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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펄 벅
작가는 무척 유명한 작가란다.
대표작은 <대지>라는 작품인데, 읽진 않았어도 대부분 제목은 알고 있고,
그 소설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들 있을 거야.
아빠는 너희들만 할 때 책을 잘 안 읽었단다.
추리 소설이나 가끔 읽고 그랬지.
그런데 중학교 때인가 어느날 친구 집에 놀러 갈 일이 있었는데,
친구 집에 세계문학전집이 있던 거야.
당시 책에 대해 잘 모르던 아빠에게는 그 세계문학전집이 무척 부럽고 멋있더구나.
그 전집에 <대지>라는 책도 있었단다.
아빠도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 친구한테 <대지>라는 책을 빌려 달라고 했어.
아마 그 전집 중에 책 제목이 익숙한 몇 안 되는 책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렇게 읽은 책이 <대지>라는 책인데,
줄거리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고전 소설은 요즘도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이 있는데 말이야.
그때 좀더 책읽기를 즐겨했다면 좋았겠지만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았지. ㅎㅎ
펄 벅 작가는 <대지>를 비롯해 중국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쓰셨고
그런 작품들로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도 수상하셨단다.
펄 벅 작가가 중국에 대해 잘 알았던 이유는
생후 3개월 만에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서 중국에 갔다가
거의 40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았다고 했어.
1910년부터 1914년까지 대학교 때문에 미국에서 지내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934년에 다시 미국으로 떠났는데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중국에 가지, 아니 갈 수 없었다고 하는구나.
마오쩌둥이 펄 벅을 제국주의 시각으로 중국을 왜곡한 작가라고 해서
중국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래.
그런데 미국 내에서는 친중 작가로 사찰을 받기도 했었다고 하는구나.
…
아빠는 어른이 되어 펄 벅 작가의 책은 <연인 서태후>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리고 그 때 펄 벅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사생아들을 미국 입양을 알선해 주는 펄 벅 재단을 우리나라에 세우기도 했대.
그리고 우리나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쓰셨다고 말이야.
아무래도 중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 대해서 알게 되고
우리나라에 대한 소설을 쓰셨나 보다, 생각했단다.
나중에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읽게 되었구나.
제목은 <살아있는 갈대>
페이지가 무려 648페이지나 되는 대작이란다.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단다.
펄 벅 여사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나라 작가도 이렇게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단다.
구한말부터 해방까지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당시 우리나라 역사도 고스란히 다 담겨 있었단다.
그리고 옮긴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장영희 교수님과 아버지 장왕록 교수님였어.
옮긴이들 또한 훌륭하신 분들이셔서 그런지
외국 작가가 쓴 것을 번역한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단다. 완벽 그 자체였단다.
이렇게 완벽한 소설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그리고 이런 소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구나.
최근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인데,
이 책이 좀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누군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주면 안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단다.
….
펄 벅 여사는 우리나라에 방문할 때마다
사람들의 품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하는구나.
이 말은 아빠가 이번에 읽은 <살아있는 갈대>라는 책머리에 적혀 있단다.
펄 벅 여사는 우리나라 이름도 갖고 계신데,
성은 ‘벅’과 발음이 비슷한 박,
이름은 ‘펄’을 번역한 진주.
박진주.
아빠가 너희들에게 펄 벅 여사의 한국이름을 맞춰보라고 퀴즈를 냈는데,
Jiny가 단방에 박진주라고 이야기해서 아빠도 깜놀했었지 ㅎㅎ
자, 그럼 <살아있는 갈대>는 어떤 책인지 아빠가 왜 이리도 극찬을 했는지 이야기해줄게.
1. 구한말
이야기는 1881년 한양에서 시작한단다.
김일한은 양반집의 장손으로 아내 순희가 있고,
큰 아들은 김연춘, 둘째 아들은 이제 갓 태어난 김연환이었어.
김일한의 할아버지는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고위관리였단다.
1881년은 명성황후의 실질적 권력을 잡고 있었는데,
김일한은 명성황후의 측근으로 일하고 있었단다.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은 계속 대립관계에 있었으니
할아버지와 김일한은 어찌 보면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구나.
김일한의 아버지도 조정에 드나 드시는데,
아버지는 고종과 친분이 있단다.
김일한은 아버지와도 정치적 노선이 달랐던 거야.
