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왕” 권도형, 11개월 해외도피중 위조여권 쓰다 체포
[‘테라’ 권도형 체포]
‘50조원대 피해’ 테라-루나 발행… 코인 가격 폭락 직전 싱가포르 출국
인터폴 적색수배 등 수사망 좁혀와… 몬테네그로 공항서 UAE가려다 체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뉴시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측근인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23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지난해 4월 권 대표가 한국을 떠나 해외 도피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이다. 유럽에 있는 몬테네그로는 권 대표가 최근 머물던 세르비아 바로 옆 국가다.
●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UAE 향하다 공항에서 덜미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인터폴에서 특정한 위조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수속을 밟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적 위조 여권이었지만 실제 영문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을 사용해 인터폴 적색 수배 중인 인물로 확인될 수 있었다”며 “지문 대조로 신원 확인을 완료했고 현재는 몬테네그로에 구금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 등이 소지하고 있던 수하물에선 위조된 벨기에 여권도 발견됐다. 이 여권은 이름과 생년월일도 위조됐다고 한다. 현지 당국은 권 대표 일행의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에서 11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권 대표는 입국 절차 없이 차량으로 세르비아에서 몬테네그로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뒤 그해 9월 권 대표 송환을 위한 각종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권 대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어 10월에는 외교부를 통해 여권 무효화 조치도 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지난해 9월 전후부터 세르비아를 도피 장소로 택해 현지에 주소 등록까지 마쳤다. 아직까지 세르비아에서 국내로 범죄인을 인도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다 권 대표가 다시 두바이로 향하려고 한 건 최근 검찰이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망을 좁혀왔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과 법무부 고위 관계자를 직접 세르비아 현지로 파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 수사당국이 국제공조 사상 최초로 세르비아에 긴급인도구속 등을 청구하는 등 현지 법무부, 검찰, 경찰과의 검거 협조 요청 절차가 진행되자 권 대표가 도피 장소를 옮기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가상화폐의 왕 체포돼”
필리프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400억 달러 규모 손실의 배후에 있는 인물을 여권 위조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했다”며 “그는 세계적 지명 수배자인 한국의 권도형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대 피해를 입힌 권 대표의 체포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미 연방검찰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사기 및 시장조작 공모죄 등 8건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권 대표가 체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의 일이다. 영국 BBC도 이날 “지명수배 중인 가상화폐의 왕(Cryptocurrency King)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최미송 기자, 구민기 기자, 김수현 기자
몬테네그로 당국, 권도형 체포 하루만에 기소… 韓 “범죄인 인도 청구”… 美도 신병확보 나서
[‘테라’ 권도형 체포]
한국, 수사팀 현지 파견 방안 검토
재판상황 따라 송환 장기화될 수도
싱가포르도 ‘800억 사기’ 수사 착수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당국에 기소됐다. 한국과 미국 당국이 각각 권 대표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가운데, 몬테네그로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권 대표가 인도될 국가와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은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한 권 대표와 관계사인 차이코퍼레이션 한창준 전 대표 등 2명을 이날 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전날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지 하루 만이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24일 권 대표를 법정에 출석시켜 한국과 미국 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해 송환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몬테네그로 당국에 요청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이라며 “법률과 국제협약에 따라 신속히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미국 등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국가에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제법은 피의자를 체포한 나라에서 송환할 국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3일(현지 시간) 권 대표의 미국 인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주요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다루는 뉴욕남부지검(SDNY)에서 수사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백악관은 20일 하원에 제출한 연례 ‘대통령 경제보고서’를 통해 “(테라와 루나는) 신속자금 이체(fast payment)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당국도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경찰도 8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피소된 권 대표에 대해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권 대표의 혐의를 우리 사법 관할권 안에서 입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과도 권 대표의 송환 등을 두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각종 외교채널로 몬테네그로 당국과 접촉하고, 법무부 및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 국내 송환까지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판이 시작되면 현실적으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며 “이후 복역 중에 국내로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임시 인도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김수현 기자
檢 “권도형 배임 등 7개이상 혐의”… 美, 증권사기 등 8개 혐의 기소
[‘테라’ 권도형 체포]
공동창업자 신현성 회사 압수수색
美언론 “FTX 파산 權 연관성 조사”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관해 각각 최소 7, 8개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권 대표 체포로 수사가 본격화되면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당시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공모규제위반), 사기, 배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사수신,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등 7개 이상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를 조사하기 전 파악한 일부 혐의일 뿐, 직접 불러 조사하면 혐의 및 죄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줄곧 국내에 머무른 권 대표의 측근 겸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해 이날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서울 성동구에 있는 신 대표의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신 대표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발행을 강행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사기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기각된 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 뉴욕 남부지검은 23일(현지 시간) 공개한 공소장에서 권 대표의 혐의를 사기 공모, 사기 및 시장조작 공모, 상품 사기, 증권 사기, 전신 사기 등 8개로 적시했다. 특히 상품·증권·전신 사기에 대해서는 혐의 시기를 각각 2019∼2022년, 2021∼2022년의 두 차례로 구분해 총 6개를 적용했다.
미 당국은 지난해 11월 파산한 미 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테라 및 루나의 연계 여부 또한 조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뉴욕 남부지검은 화이트칼라의 금융범죄 수사로 유명하며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 수사도 이곳에서 맡았다.
이채완 기자,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