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교회 주보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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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슬라베시 긴급구호 활동보고
지난 9월 28일 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개척자들>은 그곳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했습니다. 청파교회는 그 활동에 재정을 지원했습니다.
10월 7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익산 간사)
동갈라 해변에 설치되어 있는 임시 재난 부스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바로 2016년 아체주 피디 자야에 있었던 지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모습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전기는 끊겼고, 무너진 집 옆으로 천막을 연결해 잠자리와 쉴 곳들이 임시로 만들어진…. 그렇지만 제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구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10월 16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유복희 간사)
이제 이곳은 긴급 대응을 마치고 일상의 회복 단계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 후에는 재정착을 위한 임시 거처와 장기적인 재건축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일상 회복이라고 함은 금이 가거나 중간 정도 부서진 공공건물들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과 학교나 보건소 등 공공건물이 문을 열고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임시로 텐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입니다. … 저는 그곳에서 어린이 케어 프로그램을 이곳 친구들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익산은 지역의 공공건물들의 해체를 돕고 정리하는 일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그곳은 아직 전기가 연결되지 않아서 통신이 두절된 곳이어서 일주일간 소식을 전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10월 17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유복희 간사)
이런 재난 지역에 와 있으면 평소에 생각했던 평화의 이미지가 더 절실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밥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밥상에 둘러 앉아 함께 식사하기를 간절히 원하나 그럴 수 없어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밥을 짓는 어머니는 잃어버린 아들 생각에 눈물이 가려 밥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또 다른 가족을 위해 어렵게 어렵게 힘을 내십니다. 마음에 상처들을 안고 급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10월 21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유복희 간사)
아이들은 변화된 일상에 적응이 빠릅니다. 무너진 학교 더미 옆으로 세워진 임시 천막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됐습니다. 오전, 오후로 진행되는 시간 이외에도 천막 안에서는 끊임없이 웃음과 소란이 진동합니다. 수업을 마치면 우리 모두는 계곡의 강으로 뛰어 듭니다. 물살이 꽤 쎄서 아이들이 염려가 됐지만, 그런 난 중심을 잃고 굴러 자갈들에 상처가 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거침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강물을 타자
조릅니다.
11월 6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익산 간사)
아체에서 술라베시로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살며 새로운 가족들도 생겼습니다. 지금은 긴급대응의 마지막 작업인 재건과 회복을 위한 단계로 넘어 갔습니다. 저희의 도착을 아이들과 공용 부엌을 지키던 인부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런 따뜻한 환대는 마치 제가 집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정말로 따뜻한 환대였습니다. 임시 천막 안에서 아이들이 다시 웃고 미소 짖는 것을 보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11월 16일자 보고 중에서 (보고자 : 유복희 간사)
임시로 지은 집들이 복구되고 학교가 지어지려면 아마도 2년은 걸릴 것입니다. 긴 시간입니다. 마을이 힘을 모아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이분들이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에게 관용을 일상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교실 안에 크리스천과 모슬렘이 함께 있지만 이 아이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문제를 풀고 함께 놀이를 합니다. 함께 작업을 한 살루아 마을 풍경에는 교회와 모스크가 나란히 한 개씩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교회를 하나 더 그리면서 다른 친구에게 모스크도 하나 더 그리라 합니다. … 저는 이 마을에서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많이 먹먹했습니다.
- 개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