김일한은 신식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양책도 많이 봤단다.
김일한은 명성황후와 자주 대면하여 나랏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명성황후는 청나라와만 교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어.
일한은 서양의 강국들, 특히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어.
그런 강한 나라가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했어.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던 시기였거든…
일한은 명성황후의 허락을 받고 전국을 돌면서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전국을 돌고 몇 달 만에 다시 돌아온 한양은 모든 것이 싹 바뀌어 있었단다.
명성황후는 어디론가 쫓겨나갔고 흥선대원군이 다시 정권을 잡고 있었어.
급히 집에 돌아온 일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단다.
명성황후가 자신의 집에 피신해 있었던 거야.
일한은 명성황후를 모시고 충주에 가서
그곳에 있는 친구의 집에 숨겨 두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한양에 온 일한은 측근들과 명성황후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작전을 짰단다.
머리를 싸매보았지만 결국 청나라의 도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청나라 군사가 와서 대원군을 잡아내어 청나라로 호송해 갔단다.
대원군은 청나라까지 글려가서 연금 당했단다.
아, 나라의 힘이 이리 없었구나.
대원군이 잘못한 것이 있다고 한들 왕의 아버지인데,
다른 나라 군인들이 끌고 간다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로구나.
이걸 본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어찌 생각했겠는가.
대원군이 청나라로 끌려 간 이후 명성황후는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
김일한은 다시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단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거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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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우리가 정말로 경계해야 할 나라는 노서아와 일본입니다. 이 두 나라의 통치자들은 탐욕스럽고, 그 국민들은 통치자의 속셈을 모릅니다. 더구나 그 나라들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작은 나라이므로 야심이 큽니다. 작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못하기 때문에 한번 야심을 품으면 무섭습니다. 일본은 큰 머리를 가진 작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야심이 없는 큰 나라와 맹방이 되어야 이 작은 나라의 침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청나라라 할지라도 지금은 우리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양 우방을 가져야 합니다. 이홍장은 이 점을 알고 우리에 대한 종주권을 유지하려고 협조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더러 미국과 조약을 맺으라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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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풍전등화
어느날 갑자기 김일한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장례식을 치른다고 한동안 조정일을 보지 못했지.
장례식을 다 치르고 얼마 후, 고종의 호출이 있었단다.
고종은 어린 시절 왕위에 올랐지만 아버지 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자신은 허수아비였어.
나중에는 커서는 명성황후가 대원군과 대립하면서 또 존재감이 없었단다.
이제서야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단다.
고종의 호출을 받은 김일한은 고종과 대면했단다.
미국에 다녀오라는 지시를 받았어.
조선과 미국 사이의 수교 준비를 위해서 다녀오라는 것이었어.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이 가는데 함께 다녀오라고 했단다.
민영익, 홍영식, 서광범은 실존인물이고 그들이 미국에 다녀온 것도 사실이었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채경서와 <서유견문>으로 유명한 유길준도 함께 동행했단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자연스럽게 잘 엮여 있는 소설이구나.
…
그렇게 김일한은 미국 워싱턴에 도착을 해서
미국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다시 제물포에 도착을 했단다. 이때가 1884년 5월이었어.
고종은 미국을 다녀온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단다.
그렇게 세운 대표적인 것이 우정국이고 그 외에도 개혁을 시도했단다.
하지만 어려워진 백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어려운 삶에 동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단다.
김일한의 첫째 아들 김연춘을 가르치는 선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도 동학도였어.
그리고 동학운동이 일어나게 되면 김일한의 집안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한의 식구들을 미리 시골 본가로 이동시켰단다.
김일한은 동학에 안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들의 선생이 동학이라는 것에 배신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그로 인해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단다.
자신의 정체를 밝힌 선생은 일한의 집을 떠나게 되었단다.
시골에 있으면서 일한은 책을 쓰고 아들들의 가르치면서 지내고 있었단다.
….
시간은 잘도 흘러 10여 년이 흘렀어.
큰아들 연춘은 한양으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해서 했는데,
일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허락을 해주었단다.
얼마 후 보은이라는 곳에서 동학운동을 했는데,
아들 연춘도 가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연춘은 한양에 가서 어렸을 때의 선생님과 계속 연락을 했었나 봐.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아 오래전부터 동학에 빠져 있었고…
동학운동이 성공하면 좋았겠지만,
조정은 동학운동을 제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청나라와 일본의 힘을 빌려 진압하게 된단다.
