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득 어버이날 ① 아들에게! 딸에게!
◀애비 (최백호) ◼린
◀엄마가 딸에게 ◼양희은 (ft:김규리)
◀아빠가 딸에게 ◼변진섭
◀아들(Anak) ◼양하영
◀Slipping Through my Fingers(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메릴 스트립 & 아만다 사이프리드
◉5월은 유난히 흰 꽃들로 눈이 부신 달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전후해서 피어나는 흰 꽃들이 5월을 하얀색의 달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짙어진 신록의 산으로 눈길을 주면 더 많은 흰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녹색의 신록 사이에 점점이 박힌 흰 꽃들은 숲을 더욱 멋쟁이로 만들어 줍니다.
◉당장 가장 많이 보이는 아카시아를 비롯해 층층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백당나무, 이팝나무, 산사나무,
쥐똥나무, 불두화, 말발도리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나무가 흰색 꽃을 피워냅니다.
찔레와 쪽동백 등 기다리던 나무들도 이제 곧 피워낼 흰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230여 종이 됩니다.
4월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흰색 꽃을 피워냅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입니다.
곤충은 꽃으로부터 꿀과 꽃가루 같은 먹이를 챙겨갑니다.
대신 꽃가루받이로 보답합니다.
그래서 꽃의 무늬와 색상과 향기는 꽃이 그들에게 보내는 유혹의 신호입니다.
그런데 벌과 나비는 흰색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혜로운 나무는 색소를 만드는데 굳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장을 싹 지운 순백의 청초한 연인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대신 색을 만드는 드는 에너지로 곤충을 유혹하는 보상책을 마련합니다.
고혹적인 향기와 맛있는 꿀, 풍성한 꽃가루면 곤충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략이 그것입니다.
흰 꽃을 피우는 나무는 이처럼 실속파입니다.
◉5월의 그 많은 흰 꽃 가운데 어버이날 전후에 피는 고광나무꽃을 만나면 어버이를 닮은 나무의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깜깜한 밤에 보면 한 줄기 빛을 내뿜는 듯하다.
그래서 홀로 빛난다.’ 청초한 흰 꽃을 피워내는 고광(孤光)나무에 대한 설명입니다.
2-3일 전부터 집 바로 옆 산에서 고광나무가 꽃잎을 열기 시작하더니 산 아래 가장자리를 고광나무꽃으로 둘렀습니다.
우리 산과 들에 자생해 온 친근한 꽃나무입니다.
수형도 꽃도 꽤 품위 있습니다.
꽃말을 ‘기품’, ‘품격’이라고 붙일 만합니다.
◉고광나무는 까다롭지 않은 넓은 마음씨를 지녀서 더욱 매력 있습니다.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고 주위가 시끄러워도 상관없습니다.
병충해에도 강하고 삽목을 해도 뿌리를 내려 잘 살아납니다.
굳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오이 냄새나는 새순은 봄나물로 인기 있습니다.
새순을 적당히 따주면 나무의 성장에도 도움이 돼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넓은 마음씨를 가지고 외롭게 홀로 빛나는 고광나무는 마치 어버이 같은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전후해 꽃피우는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자식이 어버이를 생각하는 날이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어버이의 마음도 다를 게 없습니다.
어버이가 자식에게 띄우는 노래에서 그 마음을 읽어봅니다.
◉5월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5월의 신부’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순백의 많은 꽃이 피는 달, 새 생명이 잉태되는 달 그 아름다운 5월에 결혼하는 신부를 행복한 신부의 상징으로 그렇게 부릅니다.
신부가 입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5월에 피는 흰색 꽃들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5월의 신부’가 입는 흰색의 웨딩드레스는 꿈의 드레스이자 인생의 한고비를 넘는 도전의 드레스입니다.
그 흰색은 순결과 정절과 다산을 의미합니다.
다음 차례 신부에게 넘겨질 하얀 부케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쁜 모습으로 결혼하는 딸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편하지 않습니다.
그저 결혼해서 잘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재혼해서 딸 하나를 둔 최백호는 훗날 결혼해서 떠나갈 딸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가 ‘애비’입니다.
노래를 만든 지가 30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에서 머물다 돌아온 1992년 복귀 앨범에 담은 노래입니다.
