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충기(畵餠充飢)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다는 뜻으로,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 또는 허황된 상상이나 공상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畵 : 그림 화(田/8)
餠 : 떡 병(食/8)
充 : 채울 충(儿/4)
飢 : 주릴 기(食/12)
그림에 그려진 떡이라는 아주 쉬운 비유로 우리 속담에 ‘보고 못 먹는 것은 그림의 떡’이란 것이 있다. 아무 실속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 말을 그대로 한역한 듯한 화중지병(畵中之餠)이란 성어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비유는 같지만 속담성어는 아닌 듯하다. 그림의 떡으로 굶주림을 채운다는 화병충기(畵餠充飢)의 고사가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만 그림 속에 있는 떡으로 허기가 채워질 수가 없으므로 실제 도움이 안 되거나 허황된 상상으로 자신을 위안한다는 것을 뜻했다.
진수(陳壽)의 정사 삼국지(三國志)중 위서(魏書)의 노육전(盧毓傳)에 실린 이야기다.
조조(曹操)의 손자인 조예(曹睿)가 즉위하여 위(魏)나라 2대 명제(明帝)가 됐다. 그에게는 총애하는 대신 노육이 있었는데 중랑장 노식(盧植)의 아들이었다.
일찍 부친을 여의었지만 전란과 흉년에도 가정을 잘 지키고 몸가짐을 바로 해 높은 신망을 받았다. 명제도 그의 충성심을 인정하여 요직에 임명했다.
어느 날 왕은 노육을 불러 중서랑으로 쓸 만한 사람을 천거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인재를 선발할 때는 명성만 보는 게 아니오. 명성이란 땅바닥에 그려 놓은 떡과 같은 것으로 먹지 못하는 것이오.'
選擧莫取有名 名如畵地作餠 不可啖也.
선거막취유명 명여화지작병 불가담야.
노육은 명성만을 믿고 인재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으나 덕망으로 이름이 난 사람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시를 통하여 발탁하는 제도를 갖추자고 건의했다. 그렇게 해서 관리 등용 제도인 구품관인법(九品官人法)을 다시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
왕이 아이디어를 주고 지혜로운 신하가 받들어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비유로 내세운 화중지병(畵中之餠)만 떼어내면 겉보기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을 못 채우는 성어가 된다.
▶️ 畵(그림 화, 그을 획)는 ❶회의문자로 畫(화)의 본자(본자), 划(화), 劃(화), 画(화)의 동자(同字)이다. 田(전)에 一(일)로 테두리를 두름(화; 사방으로 구획한 밭)와 손에 붓을 든 모양의 글자 聿(율)의 합자(合字)로 붓으로 밭의 경계를 그었다. 나중에 그림, 그리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畵자는 ‘그림’이나 ‘그리다’, ‘긋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畵자는 聿(붓 율)자와 田(밭 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畵자는 田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畵자의 갑골문을 보면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의 聿자 아래로 꽃무늬와 같은 획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畵자는 ‘그림’이나 ‘그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분할하다’나 ‘계획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畵(화, 획)는 ①그림 ②그리다 ③그림으로 장식된 그리고 그을 획의 경우는 ⓐ긋다(획) ⓑ분할하다(획) ⓒ구분하다(획) ⓓ계획하다(획) ⓔ설계하다(획) ⓕ꾀하다(획) ⓖ계책(計策)(획) ⓗ한자의 획(획) ⓘ꾀(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림 도(圖), 그림 회(繪)이다. 용례로는 사물의 특징을 과장하여 간단하고 익살스럽게 그리어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만화(漫畵),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엮은 읽을거리 또는 그림 연극을 극화(劇畵), 그림 연극을 화극(畵劇), 사람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으로 초상화보다 넓은 뜻으로 쓰임을 인물화(人物畵),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어 완성시킨다는 말을 화룡점정(畵龍點睛),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다는 뜻으로 아무런 실속이 없는 일 또는 허황된 상상이나 공상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화병충기(畵餠充飢) 등에 쓰인다.
