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엑소시즘 엑소시스트

[한류그리고하늘]

1장 폴의 귀환




2006년 5월, 여기는 미국의 한 대도시에 형성된 교포 사회이다. G(주:필자)는 휴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 교포 사회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조 비오 신부(주: 가명)가 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조 신부는 G가 그곳으로 오기를 내심 원했었고, 마침내 그를 한 교포 집에 머물도록 주선하였다. 사실 G는 특수한 사명을 띠고 이 집에 들어왔다. 여기서 그는 그 집안의 아들인 폴(주: 혹은 김 준호. 모두 가명임)과 함께 생활하며 그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기로 조 신부와 그 교포 부부와 미리 합의를 했던 것이다.





잘 자라던 아이가 사춘기를 맞으면서 빗나가기 시작하여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술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약, 문란한 성(性)문화와 헤비메탈,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바빴던 부모들의 무관심이 한데 어우러져, 어릴 때 잘 자라던 준호를 몰락시켰고 지금은 정신과 의사가 주는 처방까지 받고 있는 신세였다. 이 년째 낭인 생활을 하던 아들 폴과 난생 처음 맞게 되는 상주 손님 G가 한 날 동시에 들어왔다. 참으로 이날은 이 교포 부부( 김 동준과 민 주영. 둘 다 가명)에게 있어서 기쁘고 희망찬 날이었다.







네 사람 모두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먼저 G와 폴은 온 가족이 약속한대로 매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고, 아침 식사 후에는 한 시간씩 성경과 교리 공부를 한 후 오후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그 지역에 있는 한 복지 시설에 가서 봉사하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저녁때는 온 가족이 약속한대로 매일 가족 묵주 기도(주: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주기도문-, 성모송, 영광송으로 이뤄진 기도)를 하였고, 그 이외의 시간은 카운티(주: county, 주보다는 작고 여러 시들로 구성된 미국 행정 단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처음에 폴은 이 년간의 낭인 생활을 마친 직후라 쾌적하고 여유 있는 집과 따뜻하게 대해주는 부모와 부모도 존경하는 G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와 조 신부와 G 형이 함께 정한 이 ‘치유 프로그램’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 말하곤 했듯이 ‘잃어버린 십 년’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G도 폴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폴이 어린 동생뻘로 자신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라주었고, 본인 스스로 젊은 날을 마약과 폭력과 어쩌면 불순결로 헛되이 보냈다는 자책감 때문에 겸손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G는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아침 성서 공부 때, 폴이 성서를 읽는 차례가 되면 그의 혀가 뒤틀리고,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었고, 저녁 가족 묵주 기도 시간에도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곤 하였다. 아침 성경 공부 시간에 G는 성경의 일부를 읽고 난 후 나머지는 폴이 읽도록 시켰다. 물론 폴이 한글 성서를 잘 못 읽기 때문에 영어 성서를 텍스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폴은 어떤 경우는 근육 경련을 일으키며 다 읽지를 못하는가하면, 어떤 때는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힘겹게 읽거나 아니면 스스로 화가 나 읽는 것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G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김 동준 씨로부터 폴의 과거와 병 증세에 대해 미리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예감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백 퍼센트 확신을 가지기 위해 폴과 대화를 나누었다.






G: “폴, 왜 그렇게 성경을 읽지?”

폴: “이상해요. 혀가 저절로 굳고 몸도 저절로 움직여요.”

G: “그래도 끝까지 한 번 읽어봐.”

폴: “몸 안에서 누가 막는 것 같아요.”






G는 한 숨이 나왔다. 짐작했던 바가 맞았다. 이것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이 ‘돌아온 탕자’의 착한 의지를 ‘그 안에 있는 어떤 존재’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모여 묵주 기도를 드릴 때도 자주 일어났다. 한 번은 폴이 목을 비틀기 시작하더니 들고 있던 묵주를 바닥에 치면서 기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디지 못했는지 바닥에 눕기 시작하였다. 그의 얼굴의 근육 경련은 이것이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님을 잘 증명해주고 있었다. 사실 폴과 G는 거의 생활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이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일반 서적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TV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들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오직 두 경우만 제외하고-성경 읽기와 묵주 기도.





