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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기 유학파 김태연, 추정현, 박정훈(왼쪽부터) ⓒ스포츠인터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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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2기생들이 꿀맛 같은 국내 휴식을 마치고 지난 1월 6일 다시 프랑스로 떠났다. 지난해 9월 프랑스로 출발, 약 3개월 동안 프랑스 FC 메츠 클럽에 머물며 기량 발전을 꾀했던 추정현, 김태연, 박정훈은 리그 휴식기를 틈타 국내에 돌아와 그간의 향수병을 달랬다.
프랑스 현지에서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며 많은 경기에 출전,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그들은 비록 3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또한 유럽 축구의 한 가운데서 체험한 것들을 통해 자신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냉정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자양분으로 큰 성장을 노리는 듯 해 보였다.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내린 도전을 큰 결실로 키워 돌아올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하지만 다시 프랑스로 출국하면서 컵라면과 인스턴트 쌀밥을 한가득 챙겨갈 것이라는 말에서는 나이 어린 선수들이 기댈 곳 없는 외지에서 직면하고 있을 어려움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지난 3일 축구협회 회관에서 가진 김태연, 박정훈과의 인터뷰 전문. (추정현은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가하지 못했음.)
- 지난 연말에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태연(이하 김): 12월 16일에 입국했다. 르 샹피오나 리그가 전반기가 끝나고 휴식기에 들어가서 팀 전체가 휴가를 받았다. 그래서 가족들도 보고 편하게 쉴 겸해서 들어왔다.
- 이젠 입국하고 되레 적응 안 되는 것 아닌가?
박정훈(이하 박): 이곳에서 십 수년을 살다 갔는데 그럴 리가 없다.(웃음)
- 입국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박: 입국하기 얼마 전 연습시합 도중에 상대방 백태클에 발목을 다쳤는데 한국에서 좀 더 정밀 검사를 한 뒤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고 한다. 물론 매일 시간 내서 개인 훈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 지난 9월부터 3개월 간 프랑스에서 생활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의 훈련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정리해 줬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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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 유니폼을 입은 3명과 김종필 코치
| 김: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선수들이 강하고 빠르다 보니 먼저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도착하고 초기에는 코칭스태프로부터 소극적인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많이 들었다.
박: 내 개인적으로는 언어가 가장 힘들었다.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축구는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운동이다.
- 해외유학 선정 과정이 궁금하다.
박: 우선 지난 7월에 협회 측에서 학교와 선생님들과 의논을 했고, 동의를 받은 이후 다시 부모님과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선정 소식이 전달됐다.
김: 선정은 이미 7월에 결정 난 상태였지만 당시에 아시아선수권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공개하지 않았었다.
- 한참 클 나이인데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을 텐데, 그새 신체적 변화는 없었나?
김: 한 1센티미터 정도? 짧은 기간인데도 키가 좀 더 자란 것 같다.
- 문화적인 면이나 생활 습관 등에서 현지 적응하는 데 힘들지 않았나?
박: 프랑스 사람들이 시간 개념이 부족하다. 여유로운 건지 느린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답답하다. 벽시계도 잘 없다.(웃음) 하지만 훈련 시간은 철저하게 지킨다.
-한국 소식은 어떻게 듣나?
김: 구단에 인터넷 방이 있다. 현지에 도착해서 한국 소식도 들을 겸해서 구단에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그런데 구단에서 약속하고 2개월이 지나도 설치를 안 해 줬다. 그것 때문에도 꽤나 답답했다. 우리가 온 뒤로 생겼는데 이제는 다른 선수들도 많이 이용한다.
- 인터넷을 이용하면 주로 뭘 하나?
박: 제일 먼저 개인 블로그에 들어가서 친구들이 남긴 글에 답을 달아준다. 그 밖에는 스포츠 뉴스를 많이 본다. 전에 대학축구 지도자 비리에 관련한 기사는 민감하게 봤다. 아무래도 우리가 고교생이다 보니 관심이 가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 현지에서는 어떤 식으로 하루 일과가 정해지나?
