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렸던 글이라 잊었을 리는 없다. 그래도 두 번째로 자판을 두드리자니 글의 결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아무려면 어떠랴 내용이야 달라질 게 없다(글 도둑 안 맞으려면 빈 문서에 먼저 치라고 했지).
장봉실 님, 참 부지런하다. 서강둑 님과 함께 벙개모임을 정갈하게 이끈 솜씨가 볼만했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어느새 게시판에 띄운 사진들, 이어 여기저기서 서울모임을 부러워하는 소리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두막동네 벙개는 처음이다. 뿐 아니라 10대들의 전유물처럼 들렸던 벙개부터 나로선 처음. 이날 모인 분들이 누구누구인지는 동네사람들이라면 다아 잘 아실 터. 그러나 벙개를 통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행운은 매우 드문가보다. 일례로 오두막 마을지기인 나무지기 님을 만난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하여 궁금한 분들께 도움말 드리는 셈치고 몇 자 적어본다.
짐작한 대로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세련된 감각을 느낀다. 본명이나 직업, 나이와 가족은 구태여 묻지 않는다. 명함을 주고받는 이들도 없다. 이를테면 칙칙하게 ‘주민등록증 식의 발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늘 모임처럼 직업과 세대(봉실 땀시 집어넣은 말)를 굳이 의식하지 아니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긴 힘은 무엇일까. 옳거니, 여기는 들바람 같은 자유정신과 황토를 닮은 공동체적 모형을 꿈꾸는 곳이려니. 아닌 게 아니라 좋아하면 닮는다. 여울소리, 칼을멘, 두손사랑, 서강둑, 장봉실. 오두막 마을에 써 붙인 때깔 고은 ‘아뒤’들은 그들의 열쇠말이자 일종의 정신적 코드가 된다.
여울소리님한테선 두 가지에 놀랐다. 예순을 넘겼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얼굴. 그야말로 동안이다. 또 하나는 생각보다 아담한 자태. 이건 유장하고 활기 찬 그의 글에서 받았던 선입견 탓일 게다. 큰 키에 우람한 몸매, 그리고 넉넉한 ‘기러기 눈매’를 연상했었다. 반면에 나중 얘기지만 여울은 나한테 놀랐다고. 글쎄, 짐작컨대 내 ‘떡대’가 예상보다 커서 그랬을까(참고: 한국인 표준임). 그의 눈은 맑다. 얘기하면서 가끔 눈을 들여다봤다. 그 속을 흐르는 어떤 갈망 같은 것...흐음~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주선’ 이미지를 바꿔야겠다.
칼을멘 님은 유쾌한 남자다. 서울 시청의 고위 공무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년을 7년 쯤 남겨 놓았다고 하는데 나는 “나이 들어 할아버지 될 때까지 하시라”고 했다. 그의 날선 문제의식과 발품으로 쌓은 공력이 공직사회에서 발휘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가 질문한다. “종교계에 몸 담고 계십니까?” “아닌데요. 그렇게 보입니까? 주말에 성공회에 나갈 뿐입니다.” 여울이 물었다. 왜 칼을멘입니까. 무섭게스리. 내가 시덥잖은 해석을 내놨다. 한창 젊었을 때 혹시 카르멘을 사랑했나 보죠. 허나 무슨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단다. 칼을멘은 농담하고 싶은 사람. 튼튼해 보이는 등짝을 향해 형님 하고 두 번 불러봤다. 한 번은 술 먹으며 또 한 번은 노래방에서. “아이구, 이거 왜 이러십니까? 누가 누구의 형입니까?”
두손사랑은 늦게 모임에 합류했다. 그 바람에 말 한마디 나누질 못했다. 쇠털같이 많은 다음 기회가 있으리라. 그러나 이미 게시판에 여울이 잘 정리해놓았다. 한눈에도 예절이 바르고 부드러운 기운이 넘친다. 먼 여행에 동반하고 싶은 남자라고 하면 어떨지.
서강둑 님은 일찍이 내가 아우라고 불렀던 사람이라 그만큼 익숙하다. 강뚝은 유식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특수 상대성이론을 잠깐이나마 맛보게 해준다. 이럴 때 나는 무식하다. “한반도”란 영화 얘기도 곁들인다. 그의 말대로라면 괜찮은 영화 같다. 그런데 영화도 안 봤지만 잘 모르는 게 있어 말을 아꼈다. 다시 쇠털 같은 시간에 맡기면 된다. 가만 있자 ‘강뚝’은 마을 게시판에 꼬리말을 가장 많이 올린 사람이다. 활달함과 어느 땐 번뜩이는 기지도 느끼지 않았는가 싶다. 그는 무척 신중해 보였다. 어쨌거나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은 그가 풍기는 듬직함 때문일 게다.