G는 알고 있었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책, 즉 성령의 감도를 받아 쓰여진 거룩한 책으로 예수 그리스도 친히 악마의 유혹을 받았을 때마다, 모두 “성경에 이렇게 쓰여 있다”하고 성경 말씀을 인용함으로써 그 유혹들을 이겨냈다. 그리고 폴이 두 번째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인 묵주 기도는 아우구스티노(어거스틴)와 함께 교회 최고의 신학자로 손꼽히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배출한 ‘도미니꼬 수도회’의 창설자인 도미니꼬 성인이 환시에서 성모 마리아로부터 직접 묵주를 하사받고 그 후 대중화된 기도로, 특별히 도미니꼬 성인에게는 당시 이단들을 쳐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던 기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세기 최대의 성인으로 일컫는 프란치스코회(카푸친)의 파드레 비오(주: Padre Pio. 이태리의 비오 신부. 신비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몸에 친히 지니고 오십 년을 살다간 성인으로 숱한 기적과 치유를 일으켰음)도 묵주를 가리켜 악을 쳐 이기는 ‘무기’라고 부르며 하루에도 수 백 단씩 바친 기도였다.





이 묵주 기도에 대해 폴 가족이 단골로 가는 한 교포 한의원의 한의사는 이렇게 질문하여왔다.




“폴이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이 정확히 어떤 기도를 할 때인가요? 주기도문을 할 때인가요, 아니면 성모송을 할 때인가요?”




이 한의사도 폴의 치유를 위해 의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도움을 주고자 애쓰던 차였지만 의도가 담긴 질문이었다. 그것은 묵주 기도가 주님의 기도(주기도문)와 성모송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도기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감리교(주: 개신교의 한 교단)에서 인정하는 주기도문만 악의 세력에 대한 효력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 가톨릭 교회에만 있는 성모송에서도 그런 효력이 나오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폴은 분명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둘 다에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이며, 더 정확히 말해서 묵주 기도라고 할 때 이 두 기도문을 따로 떼어서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G는 이미 한국에 있을 때 이런 현상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심중에는 폴이 지금 어떤 상태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김 동준 씨의 정신병리학적 혹은 심리학적 해결 방안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폴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그 지역 약물/알콜 중독자 자활 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다녔다. 그 의사는 일종의 폴의 주치의인 셈이었고, 폴의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을 처방해 주고 있었다. G는 관찰자 혹은 보호자의 자격으로 의사와 환자가 대화하는데 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정신과 의사: “요즈음은 어때요?”

폴: “상당히 좋아요.”

정신과 의사: “약은 잘 먹고 있나요?”

폴: “네. 하지만 그 약을 먹으면 너무 졸려서 잠을 많이 자요.”

정신과 의사: “그러면 그 양을 줄여서 복용해요. 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있나요?”

폴: “네, 요즈음 매일 아침 미사를 가고, 성경 공부하고 저녁에는 묵주기도를 해요. 한 봉사 단체에서 일도 해요.”

정신과 의사: “좋아요. 또 다른 특별한 일이 있나요?”

폴: “성경을 읽을 때와 묵주 기도를 할 때 얼굴 경련이 일어나고 몸이 앞뒤로 흔들리고 속에서 뭐가 막는 것 같아요.”

정신과 의사: "?"

G: “그 때 적어주신 폴의 병명들을 의학 백과사전에서 확인해 보았는데, 일부만 맞고 나머지는 맞지 않았어요. 특히 방금 폴이 애기한 증상들은 그 병명들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폴: “저는 엑소시즘이 필요한가봐요(주: 이 당시 G는 이미 폴이 엑소시즘을 받도록 설득하고 있었음)”.