최백호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르는 린의 애절한 노래가 딸을 보내는 ‘애비’의 마음을 그려내면서
여러 사람의 눈시울을 젖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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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mUJXwHrMH4?si=kUvesmJXuteWKhBO
◉부모가 자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나 노래에는 어떤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그저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가면서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수 양희은과 그룹 ‘동물원’ 출신 소아과 의사 김창기가 2015년에 만들어 내놓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집가는 딸을 지켜보는 엄마의 아릿한 마음을 담아 시작합니다.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깝고 소중한 사이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멀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아파하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해 만들었다는 김창기의 엄마가 딸에게’는 먼저 엄마가 독백으로 딸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기에 양희은이 2절에 딸의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김규리가 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대학생이 된 김규리는 현재 진행 중인 New K-pop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 온 파이어’에 도전해 본선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양희은의 첫째 딸’로 자신을 소개하며 등장한 그녀를 양희은은 진짜 딸처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양희은의 동생 양희경이 엄마로 등장해 딸의 성장을 지켜보며 행복을 바라는 엄마의 모습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양희은은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있는 연대라고 말합니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더 많이 소통하며 후회 없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너의 삶을 살 것'을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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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rWuQI9ljsY?si=ZFUPfC-D8Tgi5di8
◉‘발라드의 레전드’로 불렸던 변진섭이 세상 모든 딸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노래입니다.
2018년 ‘하나뿐인 내 편’이란 드라마에 들어간 ost입니다.
드라마 속 아빠 최수종이 마음이 따뜻한 딸 유이에게 주문하는 내용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라.
슬픔을 꼭 안아줘라.
욕심내지 마라.
맘 가는 대로 꿈을 따라가라.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는 엄마가 돼라’고 부탁합니다.
◉팝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에 맞춘 변진섭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문하는 내용들을 정감있게 전합니다.
부제로 붙은 ‘to Jia’는 공동작곡가인 조단비가 네 살 난 딸에게 딸에게 보내는 마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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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wH8i2um-iQU
◉잘못된 길을 가는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세상 어디서나 같습니다.
국내에서 유행한 거의 유일한 필리핀 노래 ‘아낙’(Anak)이라는 노래가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곡으로 번안곡으로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입니다.
1978년 필리핀의 가수 프레디 아귈라(Freddie Aquila)가 부른 이 노래는 마닐라에서 열린
‘메트로 팝송 페스티벌’ 결선에 진출했던 노래입니다.
◉여기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노래 내용이 공감을 얻으면서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습니다.
57개국 27개 언어로 번안되면서 3천만 장의 앨범이 팔렸습니다.
게다가 비영어권 노래로 빌보드 hot 100 5위에 오르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오른 것은 한참 뒤의 일입니다.
◉‘아낙’은 한국에서는 이용복이 ‘아들’이라는 번안곡을 낸 이후 여러 가수가 커버해 불렀습니다.
나쁜 길로 들어서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아들을 감싸 안으며 부모가 항상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으나
돌아오라는 어버이의 노래입니다.
잘못된 아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어버이의 심정을 담은 이 노래를 싱어송라이터 양하영이
1년 전인 지난해 5월에 커버해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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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OKCGUOgKY?si=jtWwIy00mriXcke5
◉영화 ‘맘마미아’를 보면서 사람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을 노래와 장면으로 마무리합니다.
ABBA의 음악들로 만든 ‘맘마미아’에 등장했던 20여 곡 노래 가운데 손꼽히는 명곡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Slipping Through my Fingers)입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미혼모 도나가 20년 동안 혼자 키운 딸이자 새신부인 소피의
머리를 빗겨주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아바가 1981년 앨범에 담은 원곡은 딸이 학교를 가면서 함께 보낸 시간이 부족한 것을 후회하는 노래지만
영화 속에서는 싱글맘 도나의 딸이 결혼할 때로 바뀌었습니다.
◉시집가는 딸이 곁을 떠나는 데 대한 헛헛한 엄마의 마음을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묘사가 절묘합니다.
그러면서 멀어져가는 딸아이에 대한 사랑을 노래 속에 담았습니다. 도나역을 맡은 매릴 스트립과
소피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꾸미는 영화 속 클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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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pXTfloOk1o?si=T-OKcKFhH-IOdE2W
◉모든 어버이는 자식을 거쳐 어버이가 됩니다.
어버이가 되면 자신이 받은 많은 것을 자식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자식이 자라서 많은 것을 해주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면 그 끈을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서 헤어진 후에라도 관계가 산뜻해지고 애틋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식 사랑이 넘쳐서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만남과 이별은 이 세상에 사람이 등장한 이후 끊임없이 반복돼 온 인간의 숭고한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는 항상 사랑이 넘쳤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