장봉실 님. 이 이름도 사이버 공간에 두둥실 띄운 이름이다. 본명 또한 예쁘기만 하다. ‘몽실’은 사진발이 별로인가 보다. 나는 그가 30대 후반의 아줌마인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사진보다 훨 이쁘고 젊다. 그런데 이 아씨에게서 여걸 풍모도 느꼈다. 시원시원한 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선이 굵다. 오늘의 형국은 사 오십 육십 대 아자씨들 사이에 핀 한 떨기 처녀. 당근 독차지해도 좋을 법한 사랑어린 시선이건만 언뜻 이 아가씬 무심해 보인다.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여기에서도 말을 아끼자. 예컨대 강둑 아우와 몽실 아씨가 너무 가까워 보여 언젠가 내가 시샘했다는 얘기라든가^^.
내가 애초 예상한 벙개보단 모인 사람이 적었다. 하지만 적은 숫자가 한결 오붓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두막마을은 어떻게 ‘진화’할까. 언뜻 떠오르는 그림은 없다. 소담스런 글들을 한데 묶어 문집을 내자는 얘기도 있었던 걸로 안다. 그만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
너무 사적인 데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조금만 더 적어본다. 실상 지난 며칠 동안은 우울했다. 사월의 끝 날에 만난 어느 자리에선 오랜 친구와 다투기까지 했다. 따지자면 대 미국관과 북녘어린이 돕기운동이 불씨가 됐다. 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별 것도 아니다. 나야 명망인도 아닌데다가 앞장서서 뚜렷하게 하는 일도 없으니까. 다만 생태문제와 종교간 소통, 반전반핵 등이 도마에 오를 제 휘이 둘러보면 어김없이 소수파에 속하는 나를 확인할 뿐이다(애고~그러나저러나 제 그릇을 알아야지).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쉽게 상대방을 이해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섭섭함 같은 건 남는다.
사월을 보내고 오월 첫째 날 맞이한 벙개. 오두막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래 사진: [네이버 포토앨범]에서 옮김
첫댓글 듬직한 외모에 따스한 정감이 가득한 숲님, 강건너 숲처럼 아늑함이 물씬 풍기는 비슷한 나이의 사나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언제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오것지요. 쇠털같은 날인데 말이지요. 세월은 이래 놀라운 만남을 선물하여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가 봅니다. 2탕을 뛰며 참가한 모임으로 5월 내내 기쁨으로 가득찰 것 같은 예감이 가득함다. 감사했슴다. 풍성한 글이 벙개뒤를 자극하네요.
예 그렇습니다. 글고 다음 기회 뿐인가요 두손사랑 님도 틈 나면 글 올리세요. 고맙습니다. 근데 두손 님은 목간하셨는가요(오두막 목간통 방에서)? 뒤늦었지만 저도 곧 할 겁니다.
저는 좀 되었지요. 들어오자 마자 성질이 급하여 바로 벗고 목간했답니다. 해야 하는 거는 물불을 안가려서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숲님의 이지적인 외모와 당당한 풍채에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여기저기 흔적에서 나타난 고담준론에 상당한 식견은 능히 짐작했던바이나 늠름하고도 헌출한 외모는 뜻 밖이었습니다. 제 상상으로는 아담한 체구에 안경을 착용하시고 학자풍의 모습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날 만난 분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품성 또한 넉넉한 분들 같아 근래 맛보기 드믄 행복이었습니다. 역시 강건너 숲님의 예리한 판단과 혜안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물처럼 흐르는 글이군요.
어라, 근데 여울 형, "혜안"을 그런 데 쓰시다니!! 아무리 맘씨 좋은 문장가라 해도 이건 좀 헤프시네요^^. 전 술 잘드시는 분을 보면 조금 주눅 드는 게 있어요. 제가 전혀 가보지 않은 세계인 것처럼 보이거든요. 실제로 이태백의 싯귀 하나 기억하는 게 없어요(그렇다고 두보를 아는 것도 아니지만^^). 역시 눈썰미 있는 엉아께서 잘 보셨어요. 제가 속이 참 여려요. 이 점, 칼을멘 님과 시합하면 재미 있을 듯ㅎㅎ. 다시 말해 떡대와 깡다구의 부조화죠. 그러나 엉아는 저보다 노력을 많이 기울이신 분, 조화미가 있으시던데요 뭘. 전 그 점에선 날라리 수준. 왜냐하면 되게 낙천적이거든요.