또다시 다른 나라의 군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동학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단다.
그런데 또 하나의 비극. 청나라 군대와 일본 군대가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단다.
청일전쟁은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단다.
이제 우리나라는 풍전등화의 운명이었어.
어느날 알고 지내던 미국인 외교관이 일한을 찾아왔단다.
한양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어.
일한은 변복을 하고 한양에 도착을 했는데,
궁 안이 일본인 무사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단다.
그 날이 바로 명성황후에 일본인 무사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날이었단다.
나라의 힘이 약해져서 결국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이로구나.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란다.
3. 독립을 위하여
2부는 1910년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이 소설이 1881년에 시작했으니,
약 30년 정도가 흘렀고, 등장인물들의 나이도 그렇게 먹었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김일한은 야학을 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단다.
큰아들 연춘의 소식은 끊긴 지 오래였단다.
둘째 아들 연환은 29살이었고, 경성에서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었어.
연환은 아직 결혼 전이고 최인덕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
최인덕도 여학교의 선생님이었고 기독교도였어.
연환은 시대 흐름에 따라 신식으로 결혼을 하였고,
일한과 순희는 신식 결혼을 반대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였단다.
김연환과 최인덕은 아들과 딸을 낳았단다.
어느날 깊은 밤 연락이 끊겼던 연춘은 부모님을 뵈러 왔단다.
연춘은 그 동안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번에 국내 잠입을 했다고 했어.
앞으로는 인편으로 가끔씩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단다.
...
얼마 후 선천이라는 지역에서 다리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이 있었는데,
일한은 혹시나 연춘이 연루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재판에 가보았는데,
역시나 재판장에 연춘이 당당하게 앉아 있었단다.
‘살아있는 갈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던 전설적인 독립운동가가
바로 연춘이었던 거야.
결국 연춘은 감옥에 들어갔단다.
연춘은 왜 자신의 별명을 ‘살아있는 갈대’로 했을까?
하나가 꺾여도 다시 다른 갈대가 자라는 생명력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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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제 이야기는… 아버님께서 제 얼굴을 영영 보지 못하시게 되면… 제 이름을 영영 들으실 수 없게 되면… 이 아들 역시 하나의 갈대였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제가… 갈대 하나가 꺾였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수백 개의 갈대가 무성해질 것 아닙니까? 살아 있는 갈대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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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독립은 이제 불가능한 것인가.
이때 전세계적으로 식민지 국가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이가 있었으니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었단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의 통치를 받고 있는 나라들의 독립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으로
희망을 안겨 주었단다.
이게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8년 즈음에 발표한 걸 거야.
그런데 아빠가 알기로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진 독일과 그들에 편 들었던 나라들에게
식민 통치를 받는 나라들의 독립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어.
전쟁에서 이긴 연합국의 통치를 받는 식민지는 해당이 안 되고...
그런데 일본은 당시 연합국 소속의 승전국 소속이었지.
그래서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우리의 독립을 주장하려고 갔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단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우리나라 백성들에게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여러 가지 요인들과 합쳐져서 3.1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단다.
연환도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어.
너희들도 알 듯이 3.1운동은 비폭력 평화 시위 운동이었잖아.
하지만 일본은 경찰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대응했어.
어느 곳에서는 교회에 사람들을 가두고 불을 지르기도 했단다.
수원 제암리 학살 사건이라고 실제 있었던 잔인한 사건인데,
이 소설에서 그 제암리 학살 사건도 각색해서 실려 있었단다.
연환이 불 타는 교회에 아내 인덕과 딸이 갇혀 있다고 소식을 들었어.
이 소식을 듣자마자 교회로 간 연환.
자주 갔던 교회라서 비밀 출입구를 알고 있었고,
그곳은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아내와 딸을 구하기 전에 교회가 무너지는 바람에 연환도 함께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날 교회에 가지 않았던 아들 김양 혼자만 남게 되었어.
4. 해방은 되었지만...
연춘은 감옥에서 탈출한 후에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단다.
지금은 북경 지역에 있었어.
연춘은 독립운동을 위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았단다.
