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온 가족이 휴가를 같이 가기로 했다. 자식들이 중고등학교 때는 어딜 같이 가는 걸
꺼려하더니 나이들어 같이 가려하는 건, 아무래도 집에서 기르는 개(시루- 멜라뮤트 3살 수컷, 이쁜이-
발발이 8살, 암컷)를 맏기거나 놔두고 가기가 마땅치 않아서이다. 그런면에서 우리집 개는 가족을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멜라뮤트 종인 시루(광교산 시루봉에서 이름을 땄다)
는 애들이 군복무나 공부를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기간에도 전화하면 꼭 안부를 묻곤한다.
큰개와 함께 휴가를 가다보니 자연 휴가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작년엔 뱀사공 계곡에 방갈로형
펜션에서 3박4일 보내고 왔다.올해는 작은 아들이 있는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변산반도를 둘러 보고,
변산반도 쪽 펜션을 알아보려 했는데 마땅치 않아, 작은 아들이 알아본 속리산 자락에 있는 과수농원
펜션으로 가기로 했다.집에서 약 3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개와 함께 이동하는데 그리 무리가 없을 듯
하기도 했고, 휴가 마지막 날 작은 아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올라오기도 괜찮은 동선인 것 같았다.
그러나 작은 아들을 데려다 줄 때 휴가지(충북 보은)와 학교가 거리상 가깝지만 동서로 고속도로가
없어, 대전까지 올라왔다 호남선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최근에 읽은 책중 좋은 글귀가 있어 여기 인용해본다.
돈, 명예,높은 지위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소유할 때 행복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유하는 순간,
잠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곧 금단현상으로 이어지며 더 큰 것, 많은 것을 원하게 되어 늘 마음이 공허
하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인생이 바뀌는 행복이 올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행복한 추억’을 저축하지
않으면 꺼내쓸 ‘행복 잔고’는 없다.그야말로 가난한 삶이다.
추억은 사랑,행복,우정,아름다움,열정, 이별 등의 내면적 가치가 담긴 이야깃거리다.
함께하는 여행은 많은 추억거리를 만든다. 특히 가족간(개도 우리 식구니 당연히)의 여행은 바빠서
소원했던 가족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족간의 여행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추억이란 적금통장의 잔고를 채우기 위해 온가족이 3박4일 휴가를 같이
갔다. 이 시간은 작은 아들이 공부를 위해 지방에 내려와 있어도, 큰 애가 연구실 과제관계로 새벽달을
보거나, 주말에 연구실에 있을 때에도 가족여행했을 때의 추억을 회상하면 한층 힘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같이 있어주고 염려해주고 기뻐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이 있다"라는 추억을
공유했기에, 외롭거나 힘들 때 추억이라는 적금통장에서 추억의 단편을 빼쓰면 된다. 우린 이번
휴가에 현금통장에서 상당한 금액의 현금이 빠져나가겠지만, 그보다 값진 추억적금을 넣고 왔으니
금전에 비할바 아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큰애가 한마디 한다. "동생과 얘기했는데 나중에 공부끝마치고 직장생활 할 때
그때 둘이서 부모님 해외여행 계획하고 있으니까 기대해"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그때 너희는 가족이
없냐? 얘들아 캥그루 족이나 되지 말아라. 우린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테니."
금번 휴가지(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 과수농원) 뒷배경
휴가지 앞에서 본 전경(2개동), 한적해서 가족 여행에 적격.
삼겹살 바베큐 준비를 하고 있는 작은 아들
농원에서 같다준 유기농 채소를 곁들여 식사(물론 소맥도 하고)
서원계곡에서 물놀이(따가운 햇빛으로 장소 선정은 미흡)
펜션 앞 나무그늘 아래에서 온 가족이 함께.
첫댓글 온가족이 다복하고 알차게 피서를? 다녀왔구나!
아들들이 착하다
마지막 글이 압권이다 ㅎㅎ, 가족에 화목이 절로 느껴진다.
이런글, 사진 참 좋다~^*^
축복받은 가정이로구나~!
따라하고싶네.^^
온가족 다 함께 하니 참 좋구나.
아들 녀석 얼굴 본 게 언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