 나무이다. 불굴의 기상을 풍긴다.” “불굴의 기상이란 무엇인가?” “소나무가 살기 어려운 악조건에서 수백년을 넘어 천년 가까이 살아온 나무에서 느껴진다. 대개 절벽의 바위 틈새에서 자란다.”
소나무를 보면서 깨닫게 되는 철학은 악조건이었다.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소나무들은 몸체가 뒤틀려 있다는 것이다. 토양이 별로 없고 바위 틈새에서 뿌리를 뻗고 살아야만 했으니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겠는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소나무 자신은 힘들었지만 이걸 바라다보는 인간에게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 수많은 고비를 겪고도 아직 내가 죽지 않았구나’ 하는 소회이다.
명품 소나무가 되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죽은 가지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가지가 너무 무성하면 강풍이 불때 몸체가 자빠질 수 있다. 몸무게를 줄여야만 한다. 그럴려면 가지가 몇 가닥은 시커멓게 죽어 있어야만 한다. 죽어 있는 가지가 사진작가에게는 여백의 미를 준다. 신송들은 시커멓게 죽어 있는 가지들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시커먼 가지들은 송진 덩어리들이다. 바위 틈새에서 몸부림치며 성장하다 보니 나이테가 촘촘하다. 나이테 간격이 좁은 것이다. 동해안의 두타산(頭陀山) 절벽에 이런 신송들이 여러 그루 있다고 한다. 두타산은 석회암 성분이 많다. 토양이 척박하고 험한 산에 명품이 있다.
장 선생에 의하면 한국 소나무가 세계 소나무 중에서 최고라고 한다. 로마의 가로수로 서 있는 소나무들도 기상은 있지만 한국처럼 거북이 등껍질 같은 갈라짐은 없다. 중국의 황산 소나무들도 명품이지만 한국처럼 꿈틀꿈틀하면서 용틀임하는 품격은 없다. 한국 적송(赤松)에서 나오는 특유의 붉은색은 아주 귀족적인 색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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