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상망(長毋相忘)
長 (길 장) 毋 (말 무,없다)
相 (서로 상) 忘 (잊을 망)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자.'
이 말은 세한도에 인장으로 찍힌 말입니다.
"우선(藕船), 고맙네!
내 결코 잊지 않음세!
우리 서로 오래도록 잊지 마세!"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추사가 먼저 쓴 것이 아니라
2천 년 전 한나라에서 출토된 와당에서 발견된 글씨입니다.'
金正喜 筆 歲寒圖[김정희 필 세한도]
김정희의 대표작.
조선 말기를 풍미했던 김정희의 문인화 이념의 최고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국보(1974.12.31 지정). 종이 바탕에 수묵. 세로 23cm, 가로 61.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말기를 풍미했던
김정희의 문인화 이념의 최고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당세한도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의 변함없는 의리를 날씨가 추워진 뒤 제일 늦게
낙엽지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하여 1844년 제주도 유배지에서 답례로 그려준 것이다.
그림 끝에 작화 경위를 담은 작가 자신의 발문과 청대 16명사들의 찬시가 적혀 있고,
이어 뒷날 이 그림을 본 김정희의 문하생 김석준(金奭準)의 찬문과
오세창·이시영(李始榮)의 배관기 등이 함께 붙어 긴 두루마리를 이루고 있다.
옆으로 긴 화면에는 오른쪽에 '세한도'라는 제목과
'우선시상'(우선 이상적에게 이것을 줌)·'완당'이라는 관서를 쓰고,
'정희'와 '완당'이라는 도인을 찍었다.
그림 자체는 단색조의 수묵과 마른 붓질의 필획만으로 이루어졌으며,
소재와 구도도 지극히 간략하게 다루어졌다. 이와 같이 극도로 생략되고
절제된 화면은 직업화가들의 인위적인 기술과 허식적인 기교주의와는 반대되는
문인화의 특징으로 작가의 농축된 내면세계의 문기와 서화일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한도’ 오른쪽 위에 화제(畵題)를 보면
"추운 그림일세, 우선(藕船), 이 것을 보게, 완당"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완당은 김정희이고 우선은 제자 이상적입니다.
매년 중국에서까지 가서 마련한 책들을 자신의 유배지까지 보내준 제자
우선 이상적 에게 완당이 감사의 마음을 그려 보낸 그림입니다.
늙은 소나무 옆에 곧은 젊은 소나무를 봐도 알 수 있지만 화발에서
공자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며
늘 한결같은 제자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을 받은 제자 이상적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상적은 ‘세한도’를 받아보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으며 〔…〕
참으로 과당하신 말씀입니다.”
스승의 글과 그림을 엎드려 읽으며 스승의 쓸쓸함과
고뇌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어
눈물로 읽어내는 제자의 막연함에 저 스스로 숙연해 집니다.
‘세한도’ 오른편 아래 구석에 한 문장이 찍혀 있습니다.
인문(印文)은 ‘장무상망(長毋相忘)’ 입니다.
2천년 전 중국 한대의 막새기와에 찍혀있는 명문인데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상적이
스승에게 받은 그림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장무상망 ‘오랫동안 잊지 말기를!’
이 얼마나 가슴 벅찬 글귀입니까?
각박한 세상에서 그 누구에게
‘영원히 서로 잊지 말자’는 맹세를 받는다면
얼마나 가슴 뭉클하겠습니까?
'생자필멸'이라는 말처럼,
살아있는 것은 모두 쓰러지고
결국에는 사라집니다.
그러나 추사와 그의 제자 이상적이 나눈 그 애절한 마음은
이렇게 오늘도 살아서 우리를 감동 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 추사를 생각해 준
사랑 하는 제자에게 추사는 세한도를 주면서 요즘 말로 가볍게
'영원불멸'이라 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안으로 다스려
'장무상망'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 애절함이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입니다.
당신이 외로울 때 힘이 되어줄 사람,
장무상망의 그 사람이 당신에게는 있습니까?
세상을 살면서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長毋相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어야 내 인생은 헛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