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프로젝터 팬 소리가 거슬린다. 모두 진지하게 스크린을 바라본다. 송강호의 얼굴로 크로징이 되며 “살인의 추억”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다. 짐 브래스 경감 피곤한 표정으로 벽으로 걸어가 불을 켠다. 프로젝터 꺼지고 프로젝터 팬 소리가 멈춘다. 약간의 침묵. 환해지는 방. 길 그리섬 반장은 서류를 뒤적인다.
브래스:
서장이 왜 이걸 보고 이야기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군.
캐서린:
한국에 무슨 정치인이 부탁하지 않았나요. 서장은 선거 생각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워릭:
이걸 보고 무슨 이야기할게 있겠어요. 여긴 라스베가스예요.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칵테일 파티 조크도 되지 못할 이야기예요.
닉: (껄렁하게 웃으며)
칵테일 파티엔 안가는 걸로 아는데. 워릭.
닉을 째려보는 워릭, 느글거리며 웃는 닉.
새라: (농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을 10명이나 강간하고 죽인 범인이 어떻게 잡히지 않을 수가 있죠? 그 자식을 찾아야 해요.
그런 놈은..
그리섬: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안경을 벗으며)
새라. 어떻게 남자라고 확신하지?
새라:
모두 강간 당했잖아요.
닉:
연쇄 살인범의 97%는 남자죠.
워릭:
게다가, 시체에서는 정액이 발견됐지만 여자가 정액을 만들기는 어렵겠죠.
그리섬:
좋은 지적들이야. 하지만, 사체에 발견된 정액으로 용의자를 찾아내지는 못했지.
캐서린:
그건, 당시에는 DNA 검사 시설이 없어서 그런 거잖아요.
새라: (짜증내며)
잠깐만요. 그리섬 반장님은 범인이 정말 여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섬:
우리는 과학자야. 발견된 물증으로 과학적인 추론을 해야 해.
범인이 남자라는 확증은 없어.
이런 강간의 흔적이나 정액 같은 것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지.
캐서린:
반장님. 하지만, 이런 연쇄 살인범이 여자라는 건 잘 상상이 안 되는걸요?
그리섬: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연쇄 살인범이라는 증거도 없어.
같은 수법이라는 것이 반드시 동일범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
일순 침묵이 흐른다
닉: (분위기를 살피며)
그럼, ‘범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가 유일한 단서군요.
그리섬:
증거는 있어.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야. 로카르의 법칙을 잊어서는 안돼.
워릭:
접촉하는 두 개체는 서로 흔적을 주고 받는다는 거군요.
맞는 말이지만,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가요.
브래스 경감:
이봐 그리섬, 저 영화에 저 친구들은 경찰들이야. 그것도 현장 경찰이지.
현장 경찰들한테 무슨 법칙 같은 건 의미 없어. 경찰은 범인을 잡는 것뿐이야.
워릭:
영리한 놈 인건 분명해요. 머리카락도 지문도 아무것도 안 남겼잖아요.
새라:
현장이 저렇게 훼손되면 증거가 있었더라도 남아있기 힘들 거 같은데.
닉:
게다가, DNA 검사도 할 수 없고 ……
DNA 검사만 할 수 있었어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렉을 보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DNA 조사를 하도록 …
그러고 보니 그렉이 안 보이는군, 그렉은 어딜 갔지?
워릭:
너바나 공연을 본다고 하던데.
닉:
너바나?
커트코베인의 그 너바나?
워릭:
그 너바나.
닉:
혹시 커트코베인은 죽지 않았나.
워릭: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
그렉 이야기로는 시애틀에서만 죽었다는군.
닉: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커트코베인의 시체 사진이라도 보여줘야겠군. 법 의학 책을 찾아보면 나오겠지.
브래스 경감:
그런데, 한국은 그렇게 작은 나라인가?
그 형사는 미국은 넓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고.
한국은 좁아서 자기처럼 수사해야 한다고 했지 아마.
새라:
아마, 50분의 1쯤 될걸요. 미국의.
브라스 경감 :
대충 네바다 주만 하겠군.
그리섬:
한국은 역사적으로 법의학에 대한 연구가 발달한 국가였어.
