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삼국유사 일부와 시경 한 편을 읽어왔지만 이 글을 읽는 글읽는이의 저변에서는 ‘다 좋지만, 이렇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타당성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침전되어 있다고 본다.
이 침전물을 제거하지 않고는 이 글을 더 써나가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본 모든 과거를 전부 여기에 옮길 수는 없는 일.
어쩌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글읽는이를 모시고 일본으로 가보는 것이 단 시간에, 깨끗하게 침전물을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오게 된 곳이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 중의 하나인 규슈의 온천.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곳 온천들의 이름에는 ‘地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온천이라면 쾌적한 휴양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말도 안 되게 온천을 왜 ‘地獄’이라고 했을까?
모 방송국에서 이 온천을 취재하면서, 사연을 물었더니, 김이 서려서 올라가는 모습이 지옥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온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둘러댄 말에 취재 기자가 그냥 넘어간 셈이다.
이때 글쓴이가 이 이름의 뜻을 찾아낸 것은 10년이 넘도록 일본어를 연구해온 탓도 있었겠지만 천운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일을 계기로 귀한 우리의 역사를,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발굴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海地獄’을 ‘해지옥’이라고 읽지만 일본인들은 이 말을 ‘해지옥’이라고 읽을 수가 없다. 일본 글자 자체가 종성이라는 음을 표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도 하지만 세계의 어떤 언어에도 종성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무엇 때문에 ‘海地獄’이라는 말을 썼을까?
답은 간단하다. 일본인들이 발음하지 못하는 종성 ‘ㄱ’을 제거하고 읽어보면
‘해지오’ 다시 말하면 ‘해죠’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읽고 나니 이보다 더 매혹적인 온천 이름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龍卷 地獄'이라는 온천도 있다. 이 이름에서 종성을 제거하면 ‘요궈 지오’ 다시 말하면
‘요거 죠’라는 뜻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ガマド 地獄 (가마도 지옥)’
이 이름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 하다.
‘감아도 죠’ 다시 말하면 단순히 ‘감기만 해도 준다.’는 뜻이리라.
이것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血の池 地獄 (혈노지 지옥)’은 ‘혀 노지, 죠’라는 뜻이다.
이것을 아는 척 하고 ‘血の池’를 보고 ‘피의 연못’이 뭐야? 한다면 서울에서 온 촌놈 소리 듣기가 십상이다.
이곳은 地獄이 아니라 여기가 바로 지상 천국인 것을.
그러고 보면 온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地獄’의 뜻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말이 한 국말이라고 실토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규슈 온천 ; 남신웅 글)
여기에서 紀行을 그친다면 혹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확신을 가지고, 더 먼 과거로 가보기로 하였다.
최인호의 잃어버린 왕국 3편(182쪽)에 보면 ‘누가다’라는 여인에 대하여 밝혀둔 것이 있다. 그녀는 원래 大海人 皇子(후에 天武天皇)의 아내 이었으나 그의 형인 中大兄(후에 天智天皇)이 빼앗아 아내로 삼을 정도로 미모가 빼어났었다고 한다.
게다가 시가에도 능하여 제명여제(천지천황의 어머니)가 가까이 두고, 재능을 아꼈다고 한다.
어떤 일간지에서 소개하기를 ‘일본인들은 과거, 현재를 통 털어 그녀를 일본 제일의 미녀로 꼽는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만약 일본 역사에서 ‘누가다[額田]’가 사라진다면 일본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는 핵심 인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누가다[額田]’라는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밝힌 적이 없다.
사람은 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기네 이름에 귀한 의미를 부여하게 마련.
그러면 왜 그녀의 이름을‘누가다[額田]’라고 하였을까?
額田이라는 이름을 한자의 뜻으로 해석해 봐도 ‘이마, 밭’ 이라는 뜻 외에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안타까워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써보았다.
누가다額田
와! 여기에서도 천운이 닥아 왔다.
