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기사(4)-델리오트 발데론(47)
글쓴이 그라테우스
한가로운 낮. 태양은 하늘의 중앙을 차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하얀 구름들은 태양을 가리려는지 양떼처럼 서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지금 숲길을 벗어나 넓은 초지 위를 걸으며 건량 하나를 질겅질겅 씹으며 드넓은 초지와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야아, 저 하늘 좀 봐라. 완전 양떼구만. 거기에 이 초지. 여기도 상당히 넓은데? 오오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넓은 초지면... 길을 찾을 수나 있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아냐?”
“.......”
내 말에 델리오트는 퉁퉁 부은 얼굴로 나를 뚱하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저 자식이 기껏 말하니까 아까부터 저러네. 설마 어제 저녁 안 주고, 오늘 아침 굶기고 나만 건량 씹고 있다고 그러는 건가? 아니면 팼다고? 기사씩이나 되는 놈이? 그러나 생각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 법. 당연 직접 물어봐서 어떤지 알아봐야겠지. 혼자 머리만 죽어라 굴려봤자 직접 경험하는 것 하나만 못한 법이니까.
“어이, 델트. 삐졌냐?”
그러자 델트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뿌드득 이를 갈아댔다. 삐졌구만.
“어이. 델트. 밥 안 줬다고 삐졌냐? 어? 삐진 거냐?”
“...그런 걸로 삐지지는 않습니다만....”
내 말에 녀석은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고, 나는 그 녀석의 말에 씨익 웃으며 ‘어, 그래.’라고 말하며 넘어가 주지 않았다.
저 놈이 반항인가... 식량이 들어있는 자루를 이리저리 뒤적거린 후, 나는 어제부터 봐뒀던 그것이 손에 잡히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꺼냄과 동시에 집어 던졌다.
맹렬히 날아간 단단하게 굳어버린 갈색 빵은 델트의 노오란 머리통을 정확히 맞추었고, 머리를 맞은 델트는 나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뭘 어쩌란 겁니까?! 왜 이런 것을 집어 던지고 시비를 거는 것이냔 말입니다! 저는 기사입니다. 아무리 포로로 잡혀 길잡이나 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기사라는 것은 존중해 주십시오!”
팅팅 부은 눈과 퍼런 뺨. 잔뜩 부어터진 입술의 조화가 가히 예술이라 불리울만한 얼굴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씨익 웃어 주었다.
“그럼 기사답게 결투신청이라도 해주랴?”
“....”
나의 말에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팩 돌렸고, 나는 키득 웃으며 말했다. 짜식 감히 누구에게 덤벼. 네가 기사라면 어제 그 일은 또 뭔데.
“델트. 삐졌지? 거기 내가 던진 빵 있으니까 그거 먹고 그만 삐져라.”
“....”
나의 말에 델트는 인상을 쓰며 바닥을 보았고, 녹색의 어여쁜 풀들 위에 다소곳이 자신을 주워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깨진 빵을 발견했다. 그것을 본 델트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별말도 하지 않고, 그 빵을 주워들었다.
왜? 꼬우면 줍지 말던가. 그래도 아예 안 먹고 이틀이 넘도록 걷다보니 더 이상 안 먹는다면 탈진해서 쓰러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아무래도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도 먹지 않고, ‘야간 여행’을 달이 하늘의 중앙을 넘어설 때까지 했으니 체력도 꽤나 빠졌겠는걸. 그나저나 내가 가지고 있던 빵들 중 가장 단단한 빵이었는데 잘도 먹는 걸? 원래 그냥 버릴까 생각했던 건데.
“델트. 상당히 단단한데 먹을 만 하냐? 그거라도 먹었으니까 그만 삐져 있어라. 응?”
나의 말에 녀석은 오른손에 빵을 꽉 잡고는 부들부들 떨며 내게 버럭 소리 질렀다.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델트라니. 마음대로 남의 이름을 바꿔 부르지 마십시오!”
아? 겨우 그거 때문이었냐? 자식. 생긴 것 답게 속 좁기는. 하지만 또 이런 소리하면 시끄럽게 땍땍거릴 것이 뻔하니까... 약간의 언어 순화를 해야겠지.
“뭐가 어때서? 델트. 좋잖냐. 애칭도 모르냐?”