▶️ 餠(떡 병)은 형성문자로 饼(병)은 통자(通字), 饼(병)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幷(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餠(병)은 ①떡(치거나 빚어서 만든 음식) ②밀가루 떡 ③밀국수 ④먹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떡국으로 가래떡을 어슷썰기로 얇게 썰어 맑은 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을 병탕(餠湯), 달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흰 떡을 월병(月餠), 찹쌀 따위의 차진 곡식으로 만든 떡을 점병(粘餠), 구멍을 뚫어 만든 떡을 공병(孔餠), 밤을 쌀가루에 섞어서 찐 떡을 율병(栗餠), 지저분하여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이르는 말을 저병(猪餠), 둥글게 만든 떡을 환병(環餠), 둥글거나 네모지게 빚어서 꽃무늬를 찍어 만든 흰떡을 절병(節餠), 고기를 넣어서 만든 전병을 육병(肉餠), 토란을 으깨어 즙을 내서 찹쌀가루에 섞어서 빚어 기름에 지진 떡을 우병(芋餠), 검은 빛깔의 떡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흑병(黑餠),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빵을 무교병(無酵餠), 송기를 멥쌀가루에 섞어 만든 떡을 송고병(松膏餠), 느릅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을 유엽병(楡葉餠), 상수리나무의 잎을 쌀가루에 섞어서 만든 떡을 상엽병(橡葉餠), 기름을 바른 흰 떡을 유백병(油白餠), 기름에 볶은 사삼을 넣어서 만든 떡을 유사병(油沙餠), 기름에 지진 떡을 두루 이르는 말을 유전병(油煎餠), 백미로 만든 떡을 백미병(白米餠), 귀리 가루를 꿀물에 반죽하여 석이를 넣고 찐 떡을 석이병(石茸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빚어서 기름에 지져 만든 떡을 나유병(糯油餠), 녹말에 붉은 빛깔을 들여서 만든 다식을 홍옥병(紅玉餠), 그림 속의 떡이란 뜻으로 바라만 보았지 소용이 닿지 않음을 비유한 말 또는 보기만 했지 실제로 얻을 수 없음이나 실속없는 말에 비유하는 말을 화중지병(畫中之餠), 그림의 떡으로 그림 속에 있는 떡은 보고도 먹을 수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마음에 들지라도 차지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지상병화(紙上餠畫), 양손에 떡을 쥐었다는 뜻으로 가지기도 어렵고 버리기도 어려운 경우를 이르는 말을 양수집병(兩手執餠), 독장수 셈과 그림의 떡이라는 뜻으로 헛된 생각일 뿐이고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옹산화병(甕算畫餠), 입에 맞는 떡이라는 뜻으로 제 마음에 꼭 드는 사물을 이르는 말을 적구지병(適口之餠) 등에 쓰인다.
▶️ 充(채울 충)은 ❶회의문자로 어진사람인발(儿; 사람의 다리 모양)部와 育(육; 자라다)의 생략형의 합자(合字)이다. 본디 뜻은 사람이 성장(成長)하여 커지는 일, 성장의 뜻에서 전(轉)하여 가득차서 아름답다는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充자는 '채우다'나 '가득 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充자는 배가 불룩한 사람을 그린 것이다. 소전에 나온 充자를 보면 배가 불룩한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아이를 밴 것인지 아니면 식사 후의 포만감을 뜻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充자는 볼록한 사람의 배가 강조해 그린 것으로 '가득 차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充(충)은 ①채우다 ②가득하다, 차다, 완전하다 ③갖추다, 채우다 ④기르다, 살이 찌다 ⑤막다, 가리다 ⑥덮다 ⑦담당하다, 대용(代用)하다 ⑧두다 ⑨끝나다, 끝내다 ⑩번거롭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메울 전(塡), 찰 만(滿), 찰 영(盈)이다. 