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칼이 빚어낸 한글의 변주, 김영배 박사의 판본체 세계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서예와 전각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청운 김영배 박사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한글 서예’ 중심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리는 ‘현대한국박사명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1. 판본체에 불어넣은 현대적 조형미
한글 판본체는 조선 시대 인쇄술과 함께 발전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온 소중한 유산이다. 김 박사는 단순히 옛 글씨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본 고유의 정갈함과 품격 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입혔다. 전각과 서예로 다져진 탄탄한 내공을 직선의 간결함 속에 녹여내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필치로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확장하고 있다.
2. 거침없는 운필과 절제된 파격
그의 작품에서는 판본체 특유의 ‘곧음’을 넘어선 자유로운 변주가 돋보인다. 좁은 공간을 경영하는 전각의 섬세함과 한문 서예의 거침없는 필법이 조화를 이룬 것으로 읽힌다. 타자와 다른 김 박사만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질박함과 굳센 필치로 남성적인 필압과 속도감을 통해 획의 굵기에 변화를 주어 리듬감을 살려내고 있다.
둘째, 금색으로 휘호한 작품들은 기존 먹 작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하고 화려한 심미안을 선사한다.
셋째, 차별화된 개성으로 화려한 장식성의 궁체보다는 절제된 긴장감과 간결미를 추구하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현대적 조형성을 확보하고 있다.
3. 필획에 담긴 진심과 생명력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김 박사의 판본체는 필압과 운필 속도의 미세한 조절을 통해 획 하나하나에 묵직한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한문 서예와 전각을 융합해 판본체의 미학을 재해석하려는 작가의 굳은 의지가 감상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솔직하면서도 졸박한 멋과 깊은 여운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앞에서, 글자라는 형상을 넘어 작가의 마음속 작품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마주하게 된다. 전통의 무게를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심미 탐구를 이어가는 김영배 박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