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천근만근…근육 아니고 OO 문제라구요?
여름에는 유난히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더운 날씨에 짧은 반바지를 입다보면 자연스레 다리에 튀어나온 혈관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월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사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오는 증상 말고도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하지정맥류는 어떤 질환일까?
왼쪽 다리에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인 혈관돌출이 생긴 모습. ST BARTHOLOMEW HOSPITAL
하지정맥류(Varicose veins)는 하지(下肢‧다리와 발) 정맥이 어떤 이유로 인해 짙은 보라색 또는 파란색 꽈배기 모양으로 돌출돼 부풀어오르는 상태를 뜻한다.
모든 정맥에서 정맥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하지정맥류 발병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보행과 직립 자세가 하반신 정맥의 압력을 증가시켜서다. 정맥의 혈류를 심장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절하는 정맥 내의 판막이 높은 압력을 받아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혈액이 정맥에 고이면서 압력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것.
혈관외과 교수는 “여름철에 하지정맥류 환자가 많은 것은 날씨가 덥다는 이유도 크다”며 “온도가 높아지며 혈관이 확장되면 다리에 머무는 혈액이 많아지고, 이에 다리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면서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하지정맥류의 대표 증상으로 ‘다리 혈관의 돌출’을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특히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혈관 돌출을 경험한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외에도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으므로 ▲다리의 피로나 무거운 느낌 ▲국소적으로 타는 듯하고 쑤시는 느낌 ▲간간히 칼로 찌르는 듯한 느낌 ▲경련성 통증(쥐가 나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기 쉽다. 이러한 증상은 아침보다는 오후나 야간에 두드러진다.
교수는 “판막이 망가지게 되면 다리에 있는 혈액이 정체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리 혈관의 돌출이 없더라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하지정맥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정맥류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다. 압박스타킹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으며, 경화요법(정맥류에 약물을 주입해 폐쇄시키는 치료 방법)이나 수술적 치료 후에도 보조적인 치료로 시행한다. 특히 임신 시에 발생하는 정맥류는 이러한 압박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정맥류용 압박스타킹은 다리가 붓기 전인 아침 일찍 착용하며, 서 있지 않아도 되는 저녁에 벗게 된다. 착용 시에는 스타킹에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주름이 생기면 압력의 분배가 역전돼 주름의 아래 부위에서 다리가 더 붓게 되는 현상이 발생해서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을 통해 정맥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적인 수술법으로는 피부를 절개해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절개술보다는 작은 구멍을 뚫고 문제되는 혈관에 도관을 삽입하고, 열이나 접합제 혹은 경화제를 주입해 폐쇄하는 수술법이 많이 시행된다. 혈관을 폐쇄하면 하지에 정체되는 혈액이 없어지면서 혈액은 다른 혈관으로 우회해 흐르게 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일으킨 증상들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