당연하다는 듯한 나의 말에 녀석은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팅팅 부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애칭 이라니! 저는 그런 애칭 따위 사양하겠습니다. 거기다가 당신과 그렇게 친했던 적은 없습니다만.”
“어라? 우리 사이를 겨우 그렇게 말하다니.”
“뭐가 우리 사이라는 겁니까!”
녀석이 생각대로 반응하자 나는 싱긋 웃어주며 우리의 사이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암. 우린 아주 멋진 사이지.
“주먹과 얼굴을 맞대며 우정을 다진 사이지. 그것도 두 시간 동안 말이야. 안 그래?”
“....”
그 말에 델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침묵했다. 오오, 역시 우린 멋진 사이라니까. 그런 의미에서...
“만일 네가 까먹었다면 오늘도 우리의 사이가 어떤지 충분히 확인 시켜줄 용의가 넘치도록 있는데 말이야. 어때? 우리의 사이가 새록새록 기억나지 않는가?”
“......아주 잘 기억이 나는군요. ‘아주’ 말이죠.”
델트는 ‘아주’라는 말에 강세를 주며 말했고 나는 싱글 웃어주었다.
“물론이지. 그러니까 너는 앞으로 계속 델트다. 알겠지 델트?”
“...젠장.”
나의 말에 델트는 욕지기를 내뱉더니 빵을 씹으며 걷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하는 꼴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델트.”
“...무엇입니까.”
짜증이 뚝뚝 묻어나는 듯한 나직한 목소리로 답한 녀석에게 나는 가벼운 충고를 해주었다.
“그 말투 고치지 않는다면 다시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 확인하게 될 거다.”
나의 말에 델트는 억지로 목소리를 밝게 바꾸더니 다시 물었다.
“예. 왜 그러십니까.”
별로 궁금하다는 듯한 어투는 아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 단지 지금 중요한 것이라면...
“너 말이야. 지금 우리가 어디를 걷고 있는 지나 알고 있냐?”
아까부터 나와 저 델트라는 녀석은 끝없이 펼쳐져있는 초원을 빠르게 걷고 있었고, 이 초원에서 내가 보기에는 표시 삼을만한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오로지 넓고 넓은 초원만이 펼쳐져 있을 뿐. 아, 간간히 야생마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물론 잡지는 못했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말이다.
하여간 이렇게 넓은 초원이라면 최소한 반나절은 걸어야 빠져나올 수가 있을 텐데, 그동안 기준을 삼아서 걸을만한 지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계속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방향이 바뀌기 마련이고 결국 자신이 가려고 마음먹었던 곳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가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침반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달랑 지도 하나만 들고 길을 안내하고 있는 저 녀석을 보니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걱정 마시죠. 정확히 맞춰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이 평원을 가로질러서만 갈 수가 있습니다. 아니면 멀리 돌아서 가야하고 말이죠.”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지.”
그 뒤로 나와 델트는 별말 없이 걸음을 재촉했고, 노을이 저물 때가 되어서야 초원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의 멋진 환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이게 뭐냐.”
나의 말에 델트는 뚱한 표정으로 내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 말투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어투여서 나를 지그시 웃게 만들어 주었다. 네가 우리의 사이를 확인하고 싶은 게로구나.
“여기는 말라카스 황무지라고 합니다. 이 근처에서 유명한 곳이죠. 혹독한 대지라고 불리고요.”
...황무지. 그래.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이곳은 황무지였다. 이전의 ‘녹색 황무지’같은 이름만 황무지가 아닌 갈색의 건조한 흙이 땅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어째 아까 전부터 점점 풀들은 줄어들고 갈색 흙바닥이 많이 보인다 싶더니만... 결국 이따위 곳이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닥에 깔려있는 흙들이 날아올라 황사를 만들 것만 같은 모습. 별로 다니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뭐, 어쨌건 길이라니 갈 수 밖에 없잖아.
“좋아. 가지.”
나의 말에 델트는 별다른 말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을 가는 도중에 바람이 불어서 갈색 흙먼지 바람이 난리를 치기는 했지만 그 뒤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고, 나는 약간씩 변화하는 주변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런 지형물도 없이 갈색 땅만이 펼쳐져 있던 이곳이 나무가 보이고, 바위와 높고 낮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왜 갑자기 환경이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것만 계속 보는 것보다는 낫겠지. 음. 좋은 현상이야.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델트가 나를 아니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주먹을 까닥거렸고, 델트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는 무어라 들릴 듯 말 듯 하게 궁시렁 거렸지만 나는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었다.
