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81 - 철인은 건재했다 남극 대륙을 처음 걸어서 횡단한 라인홀트 메스너(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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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4.29. 15:40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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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철인은 건재했다
남극 대륙을 처음 걸어서 횡단한 라인홀트 메스너(1990년)
요약 라인홀트 메스너는 산소통을 쓰지 않고 초모룽마에 오른 최초 인물이자 히말라야의 8,000m봉 14개를 다 오른, 말 그대로 ‘철인’이었다. 1989년, 메스너와 아르베트 푸크스는 최초로 걸어서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기록에 도전했고 서로를 의지하며 남극 대륙을 횡단했다.
1990년 사상 최초로 걸어서 남극 대륙을 횡단한 라이홀트 메스너(왼쪽)와 아르베트 푸크스
남극 대륙 탐험에 관한 한 영국인들은 가슴에 맺힌 것이 많다. 남극해를 처음 탐험한 사람은 영국인 쿡 선장인데(1774년), 그가 멀리 대륙이 바라보이는 남위 71도 10분에서 돌아선 뒤, 대륙을 발견한 영예는 브랜스필드(영국)를 이틀 앞선 1820년 1월 20일 벨링스하우센(러시아)에게 돌아갔다.
남극점 최초 정복 경쟁에서도 영국은 1908년 섀클턴이 남극점을 겨우 156km 앞두고 식량이 모자라 돌아온 뒤에, 1912년 스콧마저 아문센(노르웨이)에게 경쟁에서 지고 말았다.
영국은 남극 대륙 횡단에서 만큼은 첫 영예를 차지하고자 1914년 섀클턴이 도전했으나, 그가 타고 간 인듀런스호가 얼음에 갇혀 283일이나 남극해를 떠돌다 부서져 실패했다. 영국의 집념은 1958년에 비로소 이루어졌다.
비비언 푸크스 박사가 이끄는 영연방 남극횡단탐험대가 1957년 11월 24일 웨들 해에 면한 섀클턴 기지를 떠나 1958년 3월 2일 맥머도 만의 스콧 기지에 이르러, 최초로 남극 대륙을 횡단한 것이다. 그러나 99일 만에 3,473km를 주파한 이 탐험은, 스노 캐터필러 트랙터(스노캣)를 이용함으로써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높이 평가할 수가 없다.
1958년 차량을 이용해 사상 최초로 남극 대륙을 횡단한 영연방 남극횡단탐험대 대장 비비언 푸크스 박사(오른쪽)와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도중 1958년 1월 19일 남극점에 닿았다.
1958년 크레바스를 건너다 캐터필러가 망가진 영연방 남극횡단탐험대의 스노캣(snow cat)
남극 대륙을 횡단한 두 번째 기록도 영국인이 세웠다. 1980년 래널프 파인스가 남극점과 북극점을 돌아오는 사상 초유의 지구 세로 일주 탐험을 하면서, 69일 동안 4,185km를 달렸다. 그런데 이 역시 스노모빌을 타고 해낸 것이어서 내세울 기록이 못된다.
남극 대륙을 걸어서 횡단한 첫 기록은 오스트리아계 이탈리아인 라인홀트 메스너와 독일인 아르베트 푸크스가 세웠다. 그들은 1989년 11월 13일~1990년 2월 12일 92일간 론 빙붕에서 스콧 기지까지 2,480km를 걸었다.
영국에서는 다시 래널프 파인스와 마이크 스트라우드가 '중간에 보급을 받지 않고 걸어서' 대륙을 횡단한다는 가장 어려운 목표를 내걸고 1992년 11월 9일 굴드 만을 출발했지만, 1993년 2월 11일 스콧 기지를 540km 앞둔 비어드모어 빙하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식량이 바닥난 데다 출발 직후 동상에 걸린 파인스의 오른발이 자꾸 썩어들었기 때문이다.
구조되었을 때, 영하 45도 혹한에서 매일 25km씩 강행군한 이들의 몸무게는 파인스가 95kg에서 65kg으로, 스트라우드가 72kg에서 51kg으로 줄어있었다. 그들은 95일간 2,152km를 걸음으로써, 극지에서 중간 보급 없이 걸은 종전 기록 1,992km(1909년 섀클턴)를 깬 것에 만족해야 했다.
걸어서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최초 기록에 도전한 메스너는, 산소통을 쓰지 않고 초모룽마에 오른 최초 인물이자 히말라야의 8,000m봉 14개를 다 오른 철인(鐵人)으로 유명하지만, 함께 나선 푸크스도 한 해에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밟은 진기록 소유자이다.
그런데 그들의 모험은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그들을 출발지인 필히너 빙붕까지 태워다 주기로 한 캐나다 회사의 비행기가 연료가 부족하자 론 빙붕에다 내려준 것이다.
1989년 11월 13일 론 빙붕 한모퉁이 남극 대륙과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하고 나서도 두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잇달아 생겼다. 둘쨋날 메스너의 침낭 깔개가 바람에 날려갔으며, 나흘째에는 거리측정기를 잃어 버렸다. 게다가 날씨가 너무 나빠 그들의 행군은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설원에서는 강풍에 밀리고, 그곳을 지나자 티엘 산맥에 가로막혔다.
12월 6일 두 사람이 가까스로 중간 보급소에 도착했을 때 약간 작은 스키 장화를 신은 푸크스는 발이 아파 몹시 괴로워했다. 보급품을 전하는 캐나다 회사 사람에게 메스너가 불만을 터뜨렸다.
"당신네 제품이 좋았다면 우리는 두 배나 빨리 걸었을 거요."
그 무렵 메스너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의 발은 고름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1989년 12월 31일 그들은 아침 일찍 남극점에 도착했다. 아문센 · 스콧 기지의 미국인들을 깨우자 그들은 반색하며 따뜻이 맞아 주었다.
1990년 1월 3일 메스너와 푸크스는 1912년 스콧이 걸었던 길을 따라 출발했다. 푸크스의 상처 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푸크스는 종종 메스너보다 1시간쯤 늦게 캠프에 도착했다.
그럴 때마다 메스너는 세찬 바람 속에서 혼자 텐트를 쳤다. 그들은 가끔 바람을 등에 받을 때면 낙하산을 돛처럼 이용해, 거기에 매달려 달렸다. 그러다 한번은 메스너가 줄을 놓쳐서 넘어지는 바람에 팔꿈치를 삐기도 했다.
1990년 2월 12일 그들이 스콧 기지에 닿던 날, 남극 대륙 최장거리 횡단에 나선 윌 스티거 탐험대는 일곱 달째 5,280km를 행군하고 있었다.
▼ 관련 기록은 * 1958년 / 비비언 푸크스가 차량을 남극대륙 횡단 * 1981년 / 래널프 파인스가 스노모빌로 남극대륙 횡단 * 1990년 / 3월 윌 스티거 여섯 나라 탐험대가 개썰매로 남극대륙 횡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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