용례로는 분량이 적적하여 모자람이 없음을 충분(充分), 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음을 충실(充實), 일정한 분량에 차거나 채움을 충족(充足), 모자라는 것을 채워 메움을 충당(充當), 축전지나 콘덴서 등에 전기를 축적하는 일을 충전(充電), 가득 참을 충만(充滿), 인원을 채움을 충원(充員), 어느 국부 조직의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양이 많아진 상태를 충혈(充血), 병역이나 부역 따위의 의무에 충당하여 복무 시킴을 충립(充立), 충당하여 올림을 충상(充上), 충실하게 기름을 충양(充養), 결원을 메워서 채움을 충차(充差), 천인에 편입 시킴을 충천(充賤), 추천 대상에 듦을 충천(充薦), 음식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고픈 배를 채움을 충복(充腹), 넓히어 충실하게 채움을 확충(擴充), 모자람을 보태어 채움을 보충(補充), 다른 것으로 대신 채움을 대충(代充), 바둑에서 자기가 돌을 놓으면 도리어 자기 수가 죽게 되는 수를 자충(自充), 겨우 채움을 구충(苟充), 신분을 낮추어서 천한 일을 하게 하는 처분을 강충(降充), 이전과 같이 채움을 환충(還充), 지위를 올려서 그에 알맞는 자리에 채움을 승충(陞充), 질은 돌보지 않고 그 수효만을 채움을 일컫는 말을 구충기수(苟充其數), 훌륭한 음식이 아니라도 입에 맞으면 배를 채움을 일컫는 말을 적구충장(適口充腸), 제 살을 베어내어 배를 채운다는 뜻으로 혈족의 재물을 빼앗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할육충복(割肉充腹), 무능한 사람이 재능이 체하는 것이나 또는 외람되이 높은 벼슬을 차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남우충수(濫竽充數) 등에 쓰인다.
▶️ 飢(주릴 기)는 형성문자로 饑(기)와 동자(同字), 饥(기)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결핍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几(궤, 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먹을 것이 결핍되다, 굶주림을 뜻한다. 그래서 飢(기)는 ①주리다, 굶주리다 ②굶기다 ③모자라다, 결핍(缺乏)되다 ④흉년(凶年) 들다 ⑤굶주림 ⑥기근(飢饉), 흉작(凶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주릴 아(餓), 주릴 근(饉),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배부를 포(飽)이다. 용례로는 굶주림을 기아(飢餓), 농사가 잘 안 되어 식량이 모자라 굶주리는 상태를 기근(飢饉), 굶어 죽는 것을 기사(飢死), 배가 고프고 목이 마름을 기갈(飢渴), 굶주린 얼굴빛을 기색(飢色), 배고픔과 배부름을 기포(飢飽), 흉년과 풍년을 기양(飢穰),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기근이 들어 식물이 결핍함을 기핍(飢乏), 굶주리어 고달픔을 기곤(飢困), 굶주린 백성을 기민(飢民), 굶주려서 죽음을 기고(飢故), 굶주려서 얻은 병을 기병(飢病), 굶주려서 몸이 상함을 기상(飢傷), 굶주려서 몸이 부음을 기종(飢腫), 굶주려서 쓰러져 죽음을 기폐(飢斃), 양식이 떨어져서 굶주리는 집을 기호(飢戶), 아주 심한 시장기를 기화(飢火), 기아에 허덕이는 가구를 기구(飢口), 몹시 배고픈 느낌을 허기(虛飢), 굶주림을 견딤을 내기(耐飢), 양식 구하기를 힘쓰지 않고 앉아서 굶음을 좌기(坐飢), 조금 먹어서 시장기를 면함을 요기(療飢), 굶주리게 되면 오고 배가 부르게 되면 떠나 감을 기래포거(飢來飽去), 굶주린 사람은 먹을 것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빈곤한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은혜에도 감격한다는 기불택식(飢不擇食), 굶주리는 상태에 이른 지경을 기아지경(飢餓之境), 배가 고픈데도 먹는 일을 잊어 버리고 있다는 뜻으로 걱정이 많음을 기이망식(飢而忘食), 굶주려 배고픈 사람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달게 먹는다는 기자감식(飢者甘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