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행
주말에 고향 걸음해서 마늘 심는 일을 도우고 온 시월 셋째 일요일 새벽이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지만 동이 트기 전 집을 나섰다. 다가오는 두 주는 연속해 지인 자제와 집안 조카 혼사가 있어 발이 묶일 듯했다. 그리하여 비가 예보 되었지만 우산을 받쳐 쓰고라도 어디든 뚜벅뚜벅 걸으려고 길을 나섰다. 창원실내수영장 앞에서 진해 용원 종점으로 가는 757번 버스를 탔다.
급행으로 다니는 좌석버스지만 기점 창원역에서 용원까지는 한 시간이 더 걸리는 운행 구간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에 탄 승객은 많지 않았다. 나처럼 종점까지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원은 신항만 배후지만 예전엔 가덕도를 바라보는 어항이었다. 지금도 좁은 물길을 틔워 놓아 각종 수산물들이 모여드는 어시장이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번 태풍 때는 물에 잠겨 피해가 컸다.
나는 용원 종점에서 부산 지하철1호선 하단역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녹산과 명지포구 시장을 지날 즈음 “여기는 을숙도입니다. 다음은 하단역 종점입니다.”에서 내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을 받쳐 썼다. 가을 이맘때면 을숙도에서 물억새나 갈대를 볼 수 있겠으나 나는 산책로로 들지 않았다. 강 건너 하단으로 걸쳐진 낙동강하구언엔 차량들이 질주하고 나는 인도를 따라 걸었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해 구불구불 천 삼백 리 흘러온 물길이 바다에 몸을 푸는 지점이었다. 하구언 안쪽은 민물이고 바깥쪽은 바닷물이 섞였을 테다. 철이 으르기에 겨울 철새들은 아직 보이질 않았다. 하구언은 제법 긴지라 강 저편까지 닿는데 시간에 걸렸다. 차량들만 쉼 없이 오가지 인도를 따라 걷는 사람은 혼자뿐이었다. 하구언 바깥 저만치는 엷은 안개 속에 을숙도대교가 보였다.
하단으로 건너간 나는 다대포 방향으로 강둑을 따라 걸었다. 비가 오는 날씨지만 내가 하루 걷기로 한 구간은 을숙도에서 다대포까지로 잡았다. 하단에서 다대포까지는 강변도로를 겸한 너른 자동찻길이다. 강변도로 곁으로는 산책로를 겸한 인도가 있다. 하단에서 을숙도대교까지는 강변 따라 산책로가 잘 되어 있었다. 그 이후는 근래 강변도로 확장공사로 산책로를 정비하는 중이었다.
평소 강변도로 산책로는 자전거 라이딩을 나선 이들이 간간이 지났는데 비가 와 그런지 인적이 끊겼다. 을숙도대교 바깥은 강물이 실어온 크고 작은 모래섬들이 여럿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 경작지도 아니었다. 철새들의 쉼터이며 습지 생물들에게 좋은 서식지일 것이다. 을숙도 건너편 명지지구 고층아파트는 시야에 흐릿했다. 더 먼 가덕도는 안개에 쌓여 산등선조차 보이질 않았다.
바다와 인접한 모래섬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전에 없던 고니나루쉼터가 조성되어 있었다. 쉼터에서 몇 지인에게 을숙도 다대포 풍광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 장림 산업단지를 지나 아미산 언덕엔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가까이 몰운대가 있어 몰운대 아파트라 이름을 붙였다. 일출보다 낙조가 아름답기로 알려진 곳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생태공원과 낙조분수공원이 들어서 있었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가 세어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다대포에 이르러 몰운대까지 나아가고 싶었는데 빗줄기가 조금 더 세차게 내려 마음을 접었다. 송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더니 괴정과 대티고개를 넘어 보수동을 지났다. 공동어시장에서 내려 충무동 새벽시장을 구경했다. 새벽이 아니어서인지 장터엔 손님이 드물어 한산했다. 가까이 바닷가 어항엔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 중이었다.
나는 자갈치시장 뒷골목을 따라 걷다가 생선구이집으로 들었다. 갈치와 고등어와 넙치로 구워진 차림이 나와 맑은 술을 몇 잔 곁들였다. 요기를 끝내고 식당을 나와도 비는 계속 내렸다. 남포동 거리엔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가 가득했다. 빗속에 중국인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지하철로 하단으로 나가 용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창원에 이르도록 빗줄기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