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첫 재판… 檢 “은폐 지시” 서훈 측 “가당치 않아”
서훈-박지원 등 은폐혐의 전면 부인
서훈 측 “복사본 일부 지운것과 같아”
朴, 법원 출석 도중 유족 항의받아
24일 오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왼쪽)에게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박 전 원장 앞 하얀 재킷)가 달려들어 “사과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수감 중)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첫 공판에서 은폐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고 이대준 씨가 피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며 “이미 국정원과 국방부, 안보실 수백 명이 아는 사실이었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했는데 은폐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주장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월북몰이’ 혐의에 대해서도 “안보실은 각 기관이 만든 첩보를 공유하도록 해 실체적 진상 규명을 위한 적절한 방책이 뭔지 고민했을 뿐 허위로 조작해서 정보를 만들어낼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대북감청정보(SI·특수정보)를 삭제한 혐의에 대해서는 “SI 삭제는 소위 기밀정보의 배포 대상 조정의 일환이었고, (더욱이) 원본이 남아 있어 증거로 낼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복사본 100부를 만들었다가 70부를 지운 것 같은 상황인데, 뭘 은폐하려고 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 박 전 원장 측도 이날 재판에서 “의사 결정 지위도, 실제 지시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측도 “첩보자료 유출을 막기 위한 합리적 판단”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이 이 씨가 북한군에게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의무를 방임한 것”이라며 “이 씨가 북한군에게 피격당해 사망했고, 자진 월북으로 조작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더 큰 피해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망한 이 씨의 형인 이래진 씨는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을 월북자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며 “공정하고 냉철한 재판을 통해 진실 규명 앞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박 전 원장이 법원에 출석하는 길에 “유족인데 한 말씀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유튜버 등과 뒤섞여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