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 “정부 보조금 안 받겠다”
5년간 1521억 받은 兩노총과 대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24일 내부 표결을 거쳐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안’에 따른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보가 입수한 입장문에 따르면 새로고침 협의회는 “협의회의 자주성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 판단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달 초 ‘노조 지원 사업에 관한 안내문’을 새로고침 협의회에 보내 27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기존에는 노조 지원 보조금의 대부분을 ‘양대 노총’과 그 산하 기관이 받았지만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정에 따라 사업 예산 44억 원 중 절반(22억 원)을 신규로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한다. 지급 대상도 노동조합에서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회’로 확대해 사실상 새로고침 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대 노총에 지원한 금액은 1520억5000만 원이다.
MZ노조 “정부보조금, 노동 약자 줘야”
정부보조금 사업 신청 않기로
“보조금 받으면 독립성 약화” 판단… 양대 노총, 장학금 등 50여개 사업에
정부-지자체서 5년간 1521억 받아… 노동계 안팎 “혈세 투명하게 집행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2023.2.21./뉴스1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자주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제안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협의회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양대 노총’이 최근 5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약 1521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회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상황에서 기성 노조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 보조금 수령 반대
24일 본보가 입수한 새로고침 협의회 미신청 사유 입장문에 따르면 협의회는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에 대해 “자주성을 키우는 것이 선결이라고 판단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이달 초 정부로부터 ‘노동단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e메일로 공문을 전달받은 뒤 내부 토론과 표결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양대 노총과 그 산하기관이 대부분을 받아 온 노조 지원 보조금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도 받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협의회에 참여한 10개 노조 중 대부분은 보조금을 받으면 협의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보조금 신청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 보조금을 노조가 받아선 안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협의회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노조 단체가 지원금을 타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노동권 사각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노조는 사무실 마련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협의회 운영 방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 기존 노조 인식 개선 촉구 목소리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MZ노조 ‘새로고침‘과의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3.3.22./뉴스1
노동계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들의 보조금 수령 및 집행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노조가 꼭 필요한 곳에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보조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노동자 자녀 장학금 지원, 근로자 권익보호 교육 사업, 근로자 무료 법률상담 등 매년 50여 개 사업 명목으로 노조나 노사 관련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고용부가 사업을 공고하면 노조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조 지원금의 대부분이 양대 노총 및 산하 노조에 지원되고 있고 이마저도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고용부가 집행한 노조 지원금 총 35억 원 중 31억 원은 양대 노총 및 그 산하 노조에 지원됐다. 지방자치단체 17곳도 지난해 양대 노총에 총 265억9800만 원을 지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양대 노총에 모두 1520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노동단체들에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15일에는 미공개 단체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절차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5∼39세 청년노동자로 구성된 MZ세대 노조 ‘청년유니온’은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장관과의 간담회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유연화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곤란하다”며 “현 정부의 개편안은 폐기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