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주인수권증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기업들이 물량 압박으로 고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은 꾸준히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시키라고 독려하고 있는데,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
신주인수권증서란 상장기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따로 떨어져나와 거래되는 상품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증권과는 다르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신주인수권증권에 비해 거래기간이 짧고, 한번 유상증자 청약때 참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진다.
최근 현대상선(011200)은 동양증권에서 "현대상선 원주를 팔고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수하라"란 보고서가 나오면서 홍역을 치렀다. 동양증권이 이같은 보고서를 낸 근거는 신주인수권증서 가격에 유상증자 가격을 합친 것이 현재 주가가 돼야 하는데, 신주인수권증서가 원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이론적으로는 신주인수권 가격에 유상증자 가격을 합친 것이 현재 주가가 돼야 하지만 현대상선은 800원의 차이가 있다"며 "지금 신주인수권을 매수하면 원주를 사는 것에 비해 3.4%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자 당일 현대상선 주가는 한때 5% 가까이 떨어지다가 결국 2%대 약세로 마감했다.
이같은 현상은 현대상선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말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시킨 대우증권(006800)과 LG전자(066570)의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원주 매도 뒤 신주인수권증서 매수'의 투자를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미셀, 락앤락 등도 바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통 신주인수권증서가 원주보다 싸기 때문에 흔히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주인수권증서는 왜 원주에 비해 저평가될까. 이는 유상증자를 받을 생각이 없었던 개인투자자들이 가격에 상관 않고 신주인수권증서를 마구잡이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상선 신주인수권증서의 경우 상장 이틀째인 28일 38.80%, 29일 25.11%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등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시키라고 해서 따르는 기업이 많긴 하지만 원주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한편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시키는 기업은 지난해까지는 거의 없었다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생겨났다. 이달 들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신주인수권증서가 상장폐지되면서 현재 거래되는 신주인수권증서는 신성솔라에너지, 주성엔지니어링 둘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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