만약 그 다음 들려온 시끄러운 소리만 아니었다면 나는 녀석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살려줘!!”
“꺄아아아아악!!”
그리고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나와 델트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아 오늘 수술을 했지요!
결과는 좋다고 나왔고요.(히죽)
자아, 그럼 잠시 ‘그라’의 수술 체험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의사 선생님이 9시까지 꼭(!) 오라고 하셔서.
8시 50분에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 문 닫혀있더군요.
약간 시간이 지난 후에 간호사가 오고. 문이 열린 후.
10분간 기다린 후에야 의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러곤 바로 수술을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 후, 코에 마취.
왼쪽에 주사 두 방. 오른 쪽에 주사 세 방.
그리고... 레이저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오한이...)
코 속에 레이저가 닿는 부분에... 마취를 했기 때문인지 따스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제 피부(?)가 타는 냄새와 연기가 제 코 속에서... 으윽
그 하여간 좌우 수술을 끝낸 후에...
의사 선생님이 조금 큰 집게(? 아마도 맞을 겁니다. 아니면 말고.)를
제 코에 들이 대시더니.
“조금 아플 겁니다.”
라는 말. 순간 두려움이 밀려들어 왔고.
의사 선생님은 제게 마음의 준비를 끝낼 시간도 주지 않으시고 무자비하게
그것을 제 코 속에 넣으시더군요.
그러고는... 방금 전에 레이저로 깎은 부분을 그것으로 대거나 혹은 잡은 후...
양손으로 잡고 ‘힘차게(!)’ 미셨습니다.
순간 코 속에서 ‘우드득’ 소리가 터져 나왔고...
의사 선생님 말대로 ‘약간(아니야!!)’의 고통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더니. 의사(어느새 없어진 ‘선생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더.”
라고 하더니 또다시 무자비하게 ‘우드득’.
...
그 후... 오른쪽 콧구멍에 그것을 넣고 3차례 ‘우드득’
소름이 끼쳐요.
그 후에는 다 되었다고 하더니...
솜을 꾸역꾸역 밀어 넣더군요.
그 순간 ‘난 뺑코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확실히 많은 양의 솜을 코에 쑤셔 박고는...
30분 후에 부르지 않아도 오라더군요.
그래서 목에 끼어있던 가래를 뱉은 후...(실제로 나온 것은 피)
기다리다가 30분 후에 들어가니까...
코에 넣었던 벌겋게 변한 솜을 모조리 빼낸 후...
무슨 스티로폼 같이 보이는 얇은 것을 제 코에 마구 쑤셔 넣었습니다.
양 쪽 가득 넣은 후. 다시
“30분 후에 부르지 않아도 오세요.”
라고 말을 했고, 저는 속으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다시 밖에 나가서 기다린 후.
다시 들어갔습니다.(30분 후에)
그러더니 이번에는 코를 살펴본 후.
아까 전에 넣었던 그 스티로폼 같은 것을 또 다시 쑤셔 넣는 것이었습니다!
이 순간 ‘이 돌팔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다 쑤셔 넣은 다음. 제가 이것을 언제 빼냐고 물으니
녹는 솜이라고 말해 주시더라구요.
그 순간 ‘돌팔이’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고.
그대로 수술은 끝.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이 ‘녹는 솜’들은 덜 녹았답니다.
젠장. 코 막혀!!
생각 같아서는 팽 하고 풀어버리고 싶은데에!!
아, 그리고 말이죠.
제가 주의해야 할 것은
코를 세게 푸는 것과 사우나 하는 것.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술은 기호식품인가?’라는 말을...
나는 술 안 마신단 말입니다!
으흐음. 어쨌건 수술은 무사히 끝마쳤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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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기가 읽기 힘들어요;ㅂ; 부디 쾌차하세요.:)
건필.
몸조리 잘 하시길 바래요'-'
우, 우드득(버엉) , 건필하세요:)
우드득... 아프시겠습니다아... (풀썩) 그나저나 델트의 반응... 대략 멋지구리... 그럼 건필하세요. (코도 빨리 나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