봉실이는 눈여겨 들여다 보면 귀엽고 이쁜데가 한두군데 아니지요. 특히나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매하며 귀는 부티가 절로나고 귀엽고도 아주 잘생긴 이목이였소 ^^ 나이보다 훨씬 어린티는 가냘픈 몸매와 귀엽고 이쁜 얼굴에서
연하더군요. 약속장소에서 봉실이를 찾느라 핸폰을 걸고 누가 전화를 받는가 두리번 거리는데.. 아니 이건 고등학생 수준이잖소
참 히얀한 세상일이구나 충격에 잠시 멍해지기도 했더랍니다. 약속장소에서 봉실님과 강둑님 비슷한 연배의 두 
가 있었지요. 하는 행동이 영락없는 우리들 입장 같았단 말입니다. 예의주시하던 그중 남자의 귀 중간쯤에 피어싱한 친구가 혹시나 강둑님이 아닌가하고 가슴이
철렁합디다만 그들은 아니었고 실제 만나 본 강둑님 천부당 만부당이였지요. 이참에 잠시나마 불손한 생각을 품었던 불찰을 강둑님께 사과드립니다.^^ 강둑님의 훤한 인상과 겸손은 제게 많은 본을 주셨고 실제모습은 마을에서 본 사진보다 훨씬 훌륭한 인물이였습니다.
여울행님!~ 부끄부끄~!! 이건 봉시리가 잘 쓰는 표현인데, 지도 써야 겠네유!~ 지도 행님들 만나서 너무 반가웠심더!~ 행님의 글 쏨씨는 부러웠시유!~~
머, 전에도 이런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요즘 시대에 농촌갈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면 눈이 번쩍 띌만큼 반갑지요...
지가 목간하지 않으신 여울행님과 숲행님에 대하여 강제로 벗겨드립니다. ㅋㅋㅋ 먼저, 여울행님은 서예와 동양화에 조예가 깊으시고 또한 사주관상도 보신답니다. 나이61세에 믿기지 않는 동안이셨구유!~~ 어떤 남자가 피어싱을 하고 있어...저로 생각하여 잠시나마 실망하셔답니다. 숲행님은 너무 잘생긴 얼굴에 중후함이 엿보이는 57세의 나이시지만 동안이셨구유!~ 오히려 외모보다는 사려깊은 마음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하시는 일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면 영어번역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칼행님은 여러님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신터라 생략하구유!~행님 생략혀서 지송혀유!~~글고 두손행님은 목간통을 참조하셔유!~
아우님이 이 몸에 관해 알려드린 정보 그럭저럭 동의함(과장이 있음에도). 허나 진짜로 틀린 것 하나. 현재 57살. 오는 9월이 와야 비로소 58살. 이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아홉 수라니 이 무슨^^. 글고 오늘 목간했어요.
숲행님!~~ 죄송혀유!~~ 수정합니다!~
아이고 예뻐라. 어느 틈에 바로잡으셨네. 근데 강둑 부나무지기 님, 남을 배려하는데만 너무 시간 보내지 말고 자신에게도. 간단해요. 자신의 글 올리시면 어떨까요. 그런 소양을 넘칠만큼 지닌 분이 꼬리말만 달다니.
숲행님!~ 지는 업무상 보고서 위주의 간결체로 정리하는 습성이 배여 있어 책한권을 어떻게 하면 한마디로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쪽으로 발달되어 있습니다. 너무 딱딱하고 글에 대하여 무식혀서 보는님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구, 쏟아버린 이삭 다시 줍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오프라인의 모임을 하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사이버 허공판이 시공을 초월하는 점에서 편리하기는 합니다만 그 한계가 너무도 뚜렸합디다. 몇년을 허공판에서 글을 주고 받아도 직접 얼굴을 대할때의 그 신선함이란...^^* 저도 형님들 뵐 날이 곧 오겠지요? ㅎㅎㅎ
빨랑요~~~~ 뵙구싶어요...봉실올림``
빨랑요~~~~ 뵙구싶어요...갑장올림
빨랑요~~~~뵙고싶어요....갑장올림''<2>
빨랑요~~~~뵙고싶어요....갑장올림''<3> 요샌 복사가 너무 많어!~~ㅋㅋㅋ
지가..전염성이 강해요..



// 윗 사진 청보리밭 축제인지요
...
맞아요. 장소는 전라도 신안군인가 어딘가의 청보리밭이랍니다.
허걱, 산골님이 갑장이라고라. 그람 칭구해야 것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