정신과 의사: “엑소시즘?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폴의 증상들을 여러 병명들로 설명 할 수 있을 겁니다...”

G: “필요하다면 뉴욕 타임즈 등 여러 엑소시즘에 관한 믿을만한 자료들을 이메 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실 그 전 진료 때 정신과 의사는 G의 부탁으로 폴이 지니고 있을 법한 병명들을 모두 적어 주었고, 이를 가지고 G와 폴은 의학 백과사전을 찾아서 서로 질의응답을 해가며, 폴의 현재 상태를 그 병명들(예컨대, ‘환각, 환청, 망상, 지나친 유연성(?)...’)과 비교해 보았다. 그 중 일부만 폴에게 해당될 수 있었고, 나머지, 특히 기도 중에 일어나는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현상들은 전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상한 현상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밤 중에 G는 가끔 맞은 편 폴의 방에서 나오는 어떤 악마적인 웃음소리를 듣곤 하였다. 하루는 참을 수 없어서 폴의 방문을 노크하였다.





G: “폴, 아직 안자니?”

폴: “네.”

G:“아까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데.”

폴: “몰라요.”

G: “폴이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낸 거야?”

폴: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






사람의 웃음소리는 분명 아니었고 듣는 사람의 심기를 매우 거스르는 소리였지만 본인 자신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은 G만이 아니었다. 폴이 예전에 낭인 생활을 할 때 머물던 한 모텔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폴의 방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이 밤에 이상한 소리를 듣고 다음 날 폴에게 이에 대해 물어왔다. 물론 그 때에도 본인은 이를 의식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사실 이와 같은 이상한 현상들은 그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안에 있는 ‘어떤 존재’가 주체였던 것이다. 결국 오래지 않아 G는 조 신부와 김씨 내외를 만나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였다.






G: “폴은 구마(주: 사람에게 들어간 마귀 혹은 악마를 쫓아냄. 영어로 엑소시즘- exorcism)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이런 케이스들을 몇 차례 겪어 보았습니다.”

조 신부: “글쎄. 폴이 마약을 많이 해서 정신이 혼미한 것이겠지. 누구말대로 마약 때문에 뇌가 상했거나...”

김 동준: “심리학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문제겠지요? 지가 노력을 해야지요. 병원에도 열심히 다니고 의사가 주는 약도 열심히 먹으면 낫을 수 있어요.”






결국 G는 자료 수집과 편집에 들어가 '세계 엑소시스트 협회'의 창립자인 로마의 아모스 신부와 미국 ABC 방송에서 방영한 엑소시즘 특집 프로(주: ABC의 '20/20'라는 방송 프로에서 뉴욕 교구의 여러 엑소시스트들이 악령 들린 플로리다의 한 소녀에게 엑소시즘을 해서 성공시킨 것을 담은 현장 다큐멘터리로, 주인공 엑소시스트는 익명을 요구하였고 보조 엑소시스트는 이름을 밝힘)의 보조 엑소시스트였던 뉴욕 교구의 르바 신부에 관한 기사들과, 자신이 한국에서 직접 체험한 ‘구마가 필요한 이들’과 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을 지적하며 이를 조 신부와 그 교포 부부에게 증거로 제시하였다.





G가 체험했던 경우는 세 차례 정도였는데, 한번은 그가 한국에 있을 때 꽃동네 본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젊은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있어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주 지역 젊은이들도 많이 참여하여 그 수는 수백 명을 넘어섰다. 그곳 창설자 신부가 시작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간단한 구마경도 포함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구마 기도에 그 넓은 홀 안에 있던 젊은이들 가운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곳곳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비명을 지른다거나 괴로워한다거나 울부짖는다거나 하는 등등의 여러 반응들을 보였던 것이다. 물론 G처럼 '구마가 필요 없는 이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그 기도를 듣고 있거나 아니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에 대해 그 창설자 신부는 자신도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구마가 필요한데 대해 놀랐다며, 그러한 젊은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서 구마를 시작하였다.





