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잃게 된다. 누구도 못 바꿀 순서란다. 다른 일은 붙박이로 서 있고 이 일만 바람 갈기 날리며 온다. 저만치에, 바로 눈앞에, 지금. 아아 하늘이 쏟아져 내린다.
/김남조, 상심수첩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을 짐작하려 하지만 당신은 말이 없고, 끝나 버린 사랑은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았죠.
/황경신, 어느 비관주의자의 변명
그 시절 우리는 참으로 쉽게 좋아한다 말하고, 영원을 약속하고, 조건 없이 서로를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매 순간이 장밋빛이었을까, 가끔 놀랍도록 의아해하곤 합니다.
/염승숙, 겨울 추위 쓸쓸해지지 않기 위하여
너를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태어난다. 폭우가 나에게만 내린다. 지금 당장 천둥이라도 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길의 모래를 전부 셀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름만 읊어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진다. 그리움이 분주해진다. 나에게 다녀가는 모든 것들이 전부 너의 언어, 너의 온도, 너의 웃음과 악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모두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랑으로 저무는 것들이었다.
/서덕준, 자목련 색을 닮은 너에게
어느 순간부터 당신과 닿기만을 바라고 있다. 곧 죽어서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면서 하늘을 봐도, 비가 와도, 심지어 길가를 걸으면서도 당신 생각뿐이었다. 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앓을 병이 열병이고, 죽어서도 들끓는 가시밭길이라면 당신의 인생을 파노라마로 길게 깔고 물집이 잡힐 때까지 걷고 싶었다. 옆에서 걷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당신의 인생을 탐방하고 싶었고, 곁에서 숨 쉬고 싶었다. 평생의 소원이었다. 당신과 같은 길에 있어 보는 게.
/백가희, 소원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허연, 오십 미터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매 순간 좋아할 순 없는 거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매 순간 좋아했고 매 순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떠났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다. 한쪽은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 일. 나는 그게 슬픔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말은 알지 못하고 아직은 어떤 음식으로도 표현해낼 수 없다.
/조경란, 혀
인연인 줄 알고 묶어 둔 매듭이 더듬더듬 풀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이 자리에 이대로 가라앉아 있다. 그냥 여기까지였다고 그냥 말을 하면 그냥 여기까지일 것 같아 입을 다물고 먼 곳을 바라본다. 처음엔 달랐으나 도중에 같아졌으므로 앞으로도 여전하리라던 부질없는 믿음이 보풀로 흩어진다. 튼실했던 기억들은 어찌도 이리 연약한 시간 안에 담겨 있었을까. 함께 이정표를 세우며 걸어왔던 길은 어찌 이리 여러 갈래로 갈라졌나. 운명이라 알고 묶어 둔 삶이 너덜너덜 해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이 자리에 이대로 못 박혀 있다. 돌이킬 수 있을지도 몰라서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우리는 그냥 여기까지이지만 차마 여기까지일 수는 없어서.
/황경신, 그냥 여기까지였다고
내게도 마음이란 게 있다면 네 노래를 들을 때뿐. 비합리적으로 너를 사랑해. 부조리하게 너를 사랑해. 사람의 모순이 사랑을 만들어. 나머지 모든 것은 내게 소용없네. 네 노래는 나를 의심하고 네 노래가 없었던 나의 모든 날들을 환멸하네. 네 노래가 사라질 모든 날들을 환멸하지.
/김이듬, 싱어송라이터
너를 많이 사랑하지만 너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네 가까이로 갈 수 없었다. 그래도 너의 노래를 듣는 그 순간에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0으로 수렴되기도 했는데. 이제 너와 나의 거리는 얼마쯤인지. 이승과 저승의 거리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박사랑, 우주를 담아줘
이제는 잊으리. 두 눈 감고 수만 번 되뇌이지만 눈을 뜨면 어느 곳에 잘 걸려 있는 액자처럼 그대는 내 벽 속에 있다. 비로소 잊혀졌다 싶으면 빛바랜 노래로도 피어나고 세면대 비누 향기로도 피어난다. 그대는. 망각의 늪을 지나고 모든 사랑을 끝냈는데 그대는 여전히 내 벽 속에 갇혀 있다. 아직도 나의 사랑을 건드리고 있다.
/윤애라, 첫사랑
사랑한다고 말할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맺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세상의 덤불 가시에 살갗을 찔리면서도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걸. 혹여 되돌아오는 등 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려 가슴을 후비었을지라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걸. 고운 사람에게, 그리운 사람에게.
/나해철, 그리운 이에게
늦었지만 대답합니다. 사랑한다고. 그렇지만 당신을 기억할 수는 없다고. 영원히 기억할 수는 없다고. 기대해 주신 만큼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수가 없다고. 기억할 수가, 없었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지나간 사랑을 잊습니다. 살면서 어느 한순간 외롭지 않을 순 없는 거니까. 외롭게 되는 순간 잊어야 하니까. 지나간 이름부터 잊어야 살 수 있으니까.
/테오,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아직 따스한 내 손을 잡아 줘. 당신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나를, 나의 혁명을 추억이라고 말하지 말아 줘.
/박정대, 해적방송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이생진, 있었던 일
별이 진다. 깨진 어둠으로 그어 밤은 상처로 벌어지고, 여태 오지 않은 것들은 결국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그대로인 기다림으로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너는 환하게 벌어진 밤의 상처를 열고 멀리 떠났으니까.
/신용목,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를, 어쩌면 그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버둥거립니다. 당신이 잘 지내고 있다면 나 지금부터라도 잘 지낼까 합니다. 그런데 나,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못났고 마음도 엉망인데.
/이병률, 어쩌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
누군가를 찾는 걸 손사래 치게 하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놓게 만들어. 하지만 나 이렇게 무너질 수 없는 건 내 가슴속에 네가 있기에. 나의 마음 녹슬지 않게 찾아오는 아픔이기에 다시 이렇게 나는 또 부딪혀 살아감을 돌아보게 되겠지. 내 모습은 안개꽃처럼 흐릿하지만 아름다운 결실. 너라는 꽃 위에 뿌려 놓으면 그제서야 빛이 날지 모르지. 너를 위한 나의 운명일지도.
/김진호, 안개꽃
언제나 덤덤한 척 웃었던 네가 너무 그리워. 항상 부족한 날 감싸 안아 주던 너의 모습 떠올라 아파 와. 거친 파도처럼 지나 온 날들, 기억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 우리 함께한 시간을 잊지 마.
/SG워너비, 너를 그리다
어떤 말을 해야 울지 않겠소. 어떤 말을 해도 그댈 울릴 테지만. 수많은 별을 헤는 밤이 지나면 부디 아프지 않길.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가끔 그대는 먼지를 털어 읽어 주오. 언젠가 사랑에 대해 묻는 이를 만난다면 전부 그대였다고 말하겠소.
/SG워너비,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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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보고싶은 내 사랑아
너무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노래 들을래
얼마전에 문득 생각나서 영상찾아봤었는데 그리운사람...
행복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떤 글인지 알려 줄 수 있을까?
@feelin like a 알려 줘서 고마워! 수정했어
보고싶다...
좋은 글이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