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입니당.
■강이뇨작용으로 소갈병에 특효약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먼 들녘에서 들려오던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어제는 울밑에서 들리더니 이제 가을바람에 찬서리 내려 섬돌 밑에서 들린다. 멀지 않아 겨울철새들도 새끼들을 데리고 하늘 구만리 이 땅을 찾아오겠다.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이 나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동요 「기러기」 「가을밤」 박태준 곡
열세 살적 어머니께서 저 세상으로 떠나시고 아홉 살짜리 어린 동생이 볼까봐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 앉아 숨죽여 많이 울기도 했던 노래다. 요즘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저려오고 눈물이 난다.
가을이 저물어간다.
내 고향 낙동강 언덕에 갈대꽃 피고 비슬산 능선을 따라 억새꽃 피겠다.
아~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짝사랑」 고복수 노래
대중가요란 일명 유행가流行歌라 하여 말 그대로 시대와 더불어 유행했고 그 노랫말에는 한 시대의 표정이 담겨있다.
1930년대 김정구 노래 「눈물젖은 두만강」, 백년설의 「나그네설움」, 백난아의 「찔래꽃」 등과 같은 광복이전의 노래들은 고복수의 「타향살이」 「짝사랑」과 함께 일제日帝에 항거하며 조국광복을 그리워하며 불렀던 노래들이다. 나라를 빼앗긴 그때는 억새가 바람에 써걱이는 소리도 슬피 우는 소리로 들려왔다. 그래서 「아~억새도 슬피 울어 가을인가요」라고 노랫말로 표현했는데 후일 어느 글꾼이 자기 글에 「가을밤에 으악새가 처량히 운다」고 했으니 억새풀이 으악새가 되어버렸다. 으악새는 억새의 아름다운 지역 토속어이며 조류鳥類로서 으악새라는 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억새꽃-이 강토 대표적 가을풍경
아시아가 주 원산지인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는 빳빳하고 곧게 서며 높이 1.5m 안팎으로 자란다. 잎은 선형으로 어긋나게 자리하며 밑동 잎은 원줄기를 완전히 감싸고 있다. 줄꼴 긴 잎은 1m까지 이르고 잎 가장자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으나 억새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어 억새라는 이름의 풀이 되었을 듯도 하다.
가을이 되면 긴 이삭 같은 보랏빛을 띤 갈색 꽃술이 나와 익어가면서 은백색의 깃털처럼 생긴 꽃차례로 피어난다. 이 땅에 자라는 억새 종류로는 자주빛 억새, 황색빛 참억새, 잎이 아주 가느다란 가는 잎 억새, 잎에 얼룩무늬가 있는 얼룩 억새들이 살고 있다.
억새들은 척박한 땅에서도 무리를 지어 잘 자라는 특성과 단풍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빛 솜털 같은 밉지 않은 꽃들이 가을바람에 물결로 휘날려서 우리 강토의 가을풍경을 대표하게 되었다. 더욱이 석양에 출렁이는 억새꽃들의 은빛 물결은 요사스런 단풍보다 한결 가슴 설레게 한다.
▶억새-일본 민간 소갈병 치료약
억새는 한방보다는 민간 약으로 알려져 있고 일상생활에 억새풀 전체를 소먹이와 지붕을 이고 땔감으로 사용되어왔다. 억새의 한문이름은 망경芒莖, 파모파茅, 파망파芒이다. 약으로는 땅속뿌리줄기를 쓰는데 때를 가릴 것 없이 채취하여 잔뿌리를 다듬고 씻어 햇볕에 말려두고 쓴다. 함유된 성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으나 민간에서 복용경험으로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강이뇨작용이 입증되었다.
약효는 이뇨, 해독, 진해들의 효능이 있으며 적용질환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 심한 기침, 악성종기독풀이, 여성의 대하증 치료에도 쓰였다.
특히 일본에서 민간처방으로 당뇨병 중에서 소갈병消渴病이라 하여 목이 말라 물을 계속 마시면서도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는 당뇨병 치료에 특효약처럼 쓰인다는 기록이 있다.
억새는 벼과에 속한 식물로 짐승들의 먹이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아 독성은 없는 듯 하니 지천으로 널려있는 억새풀뿌리를 당뇨병 치료에 응용해 봄직도 하다. 1회 쓰는 양 말린 약재 3~6g을 하루 3회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