홀 한가운데서 어떤 아가씨와 창설자 신부 사이에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 아가씨의 괴성과 울부짖음은 더욱 커져갔고 이 엑소시즘을 하는 신부의 구마 명령(예컨대,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나가라. 악령들아!)도 더욱 강해져갔다. 그 뒤 잠잠해졌는데 악령들이 나갔는지 그대로 남아있는지는 거리상 G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조 비오 신부가 구마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G의 이러한 조사 자료들과 체험담뿐만 아니라 본인이 본당 당직을 서면서 겪었던 그즈음 일어난 일들도 폴에 대한 엑소시즘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해 조 신부는 G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한번은 당직을 서면서 한 밤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 본당 신자가 자기가 마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구마 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그리고 자기 집에 와 달라는 거야. 또 지난 번 교구 사제 회의 때 나온 애긴데, 저 ㅇ 지역에서 어떤 신자가 엑소시스트를 정식으로 요청했데. 주교님은 그것이 심리학적인 증상인지 잘 확인해 보라고 하셨는데 잘 안 믿는 것 같아. 그 양반 마인드가...아무튼 한 수도회의 수사(신부)님이 엑소시스트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확실치는 않아.”






아무튼 이제 그들 넷은 엑소시스트를 찾는 일만 남았다. 정신과 의사는 번지수가 틀렸던 것이다. 그래서 몇 년째 그렇게도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엑소시스트 일순위는 ABC 방송의 르바 신부였다. 결국 G는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는 르바 신부와의 여러 차례 통화 끝에 엑소시즘을 하기로 날짜까지 잡았고, 섬세한 여성 민 주영씨는 르바 신부 앞으로 항공 왕복권까지 보내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르바 신부는 전임 뉴욕 교구장인 오코너 추기경이 임명한 공식 엑소시스트였는데 후임 교구장이 재임명을 하지 않았고 노령 때문에 은퇴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엑소시즘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법에 따라 폴이 속한 소속 교구장이 구두나 서면으로 자신의 교구 안에서 있을 엑소시즘에 대한 허가를 해 주어야 했다. 그래서 르바 신부는 서면으로 된 허가장을 요구하였고 이 허가장을 받아내는 역할은 조 신부가 맡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주교는 이 엑소시즘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 뒤에도 자신의 교구 안에서 “엑소시스트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만 하였다. 결국 예정되었던 엑소시즘은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의분을 남긴 채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동준씨가 신문을 들고 나와 G에게 말하였다.




김 동준: “여기 이 여목사가 마귀를 쫓아냈다는데요.”

G: “아, 그래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요.”

김 동준: “오늘, 전화해서 한 번 가봅시다.”

G: “그래요. 저도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김 동준씨는 그 여목사와 연락이 되어 폴을 데리고 그 목사가 있는 교회를 찾아갔다. 한참을 헤매다가 시골 저 안쪽에 있는 한 한인 교회를 찾아냈다. 그들 모두는 교회 성전 안으로 인도되어 들어갔다. 그 여목사와 어떤 집사가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종의 엑소시즘을 하기 위한 워밍업이었다. 폴의 아버지도 G도 찬송가를 따라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성공적인 구마를 위해 기도하였다. 그 목사와 집사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계속 온갖 기도를 다 했지만 폴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결국 폴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냐하면 그 목사가 약간 코믹한 목소리로, “(악령에게)안 나가, 안 나가, 나가, 너는 이곳에 못 있어”하면서 폴을 꾹꾹 찔러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문에 G도 웃을 뻔 했지만 지금 전혀 그래서는 안 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다. 결국 저녁이 다 되니 그 목사는 지난 번 구마에 성공한 사람은 마귀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성공했지만, 폴의 경우는 너무 오래되어 쫓아낼 수 없으니 여기서 자고 계속 엑소시즘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김 동준씨와 G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차를 집으로 향하였다.









