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남부… 저수율 3.2%에 해수 끌어 담수화
“여든 평생에 이런 물난리는 처음
씻을 물도 부족해 농사 포기할판”
지난해 강수량, 평년 절반도 안돼
경남, 욕지도 등 32곳 제한급수
23일 전남 완도군 금일도에서 한 주민이 저수율 3.2%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이 서 있는 곳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한다(위쪽 사진). 완도군은 해수담수화 시설 2곳을 만들며 하루 700t 담수 공급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일도=이형주 기자
23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도 용항제. 평소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이 저수지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바닥이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이날 기준 저수율은 불과 3.2%. 이 저수지와 인근의 척치제가 마르면 금일도 전체에 식수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현재 ‘2일 급수, 4일 단수’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완도군은 5억 원을 들여 이 저수지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달 말 컨테이너형 담수화 시설이 완성되면 매일 해수 200t씩을 담수로 바꿔 용항제에 공급하게 된다.
● “하루 700t을 사수하라”
금일도는 전남 완도군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땅 끝에 붙어 있다 보니 6·25전쟁 때도 평화를 유지해 평일도(平日島)란 별명까지 붙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턴 ‘2일 급수, 4일 단수’를 반복하며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주민 권명심 씨(82·여)는 “여든 평생에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면서 “화장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이미 사용한 물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주민 임미월 씨(62·여)도 “집에 물탱크 2개를 설치했지만 단수 3, 4일째가 되면 씻을 물조차 부족하다”며 “민박 손님도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금일도에서 ‘2일 급수, 4일 단수’를 유지하려면 하루 평균 700t의 식수가 필요하다. 완도군은 지난해부터 용항제·척치제에 매일 지하수 150t과 급수차 물 150t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도 쓰는 물보다 저수지에 채우는 물이 400t가량 적다 보니 두 저수지의 저수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상태다.
결국 완도군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동원해 나머지 400t을 채우기로 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현재 저수율이 6.4%인 척치제에도 이달 21일 담수화 시설을 설치해 해수의 짠 기운을 빼고 매일 담수 200t을 공급 중”이라며 “물맛이 안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주민 3540명의 먹을 물 확보를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마실 물도 없는 형편이다 보니 농업용수 확보는 언감생심이다. 주민 구성운 씨(54)는 “마실 물도 없는데 농사를 지을 수 있겠나”라며 “제발 비가 많이 내려 농사 좀 짓게 해 달라고 매일 하늘에 기원한다”고 했다.
● 광주 5, 6월 제한급수 가능성
완도군의 지난해 강수량은 704.4mm로 197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완도군의 연평균 강수량이 1531.5mm인 것을 감안하면 비가 평년의 절반도 내리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식수와 농업용수가 부족한 상황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완도군은 5개 섬에서 제한급수를 실시 중이다. 완도군 주민 4만4700여 명 중 28%(약 1만2500명)가 매일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가뭄이 더 이어지면 나머지 섬도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들 물 확보에 필사적이다. 완도군 보길도는 지하수를 모아 식수를 공급하는 저류지를 새로 만들었고, 소완도는 지하수 관정을 계속 뚫고 있다.
물 부족은 완도뿐 아니라 한반도 남부지방의 공통된 고민이다. 경남지역 역시 욕지도 등 32곳에서 제한급수 등을 하고 있다.
광주 등 남부 내륙지역에도 제한급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식수원의 26일 저수율은 동복댐 18.99%, 주암댐 21%에 불과하다. 저수율이 7% 이하가 되면 제한급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황이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상 5, 6월 광주에 31년 만의 제한급수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광주시는 물 확보를 위해 이달 2일부터 영산강 물 3만 t을 매일 끌어오고 있다. 여수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공장 물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다. 정지훈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물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일도=이형주 기자, 통영=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