김: 오전 훈련이 있는 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팀에서 훈련을 한다. 오후 훈련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로 이뤄진다. 훈련량은 그리 많지 않다.
박: 보통 일주일에 3번 학교에 가는데 3명이서 따로 불어를 배운다. 주말에 경기가 있는 날이 아니면 그곳은 철저하게 휴식을 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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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 - 훈련 외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 클럽 하우스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간다. 그곳 연못의 백조들과 논다.(웃음) 기분 전환도 할 겸해서 시내에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CD 플레이어로 노래도 많이 듣는다.
박: 책을 많이 본다. 한국어로 된 책이라면 닥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연락해서 책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놀라시는 분위기였다.(웃음)
- 이전에는 클럽 하우스에서 지내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안다. 하지만 이번 유학부터는 메츠 측에서 그 부분에 대한 편의를 모두 제공해 주는 걸로 협회와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박: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시간에 맞춰 식사가 나오고, 차가 우리를 데리러 오고.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 강진욱, 어경준 등 이미 팀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박: 형들은 18세 팀에서 뛰고 있다. 같이 훈련하면서 많은 얘길 해준다. 처음에 도착하니까 이곳 선수들은 상당히 거칠다는 식으로 충고를 해줬다.
김: 형들은 부모님들께서 프랑스로 건너 와 계신다. 클럽 하우스에서 나와 현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 그 곳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데다가 부모님과 함께 지내서 그런지 많이 안정된 것 같은 모습이다. 가끔씩 형들 집에 놀러가서 책도 빌려오고 한다.
- 아까부터 계속 거칠다는 표현을 쓰는데, 대체 어느 정도인가?
김, 박: (동시에) 정말 거칠다.
박: 필드 밖에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던 선수들이 필드 내로만 들어가면 확 달라진다. 백태클도 사정없이 들어오는 등 한국보다 훨씬 거칠다. 처음에는 그쪽의 거친 태클에 다리 부위에 성한 데가 없었다. 이제는 많이 좋아진 편이다. 오히려 우리가 그 쪽 선수들 부상도 입히고.(웃음)
- 메츠 유소년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박: 일단 새터라이트 감독이라고 해서 2군 총감독이 있고, 18세 팀 감독과 코치, 16세 팀 감독과 코치가 있다.
- 훈련 내용은 어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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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를 닮은 팀동료 스테판과 함께
| 박: 체계적일 거란 예상과 달리 의외로 많이 뛰게 한다.
김: 개인 운동은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쪽 선수들과 달리 따로 준비 안하면 몸싸움에서 밀리니까 몰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한다.
박: 정말 유럽 선수들은 몸이 뭘로 만들어졌는지, 별다른 훈련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강하다. 보통 15, 16세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
- 팀 내에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많나?
김: 브라질 쪽 선수들은 없고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다. 특히 예전에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 쪽이 많다. 아시아 선수로는 우리와 중국인 선수가 2명 더 있다. 중국인 선수 2명 중 한명은 정식 계약 선수고, 한명은 우리처럼 유학 프로그램으로 와 있다.
- 다른 선수들과는 사이가 어떤가?
박: 그곳이라고 한국과 별로 다를 건 없다. 성격 좋은 선수도 있고, 나쁜 선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친한 선수, 안 친한 선수가 구분된다. 실제로 패스 같은 걸 잘 안 해주는 선수들도 있는데, 처음에는 미니게임 뛰는데 패스 한번 못 받아본 적도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특히 같은 동양인이다 보니 중국선수들과는 친밀감이 생겨 친하게 지낸다.
- 리그 경기는 많이 보나?
박: 홈경기는 항상 동료 선수들과 함께 보러 간다. 메츠가 리그 중위권 팀인데 경기 내용을 보면 빠르다는 인상이 단번에 온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 같은 곳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규모 면이나 관중들의 열정 면에선 조금 역부족인 것 같다.
김: 그래도 관중들은 무섭다. 굉장히 시끄럽고 우리 편 선수일지라도 실수를 하면 바로 야유가 나간다.