2장. 엑소시즘(Exorcism)과 엑소시스트(Exorcist)




마침내 온갖 우여곡절 끝에 교회 공인 엑소시스트를 찾아냈다. 몬시뇰(주: 본래 의미는 교황청과 관련된 고위 사제) L은 그 지역 주교로부터 공식 엑소시스트로 임명받아 이미 두 차례나 엑소시즘에 성공한 바 있는 인물로 주변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다정하게도 예정된 엑소시즘 날이 다가오자 여러 차례 G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 통화를 하여 엑소시즘을 받게 될 폴과 엑소시즘에 참여하게 될 G를 준비시켰다. 심지어 김 동준씨와 폴과 G가 머물 호텔 방까지 예약해 준 부모다운 목자였다(호텔에 가서보니 사람은 셋인데 침대는 두 개뿐이었다는 점만 제외하고). 몬시뇰이 전화상으로 G에게 들려준 엑소시즘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스릴넘치는 내용이었다. 몬시뇰은 그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한 사람은 신학생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을 통해 구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의 장상들(주: 교회 안에서 수도원장이나 신학교 학장 같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책임자들을 총칭하는 말)이 그를 여기로 데리고 왔고 그에게 엑소시즘을 했을 때, 사탄이 떠나갔는데 그 순간 천둥 번개가 치고 도시의 전기불이 대부분 나가버렸지요.”






사실 몬시뇰이 이 이야기를 한 것은 G가 평소 궁금해 했던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 차원이었다.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악령들을 쫓아냈을 때, 그들은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거품을 물게 하거나 땅에 거꾸러져 온 몸에 발작을 일으키도록 한 후 떠나갔다고 나오는데 악령들이 떨어져 나갔는지 그대로 남아있는지 정확히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결국 사탄은 마지못해 자신의 먹이를 떠나갔지만 보복으로 그 일대를 일순간 칠흑같은 밤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G가 그 도시에 도착했을 때, 당시 엑소시즘에 참관했던 게리와 윌과 가브리엘라를 통해서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예정했던 엑소시즘의 날이 다가왔다. 일행은 아침 오전 9시에 예정했던 대로 몬시뇰을 만나러 나갔다. G 일행이 먼저 도착하였고 몬시뇰은 조금 후에 도착하였다. 그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아!’ G는 속으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것은 몬시뇰이 미소지으며 나타나는 모습이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을 지닌 전형적인 노사제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몬시뇰 또한 예상 밖의 동양인 셋을 보고 약간 놀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훗날 다른 엑소시스트로부터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몬시뇰도 G가 맘에 들어 그 뒤 이루어진 엑소시즘의 조교로 또 코디네이터로 인정하였다.








