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잡다한 수많은 생각이 합쳐지고 나누어지고 부서지기를 거듭하며 교차하다가 정리된 듯 그럴 성싶은 생각을 찾아내면서 횡재한 셈이다. 잠시 엉뚱한 생각에도 젖어 본다. 산에서 있다고 산만을 보고 산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것 하나에 푹 빠져드는가 하면 이것도 저것도 함께 더불어 하나로 보기도 하고 쪼개 보기도 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끼어들기도 한다. 한가하다 싶어 잠시 마음을 방목하면 할 일 없이 빈둥거릴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는 일 없이 더 바쁘다. 잡다한 헛생각이 설친다. 그러다가 보면 잡념만 생긴다. 머리는 잠시라도 비워두면 엉뚱해질 수도 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이 많아 무주공산인 줄 알고 덤벼든다. 제대로 된 장수가 아니라 조그만 배짱도 없는 오합지졸의 잡다한 것들이 모여들어 세력 다툼이라도 할 기세로 어수선하다. 그것도 대책 없이 무작정 소란을 피우다가 모조리 쫓겨나며 투덜거린다. 항상 빈 수레가 요란해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래서 머리도 빈틈을 주면서 놀리면 안 된다. 바쁘게 돌아가야 그래도 쓸 만한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은 생각을 불러온다. 끝 모르게 끼리끼리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때로는 화두를 던지듯 밑도 끝도 없이 중간에 툭 튀어나와 예사롭지 않게 보이며 긴장하게 한다. 은근히 힘을 실어주며 기대해 본다. 대개는 할 일 없던 것들이 기회라도 잡았다는 듯 케케묵은 지난 것을 꺼내 들고 나선다. 그런가 하면 무관한 남의 이야기도 끼어든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이처럼 실속 없는 생각들의 홍수로 걷잡을 수 없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에게도 나름대로 보는 이미지가 있어 마구잡이가 아닌 어느 정도는 기본이 있고 생각이 걸맞아야 한다. 헛된 생각에 휘둘리다 그간 쌓은 것까지 무너져 내린다. 헛된 생각은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용도 폐기해야 덜 피곤하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생각도 오래 멎으면 윤기를 잃는다. 하지만 휴가까지는 못 주어도 머리도 가끔은 비우고 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