‘누가다額田’ 이 말에서 종성을 제거하면
‘누가 다애 저’라는 우리말이 나온다. 쉽게 이해를 돕자면, 잠결에 손을 뻗쳤는데 손에 ‘누군가의 몸이 다이어 져’라는 뜻이 아닌가? 놀랍고 흥분된 순간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것을 일본글자로 표기한 것이 ‘ぬか た額 田’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글에 아래와 같은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그러자
ぬかた [額田] 일본 제일의 미인. 天智天皇의 부인.
이라는 일어 단어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어라!
이렇게 놓고 보니
ぬか [額] 이마
た [田] 논
이라는 새 단어가 나오네?
게다가 우리말 ‘누가’가 일본말에서는 ‘이마’가 되어버렸잖아!
아하! 그래서 일본인들이 田자를 ‘다’라고 읽는구나!
그런데 왜 남의 나라 말을 이렇게 찢어놓아?
그래놓고도 죄송하다든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다.
모든 일본어라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누가다’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인물이다. 따라서 일본서기에 중요 멤버로 등장하는 天武天皇도 天智天皇도 훅! 하는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냥 재미있게 꾸며진 이야기에 불과하다.
일본인들은 이런 역사를 만들어놓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들의 역사왜곡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왜곡의 기재들이다.
거룩한 日本書紀(일본이 720년경에 만들었다고 주장)가 통째로 증발해버렸으니, 일본 사람들아! 이를 우에노?
여기까지 오신 글읽는이 여러분께서, 한자로 쓰인 ‘일본서기’도 당연히 ‘단군조선 글자’ 즉,우리말로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때부터 일본의 역사는 전부 조작된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러니까 ‘일본서기’는 일본의 역사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우리나라의 “깨物語”이야기며, 귀중한 우리의 고전이다.
바꾸어 말하면 오랜 옛날부터 일본인들은 한국말을 상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국말을 상용하는 이 나라가 백제 나라이지 어떻게 일본이라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글쓴이가 ‘옛 일본은 백제고을’이라는 책을 짓게 되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이 어령님의 글을 읽어보면 일본서기, 삼국유사, 시경 등 중국 고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어령님은 “남의 땅 끌어오는 신화, 역사로 바꿔서는 안 된다.” 제하의 기고문
(중앙일보 2005.3/21) 중에서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는 ‘구니비키(國引き- 나라 땅 끌어오기)”라는 신화입니다. 기운이 센 ’야스카미즈오미즈누노미코토(八束水臣津野命)‘의 신이 자기 나라 땅이 너무 좁고 작은 것을 알고 어디 남의 나라 땅을 끌어 올 데가 없나 높은 산 위에 올라 바다너머를 살펴봅니다. 그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신라의 곶’ 땅이었습니다.“ 라는 대목이 있다.
위 글 중에 ‘八束水臣津野命’이라는 신은 사실은 신이 아니다.
위 한자에서 종성을 제거하면 ‘파소, 수시 지야며’라는 우리말이 된다.
부연하면 ‘파소! 쑤셔져야 하며’라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한자로 기록된 긴 한국말을 일일이 한문 문장으로 바꾸는 일은, 고통도 고통이지만, 아무리 한문에 능하다고 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럴 때에는 긴 우리말 문장을 신의 이름으로 만든다든가 문장의 경우에 맞게, 산 이름, 강 이름, 지방 이름, 신사 이름 등으로 바꾸어 처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일본서기에서 천황의 이름이 엄청 긴 것도 이런 소치이다.
흔히 일본을 신의 나라’라고 하는데, 그 많은 신들은, 사실은 태어난 적도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르니까 ‘일본의 신화’라는 책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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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일본 지방 여행은 뜻을 이루고 완벽하게 끝났다. 덕택에 우리는 일본이라는 곳이 옛날 우리 선조님들이 살던 ‘백제의 고을’이었음을 확인했고, 다시 옛 중국으로 기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은 일본서기를 우리말로 읽는 방법에서 기원 전 500년경의 詩經을 우리말로 읽는 열쇠를 찾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에서 삼국유사를 읽을 때도 같은 열쇠로 비밀의 문을 열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압도해온 중국 역사의 허와 실을 알기 위하여 들린 곳은 東門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참 역사가 숨 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