먼저 몬시뇰은 폴과 단독 대화에 들어갔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어서 온 일행은 한 때 수도원 건물이었던 이 교회 건물의 소성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성당 제일 안쪽에는 제대가 있고 그 제대 앞에는 큰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폴을 묶을 여러 특수 플라스틱 끈과 가죽 허리띠와 손수건이 늘어져 있었다. 제대를 향했을 때 오른쪽 구석에는 게리(주: 뒤에 종신 부제가 된 그곳 관리인)가 앞으로 펼쳐지게 될 엑소시즘을 담기 위한 첨단 카메라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미사와 함께 엑소시즘이 시작되려고 하였다. 폴은 큰 안락 의자에 앉았고 게리와 G가 플라스틱 끈과 가죽 허리띠를 이용해 그의 팔다리를 의자에 튼튼히 묶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예전에 다른 엑소시즘을 할 때였다. 구마가 필요했던 한 청년이 성당 뒤쪽에 앉아있었고, 몬시뇰과 게리는 앞쪽에 있었다. 몬시뇰이 막 엑소시즘을 시작하기 직전에 게리에게 카메라가 준비되었는지 물어보던 찰라, 뒤쪽에 앉아있던 그 악령 든 청년이, 증언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부웅 날아서 몬시뇰의 팔목을 부러뜨렸다.’그 뒤로 그 지역 주교는 엑소시즘을 하기 전에 반드시 구마 대상자의 손발을 묶도록 지시를 내렸다. 악마의 힘을 빌어 가끔씩 엄청난 힘을 내는 그들로부터 노령의 몬시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실 조 비오 신부가 속한 교구의 주교를 비롯해서 적지 않은 미국의 주교들은 이 악령의 존재 자체와 그 피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 대부분은 21세기 미국을 살아가고 있는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어서 학문적으로 규명이 되지 않는 것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단적인 예로 신자들과 사제들로부터 엑소시즘에 대한 요청들이 계속 들어오자, 조 비오 신부의 주교는 엑소시즘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심리학적으로,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모든 현상을 과학내지 의학적으로만 보려는 경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G가 여러 차례 폴의 정신과 의사를 이미 만나보았듯이, 폴은 두어 개의 정신 병리학적 현상들을 제외한다면 이보다 더 많은 문제점들과 이상한 현상들은 '심리학'이나 '정신병리학'의 차원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인 ‘영의 세계’에 속한 문제였다. 다행히도 시카고 교구장인 죠지 추기경, 전임 뉴욕 교구장인 오코너 추기경, 그리고 이 도시가 속한 교구의 B 주교를 비롯한 소수의 미국 주교들은 공식 엑소시스트들을 임명하고 있었다. G가 와 있는 이 지역 주교도 박사 학위 소지자로 신학 교수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엑소시즘의 필요성을 믿는 대는 특별한 체험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체험을 몬시뇰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한 부부가 이 주교를 찾았다. 드릴 말씀이 있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이 주교는 그 부부를 주교 집무실 안으로 안내하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 남편의 말이 자신이 엑소시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주교는 가볍게 엑소시즘에 관한 기도문을 가지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대답한 후, 그 기도문을 가지고 와서 건네주려고 하는 순간 긴 테이블 저쪽 끝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역시 ‘부웅 날라서’ 주교를 공격하였던 것이다. 몬시뇰에 의하면, 그 집무실 테이블이 길었기 때문에 다행히 주교는 공격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체험 덕분에 그 주교는 엑소시즘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엑소시스트를 임명하게 되었던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그에 대한 놀라운 일화는 계속되었다. 한 번은 몬시뇰의 구마 예식 장소에 그 주교가 나타나자 악령 든 이가 "Apostle!(사도다!) Apostle!(사도다!)"이라고 외쳤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고위 사제인 몬시뇰이라도 열 두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 날 주교를 처음 본 악령들은 사도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후계자의 품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마치 복음에서 군대라는 이름의 악령이 들린 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보자마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루가 8:28)"이라고 외쳤듯이 말이다. 반면에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 결국 악령들은 영의 세계에 대해서는 인간보다 밝은 존재들이었다.




'일흔 두 제자가 기쁨에 넘쳐 돌아 와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까지도 복종시켰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예수께서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루가 10:17-18)


* <뜻하지 않은 교포 사회로의 합류(잠정)>에서 발췌

[~잿빛하늘~]

안읽었는데...대체...뭔내용이죠????????????????????????????????????