- 어느 팀이 가장 인상적인가?
박: 모나코가 가장 인상적이다. 그 밖에는 파리 생제르망. 저런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팀들이다.
- 짧은 기간이지만 국내에서 배우던 것과 프랑스에서 배우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
김: 지도 방식이나 지도자들의 수준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라도 운동할 때의 긴장감만큼은 프로선수 같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하는 플레이를 유도한다.
박: 국내에서는 성적을 내야 하다 보니 개인 발전보다는 팀 발전 위주의 훈련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철저하게 개인 기술 향상 위주로 훈련한다. 선수 개인의 측면에서는 그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
- 시설 면에서는 어떤가?
김: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 연습경기를 하면서 국내의 프로팀의 경기장이나 클럽 하우스에 가봤는데, 메츠 정도 수준의 팀이 갖고 있는 시설과 국내 정상급 팀의 시설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 팀에서 코치들이 각자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던가?
김: 포지션 상 몸싸움을 많이 해야 되는데, 강하게 부딪히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데도 수비력에 문제가 있다고 말을 했다.
박: 나한테는 관심이 없는지 별로 말해주지 않는다.(웃음) 국내에 있을 때부터 돌파 후 마무리가 안 좋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그 곳에서도 그런 지적이 많다.
- 포지션 변경에 대한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김: 가서 실제로 측면 미드필더로 몇 번 나선 적이 있다. 축구를 시작하고 거의 중앙에서 뛰었는데 측면은 요구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정말 힘들었다.
박: 팀이 4-4-2와 3-5-2를 번갈아 쓰는데 포메이션에 따라서 중앙 포워드도 보고 윙도 본다. 중학교 때부터 그런 식으로 뛰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 같이 간 김종필 코치와는 자주 만나나?
김: 그곳 코치들과 함께 훈련이나 시합에 참가하시니까 매일 뵙는다. 선생님께서는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지 않고 따로 집을 구해 지내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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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정훈(좌)과 김태연(우) ⓒ스포츠인터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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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U-16 대표팀에 대한 안타까움이 클 것 같다. 최종예선을 통과했으면 지금쯤 페루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고.
김: 많이 아쉽다. 숙소가 맞지 않아서 컨디션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북한과의 경기 때는 포메이션도 갑작스럽게 바뀌어서 혼란스러웠던 점도 있고. 그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3-5-2였는데...
- 알버츠 감독의 포메이션 변경이 무리였다고 생각하는가?
박: 그렇진 않다. 원래 상대에 맞춰서 포메이션을 바꾸시던 분이니까. 하지만 3-5-2 포메이션은 그 전에 한 두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던 포메이션이다 보니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 셋 중에 어느 선수가 가장 외로움을 타나?
박: (추)정현이 형이 가장 많이 타는 것 같다. 평소에 집으로 전화도 자주 하는 편이고 처음 도착했을 때도 돌아가고 싶다고 그랬고.(웃음)
- 본인들은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나?
박: 솔직히 힘들 때는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내 미래를 위해 한 선택인 만큼 어떻게든 버티자고 마음을 바로 잡는다.
- 올해 6월까지 머무는 것으로 계약이 되어 있는데 이후엔 어떻게 되나?
김: 일단 협회와의 계약이 끝난 뒤 메츠가 원할 경우엔 계속 머물게 된다.
박: 한국의 학교 입장에서는 성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 남길 바라지 않는 눈치다.(웃음)
- 최종 목표를 듣고 싶다.
김: 앞서 얘기했지만 유럽 선수들 틈에서 직접 부딪히며 몸싸움이나 적극적인 플레이를 강하게 하겠다. 스피드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될 필요성을 느낀다. 6월에 계약이 끝나도 현지에 꼭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청소년 대표팀에 대한 욕심도 있다.
박: 유학을 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내 축구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좋은 길이 열렸다. 후회를 남기지 않게 노력하겠다. 프랑스 선수들이 강하니까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뛴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반드시 그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원하겠다. 한국 축구의 주축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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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추정현 얼굴이네..처음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