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함지산 등산
최 순 태
매년 4월이면 대구에 거주하는 송설동문 및 가족 등반 행사가 실시된다. 작년까지 영신고등학교 인근 불로봉무공원 단산지 뒤편 산에서 등산을 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는 칠곡의 함지산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등산배낭에 우산과 우의를 준비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1호선 도시철도역으로 향하였다. 명덕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칠곡운암역에 도착하여 부지런히 집결장소인 운암중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길을 가던 도중 송설산악회 전임회장인 선배님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걸어갔다. 1km가 조금 넘는 거리였다. 선배님이 나에게 “우리는 산에 오르기 전 미리 등산을 한 셈이다.”라고 말씀하였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후배들 몇 명이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기수 동기회장도 먼저 와 있었다. 잠시 그간의 안부를 전하고 이야기 하다 보니 다른 동문들이 속속 행사장으로 도착하였다.
10시가 조금 지나자 오늘 산행대장의 주도하에 국민체조와 간단한 몸 풀기 운동(11가지)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국민체조를 하다보니 산행대장은 미리 집에서 비디오를 보며 연습을 많이 했노라고 우리들에게 얘기했다. 미리 준비하는 정성이 대단했다.
산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운동부족으로 몸이 굳어 있으면 산에서 사고가 날 수 있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어떤 형태로던 등산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등반대장이 선두에서 우리들을 이끌고 안내를 하면서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했다. 다행이 많은 비가 아니어서 그냥 걸어갔으나 중간 목적지인 팔각정에 다다르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우리 일행은 우산을 받쳐 들고 정상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갔다.
함지산 정상은 285M에 불과하나 적당한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어 등반하기가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산은 산 정부(頂部)가 뭉텅하고 평평해서 함지를 엎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한 임진왜란 이전까지 전략적 요충지로서 대구광역시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6호인 팔거산성이 위치한 곳이다.
정상에 올라 점심을 먹기로 하였으나 비가 많이 와서 우리 일행은 하산하여 식사를 하기로 하고 출발지인 운암중학교로 부지런히 내려갔다. 오늘 우리 동기들은 17명이나 되는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는다고 하는데 오늘은 궂은 날씨이고 비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등산객은 많지 않았으나, 그래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산에 오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고 하다. 오늘도 산을 오르다 보니 내 앞에서 걸어가는 어느 분과 등산코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임 대구송설동창회장님의 안부를 물어 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운암중학교로 다시 돌아오니 산행에 참가했던 동문들이 차례로 도착하였다. 잠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차려놓은 음식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3시경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간단한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축사, 대회사를 마치고 경품추첨이 있었다. 푸짐한 경품이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오늘 참석한 어떤 동문은 부부간에 경품이 당첨되어 기쁨이 배가되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등산도하고 선물도 받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동기 한명도 최고상인 순금 학교 배지를 받아서 모두가 축하하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친구들과 술잔을 들이키며 그동안 만나지 못하여 나누지 못했던 말을 하던 도중 고령에서 농기구 판매를 하는 어떤 친구가 내가 학원에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격증 취득 후 무슨 일을 하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직 생각중이다 하고 말하니 창업을 하려면 신중하게 할 것을 조언하였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월급쟁이로 살아와서 세상 물정이 어두우니 다른 곳에 취업을 해서 배운 뒤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오늘 우리 동기들이 많이 참가하여 참가상을 받았다. 행사 후 따로 모여서 다른 식당으로 가서 회포를 풀었다. 원래 이런 자리에서는 집안과 자식 이야기를 주로 한다. 그 중 어느 친구는 백세가 넘은 아버지의 근황을 들려주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어떤 친구는 두 아들이 각각 변호사와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묵묵히 듣고 축하는 하였으나, 아직 나의 두 아들이 그러지 못한 나의 처지를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그들도 열심히 하면 잘될 날도 오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해 본다.
오늘 산행은 햇볕이 많이 따갑지 않고 적당히 구름도 끼어서 땀도 나지 않고, 적당한 비가 와서 등산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유익했다. 특히 주관하는 후배들이 실속 있게 준비를 한 것 같다. 농촌출신인 내가 좋아하는 가중나물전, 장떡, 부추전 등 제철 야채로 만든 음식이 맛있었다.
논어(論語) 第六篇의 옹야(雍也)篇에 공자님께서 樂山樂水(요산요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다. 이처럼 좋은 날씨에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 산과 물을 보며 즐겁게 보낸 오늘이 좋다.
첫댓글 비오는 날의 등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송설 동문들의 동문과 가족까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것 같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길이 좋은 것은 좋은 동행이 있어서이고 산에 가면 누구나 좋은 동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동문이고 동창이라면.... 그 산 낮지만 만만히 볼 수 없는 매력있는 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함지산은 제가 좋아하는 산중에 한 곳입니다. 산세가 평탄하고 그늘이 많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이지요.
늘 좋은 산행되시길 바랍니다.
비 오는 날의 멋 있는 산행 글..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함지산에 몇 번 갔지만 산의 내력은 몰랐습니다. 자세히 설명한 글을 읽으니 눈앞에 함지산이 다시 그려집니다. 저도 좀 알고 다녀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동문들과 끈끈한 정을 나눈 우정의 산행과 뒤풀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소망하시는 대소사가 모두 원활히 성취되시길 기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함지산이 아디 있는지 모르지만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등산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겠습니다. 늘 좋은 만남이 되기를.
좋은 분들과 좋은 곳을 등산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행복...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행복 중에 하나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