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성호비구니의 업보
/ 일타 스님
1940년대 전반기 우리 가족이 모두 출가한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나의 어머니인 성호(性浩) 비구니는
전생부터 불법에 인연이 많아서인지
출가 전부터 절에 가시기를 좋아하였고,
절에 가서는 절을 하고 살림살이를 마련해 주기를 좋아하셨습니다.
그 당시 대구 동화사 내 원암은
거의 무너지다시피 한 아주 가난한 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실 때마다 바가지와 작은 그릇, 단지 등
필요한 살림살이를 무시로 사서 날랐습니다.
어느 날 갖가지 살림살이를 소달구지에다 가득 싣고
내원암으로 올라가는데, 짐끈을 제 대로 묶지 않아
실은 물건들이 덜거덕 덜퍼덕 흔들렸습니타.
어머니는 끈을 단단히 묶기 위 해 수레를 세우고
수레바퀴 옆에 바짝 붙어서서 끈을 다시 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소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고,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어머니 발 등 위로 수레바퀴가 넘어갔습니다.
그 때의 수레바퀴는 지금의 고무바퀴와는 달리
나무에다 쇠를 두른 아주 딱딱한 것이었습니다.
빈 수레라 하여도 무거운데,
거기다 짐을 실었으니 그 중량이 얼마이겠습니까?
연한 두 발이 사정없이 바스러지는 순간,
어머니는 기절하여 대 구동산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걱정을 하며 입원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혼자서 싱글싱글 웃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아프지 않으십니까?"
"두 발등이 다 부셔졌는데 안 아프면 되는가?"
가히 백천겁이 지나더라도
한 번 지어놓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닥쳐오면
그 과보를 면할 수가 없느니라
假使百千劫
所作業不亡
因緣來遇時
果報難免矣
처녀 시절 사서삼경을 모두 읽으신 데다 말도 잘하고
문장을 잘 하셨던 어머니는 아픈 중에도
이 게송을 읊으시며 자꾸 빙그레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가족들에게 어머니는 웃는 까닭을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발등을 다쳐 기절을 하는 바로 그 찰나에
닭 한 마리가 퍼덕퍼덕 날개를 치며 달 아나는 것을 보았다.
3년 전에 할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점심 진지상을 차리는데,
부엌 안으로 닭 한 마리가 들어와서 먹을 것을
찾아 왔다갔다하며 목을 넘실거리더구나,
그래서 닭을 쫓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부지깽이를 던졌는데,
그만 닭다리에 정통으로 맞아 다리 둘이 몽땅 부러져 나갔단다.
닭은 크게 소리내어 울면서
두 다리가 간당간당한 상태로 황급히 밖으로 날아 나갔지‥‥‥‥
기절하는 순간, 닭이 달아나는 영상을 본 어머니는 직감적으로
' 그 때의 닭이 죽은 다음
지금의 저 소가 되어 악연을 갚는 것'임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때 닭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것이 아니듯이
저 소도 일부러 내 발등을 부러뜨리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벌이 달려들자 피하기 위해 갑자기 수레를 끌었을 것이야.
평소 때였다면 소 모는 일꾼에게
그릇들이 움직이지 않게 끈을 좀 잘 매달라고 하 였을텐데,
과보를 받을 때가되어서인지
이상하게 직접 끈을 조여매고 싶어졌거든!
이렇게 인과가 분명할 데가 어디 있느냐?
3년 전에 지어놓은 업을 이렇게 빨리 받았으니,
그 전에 지은 죄업도 어지간히 갚아진 것이 아니겠니.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한 달 남짓 병원에서 치료하자
바스러진 발등이 완전히 붙었으며,
돌아가실 때까지 발이 아프다는 말씀은 한 번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가장행복한공부』
첫댓글 어떤 상황이라도 의연하게 대처한다는것이 중요한듯 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