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 (녹)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이영근 신부
복음; 루카17,26-37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26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 을 모두 멸망시켰다.28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29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30 사람의 아 들이나타나는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31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 러 내려 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32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33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34 내가 너희에 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35 두 여자가 함 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36)·37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 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사람의 아들의 날’을 미리 준비하라는 말씀> 어제 복음에서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사람의 아들의 날'에 대한 때와 장소와 방식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재림을 맞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의 때’에 벌어질 일을 물과 불에 의해 멸망하게 된 구약의 두 사건, 곧 노아(창세 6-7장)와 롯(창세 19장) 때와 같을 것임을 말씀하시면서, ‘재림’의 준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노아와 롯의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노아 때에 대해서,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갔음을 말하고 있을 뿐, 특별한 죄나 부패를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사랑에 소극적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죄가 아니라 그들이 장차 일어날 일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오직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는 일에만 몰두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가 그들처럼 비록 죄를 짓지 않는다하더라도 자신들의 인간적인 세속의 삶에 빠져 주님을 알려하지도, 하느님을 경외하지도, 하느님의 의로움을 구하지도 않고, 타자를 향해 자신을 내놓은 사랑을 실현하지 않으면, 멸망을 당하리라는 말씀입니다. <마태오복음> 25장의 ‘심판의 비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이 ‘사랑하지 않았음’이 문제였음을 말해줍니다(마태 25,31-47).
한편 롯의 때에는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불과 유황으로 멸망당하였습니다. 롯도 노아와 마찬가지로 장차 닥쳐올 재앙을 미리 알고서 소돔을 떠나는 조처를 취하고 구원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집안에 있는 세간, 곧 소유물에 대한 애착으로 뒤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
결국 이 두 이야기는 ‘사람의 아들의 날’을 미리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곧 먹고 마심과 자신의 소유와 목숨의 보존에 매이지 말고, 그 때를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의 삶이 어디를 향하고, 누구를 향하여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곧 죽음을 향하여 있는지, 생명을 향하여 있는지를 보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루카 17,37)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
주님! 제 자신이 아니라 당신을 향하여 살게 하소서. 제 삶이 썩어 부패한 시체의 삶이 되지 않게 하소서. 당신 말씀이 살아 팔딱거리는 생명의 삶이 되게 하소서. 자신의 보존을 향한 죽음의 삶이 아니라, 타인을 향하여 자신을 내어주는 생명의 삶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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