[돈지]

3줄 요약점

[korean no.1]

악령퇴치에 관한 내용이네요. 꽃동네라면 오웅진신부를 말하는듯 하네요. 정신병원에서도 병명을 알수 없는 환자를 잘 고친다고 하더군요. 그게 구마의식(엑소시즘)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왜 있잖습니까... 엑소시스트라는 유명한 영화말이죠. 그 영화내용이 진짜 있던 사실을 각색해서 만든거라는데 천주교에서 각 교구(지역)마다 악령퇴치를 담당하는 구마사제라고 불리우는 엑소시스트를 두어야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그건그렇고 왜 이게 세게가 본 한국게시판에?.....^^;

[문주]

난 도저히 이해를 할수없는것이 유구한 5천년의 역사동안 저런 엑소시즘이란거 모르고도 잘 살아온 우리네가 왜 현대에 와서는 저런한 현상에 빠지게 되는것인지 참 이해가 안됩니다. 옛날 선조들은 어떻게 살아오셧나 모르겠어요.....종교는 너무 많은것들을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동림]

엑소시즘은 서양의 문화라서 5천년동안 몰랐던거 아닐까요...천주교의 구마사제의 역할을 우리나라에선 무당이 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미스터리특공대 빙의편을 보니까 어쩜 귀신들림이란게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왈숙이]

동감해요.

[촛불든 마고성]

우리나라는 무당이 있지요 귀신쫓는 무속신앙은 어느나라나 다 있습니다

[붉은하마]

어느나라나 악령이나 귀신의 존재를 두려워해서 우리나라의 `무당`같은 존재들이 다 있었죠...정말 신기한듯..악령은 솔직히 존재합니다, 귀신들린 사람 봤는데 정말 의학적으로도 소용없고..참..

[사니]

악령,귀신 같은건 없습니다.그냥 일종의 정신병 입니다.

[신나구]

참내. 귀신들리는거 그런거 다 스스로 환각상태로 몰고가는 겁니다. 자기 뇌를 환각상태로 해서 귀신을 스스로 만들어서 보게하는거죠. 귀신은 없어요.

[대세는한류]

귀신이 있다 없다... 그 존재여부를 자신의 생각만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말이지 한심한 행동입니다.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확인들 하셨어요? 지금으로선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귀신을 신봉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단순한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것도 정말 무지의 극치라고 봅니다. 그리고 서양에 엑소시즘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행위들이 존재했었습니다.

[마루와 아라]

악령,귀신이 없고 일종의 정신병이라해도, 정신과 처방 약으로도 고쳐지지않는것이 무당굿으로 고쳐지는 경우도 있다는것... 믿던 안믿던 본인 맘이지만, 한국의 엑소시즘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게 좋지않을까요.

[붉은사자]

게시판 잘못 찾아오셨네요

[기스카르]

윗분 말마따나 이땅에서는 무당들이 다 해왔던 것들이네요. 세삼스레 이런걸로 경이감(?)을 줘서 교화/선교하려는것인지 싶고..

[부푸러라]

무당이나 엑소시스트나 같은 종교적 제령행윈데, 우리 껏은 걍 고리타분한 미신이고 외국껀 경이로운 일이죠. 서양인의 샤머니즘과 원시 기독교가 합쳐지고 수 천년 내려 오면서 그 중 비틀어 진 한 부분이라고 이해하지만, 외국의 사례나 영화를 봐도 낯 뜨거워서 피식거리는데, 그런 정신적 근거도 없는 한국인 신부가 엑소시스트라, 험한 말 좀 쓰겠습니다. 웃기고 있네요.

[허니블루]

이게 웬 한류??

[우비비]

다중인격..정신병입니다..그걸 수천년간 이용해먹은 종교..

[키쓰]

세상에 귀신이 어딨나요? 대낮에 폐허가면 별로 안무섭습니다. 하지만 밤에가면 다들 쫄아서 벌벌 떨죠. 자기 마음의 공포심이 귀신이란 존재를 만들어내죠. 갑자기 원효대사가 생각나네요.

[하늘바다♡]

번지수 틀리셨어요 ㅋ; 그리고 정신병의 일환이예요..;

[멋진왕자님]

지금 가장 엑소시즘이 필요한 상대는 MB

[ch99]

없는 귀신을 수천년간 수많은 지역에서 그렇게나 많이 보았겠습니까?....완전치 않은 과학을 근거로 귀신이 없다는 속단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