조선, 그러니까. 한국의 왕조시대 때는 증수무원록언해라는 법의학 책도
출판 되었고 검안이라는 법의학자도 있었지.
당시 수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
워릭:
그런 것에도 관심이 있으시군요.
그리섬:
작년 법의학 잡지 7월호에 실린 내용이야.
아시아 국가의 법의학 역사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 한번 읽어보도록 해.
새라:
DNA를 검사할 수 있다고 해도
범행이 일어난 일은 모두 비 오는 날이라 DNA정보가 훼손되거나 희석되지 않겠어요.
그리섬:
영화에서는 훼손되지 않은 DNA 정보가 2군데 나왔어. 어딘지 알겠나.
닉:
정액에 있는 건 분명할 테고.. 나머지 하나는 ……
그리섬:
성기에서 나온 과일조각들이지.
범인은 분명히 일부를 먹었거나 입에 댔을 가능성이 높아.
그랬다면 DNA 정보는 과일이나 피해자의 신체에 남아있겠지.
캐서린:
그런 더러운 짓을 하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군요.
그리섬:
또, 그 과일 조각은 범인이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판별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지. 일반적으로 과일의 위 아래를 바꿔서 껍질을 깍지는 않아.
그러니까. 조각난 과일을 복원시키고 껍질이 깎긴 결을 관찰하면 오른손 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가능성은 낮은 단서지만 말이야.
워릭:
영화에선 정확하게 나오질 않았잖아요.
그럼, 통조림에서 나온 과일이면 어떻게 하죠.
그리섬:
통조림이라면 더 많은 단서를 주지.
우선, 통조림은 성분으로 정확한 통조림의 상표를 알아낼 수가 있겠지.
그 통조림의 디자인이나 이름 같은 것으로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 자료로 삼을 수가 있지. 더 중요한 건 통조림은 같은 것들이 많이 생산된다는 점이야.
새라:
그렇군요. 같은 통조림을 찾을 수 있어요. 같은 시기에 제작된 같은 통조림을 발견한다면 …… 범인이 그 통조림을 어디에서 샀는지 알 수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할 수도 있어요.
그리섬:
그렇지.
워릭:
하지만…… 어쨌건 범인은 잡지 못했어요.
캐서린:
그 부모들은 평생 가슴 아파하며 살겠죠.
강간에 살인이라니,
세상에.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으로써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상황이에요.
새라:
살인의 추억이라니. 차라리 강간의 추억이라고 이름을 짓지 그랬어.
닉:
워워. 새라. 진정하라구 영화일 뿐이잖아.
브래스:
실제로 사람이 죽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지.
이봐 그리섬. 난 말이야. (그리섬. 보면)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우리 일이란 건 실력이나 과학보다는 운이 더 필요한 것 같아.
그렇지 않나..?
워릭:
일반적으로 살인을 하는 동안 범인은 5에서 10개의 실수를 반드시 합니다.
우린 그걸 찾는 거죠.
브래스:
만약에, 실수를 안 하면 어쩔 텐가. 그래도 잡을 수 있을까.
모두 조용해지고.
캐서린: (그리섬 보며)
정말 살인의 추억인 된 걸까요.
그리섬:
잃어버린 시각이 기억하는 값진 보물은 잊을 수가 없는 법이지.
(He that is stricken blind cannot forget the precious treasure of his eyesight lost)
새라:
누구죠?
그리섬:
세익스피어야.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고통도 잊을 수가 없는 법이지.
그것도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살인의 추억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리섬 :
(모두를 돌아보며) 다들 롤러 코스터라도 타러 가지 않겠나.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쳐다보는 모두. 시선 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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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CSI 과학수사대에 빠져 있어서리 - -;;;
대단하지 않나요?
저번에 보니까 잉크로 번진 종이를 무슨 기계에 넣더니 원래 써있던 글씨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알아내더만요..
첫댓글 이거...누가 지어내신건가여????멀까..머져?
오우-개인적으로 워릭군과 그리섬반장님, 캐서린아줌마를 참 좋아한다는..특히 워릭군!!! +_+_요즘 ocn에서 월화는 시즌2를 수목인가는 번외편인 c.s.i마이애미를 하는데-늘 못 보고있다는-ㅋㅋ 원래 캐릭들이 좋아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