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4. 나무날.
[알맹상점]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망원역 근처 알맹상점이다. 5학년 공부를 돕는 운전기사로 따라 간 것이다. 지난해 1학년이 다녀온 곳이라 이름이 익숙한 곳인데, 올해는 5학년이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가져다주는 공부를 이어간다. 학교 밖 공부는 어린이들이 참 좋아한다. 특별함이 있는 나들이라서 좋고, 오붓해서 좋은 게다. 익숙한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이기에 또 즐겁다. 점심도 특별하다. 차가 막히기는 했지만 한 시간 조금 넘어 주차할 곳에 닿았다. 먼저 맛있는 점심을 먹고, 한강에 갔다. 날이 더워 얼음과자를 들고 가니 또 즐겁다. 양화진의 역사와 천주교 순교성지도 만나고,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양화대교 아래에서 편안한 점심의 휴식을 즐겼다. 시우와 도훈이가 어찌나 즐겁게 웃고 장난치는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다시 한참을 걸어서 알맹상점에 가니 아직 개장 전이다. 2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잠깐 기다리는데 젊은 분들이 많이 온다. 처음 간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처럼 그릇을 가져오면 담아갈 수 있는 가정용품이 정말 많다. 다양한 물건도 많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건네니 무게를 재서 쿠폰 세 개를 찍어줬다. 일곱 개가 찍히면 재생 두루말이 휴지나 다른 것을 준다고 했다. 아이들이 사고 싶은 것들을 찾는 동안 알맹상점 벽에 붙은 글귀들을 읽어보았다.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마음들의 플랫폼>, <제로웨이스트>, <폐기물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우리동네 자원순환> 들 같은 게 눈에 들어온다. 손전화로 검색했더니 오마이뉴스에 알맹상점을 알리는 기사가 있어 알맹상점 유래와 인기를 알 수 있었다. 알맹상점 1년의 기록으로 재활용해 되살린 쓰레기 2,041kg, 찾아온 시민 3만여명(카드 계산 기준), 새로 생긴 제로 웨이스트 가게 90여곳 이란다.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기업에 플라스틱 포장재 절감을 요규하는 어택운동, 업싸이클링, 삶의 방식의 전환까지 많은 실천을 하고 있었다. 사실 쓰레기 문제는 국가 단위 계획으로 풀어야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의 노력에 정부 정책과 기업 생산이 함께 가야 풀릴 수 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판매와 구매, 재활용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나와야 한다.
문득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맹상점 가까운 곳에 있는 성미산학교와 마포활동가들의 애씀이 연결되는 가게란 생각도 들었다. 양지마을과 과천에 알맹상점이 있다면,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하게 된다. 마을 환경모임으로 마을장터를 열고 있는 지구별살림모임 주민들이 떠오르고, 맑은샘 식구 출신 주민들의 애씀이 있어 고맙고, 아나바다 장터를 꾸준히 열고 있는 우리마을과 맑은샘의 실천도 떠올랐다. 시 단위에서 쓰레기 없는 축제와 장터를 열기 위해 애써온 실천도 생각나고, 애쓰는 분들도 다시 생각해본다. 함께 해야 울림이 있는 일들이다.
5학년 특별활동 도움교사로 재미난 추억을 쌓고, 마을에서 할 일을 상상할 수 있는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