그런데 연춘을 사랑하던 동지 한녀가 찾아왔어.
사실 연춘도 속으로 한녀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단다.
멀리까지 찾아온 한녀를 더 이상 내칠 수 없어서 그녀와 함께 지내기로 했단다.
몇 달이 지나고 한녀는 임신을 했어.
연춘은 조심하지 않았냐고, 지금 독립운동에 매진할 때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는 식으로
차갑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에 한녀는 연춘을 떠났단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한녀는 돌아오지 않았어.
연춘은 한녀도 찾을 겸 독립운동의 정황도 살필 겸 남쪽으로 내려갔단다.
상하이와 광둥 지역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만났어.
독립운동이 길어지면서 독립운동도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고,
연춘은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단다.
그러다가 소년 김약산을 만나 함께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어.
소설 속 김약산은 나이가 맞지 않았지만 아마 약산 김원봉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것 같았어.
독립운동을 계속 하던 연춘은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고,
한녀를 찾아 길을 떠났단다.
한녀의 흔적으로 찾아 북경, 만주, 시베리아까지 갔고
수소문 끝에 아들 샤샤를 만났단다.
세월은 꽤 흘러서 아들 샤샤는 이미 십대 후반이었어.
한녀는 이미 오래 전에 죽고 샤샤는 고아원에서 지냈다고 했어.
연춘의 죄책감은 얼마나 컸을까.
연춘은 샤샤에게 잘 이야기해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고향에는 아직 연로하신 부모님 일한과 순희가 있었고,
혼자 살아남았던 조카 김양이 있었어.
샤샤와 김양은 사촌지간인데 태어나서 처음 만나게 되었단다.
둘은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지.
한편 일본은 미국을 침공하게 되고 미국이 일본에 반격을 하면서
일본은 급격하게 국력이 쇠락하게 되었단다.
이제 우리나라도 독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춘도 독립 국가에 대한 준비를 했어.
그리고 드디어 해방이 되었어.
해방에 큰 도움을 준 미국들이 국내에 들어와 환영회를 했단다.
많은 우리나라 백성들이 모여들었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
질서 유지를 한다면서 미군은 일본 경찰을 앞에 세웠고,
만세를 부르는 우리나라 백성들이 혼란스럽다면서 총까지 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기도 했어.
그렇게 죽은 사람 중에 불운하게도 연춘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아, 그 오랜 세월 일본 경찰에 쫓기면서 독립운동을 했는데,
해방 조국에서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그렇게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펄 벅 여사께서 주인공을 마지막에 죽게 했을까? 궁금했단다.
생각해보니 평생 독립 운동을 한 이들 중에
해방 이후에 허망하게 암살당한 여운형, 김구 같은 분들이 있단다.
힘든 독립운동을 모두 이겨내서 해방을 이뤄냈는데
이런 허망한 죽음이 현실에도 있었던 것을 아시고
주인공 또한 그런 비슷한 죽음으로 소설을 끝내신 것 같구나.
....
아빠가 첫부분에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은 술술 잘 읽혀진단다.
속도감도 있고, 서사도 있었어.
너희들도 나중에 크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강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 후에,
회사 동료 분께서 혹시 괜찮은 책 좀 추천해 달라고 하셨어.
그래서 다섯 권 정도 추천해 드렸는데,
그 중에 이 책 <살아있는 갈대>도 포함했단다.
이 책을 일고 펄 벅 여사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
유튜브도 보긴 했는데, 평전이나 전기를 보려고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은 없더구나.
조금 안타깝구나.
우리나라에 애정을 갖고 계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셨는데....
펄 벅 여사가 쓴 다른 책들도 또 읽어봐야겠구나.
음, 읽어야할 책들은 점점 쌓여가고
아빠의 읽는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구나.
자,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단기 4214년, 서기로는 1881년이었다.
책의 끝 문장: 대문 너머 하늘에는 새로 나온 달이 높이 떠 있고, 달 아래로는 늘 보는 별이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책제목 : 살아있는 갈대
지은이 : 펄 S. 벅
옮긴이 : 장영희, 장왕록
펴낸곳 : 길산
페이지 : 648 page
책무게 : 1166 g
펴낸날 : 2014년 04월 28일
책정가 : 18,000원
읽은날 : 2023.04.15~2023.04.18
글쓴날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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