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벌
오늘 TV 「아침마당」은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진행자는 물론 가수 강진도 붉은 양복을 입고 나와 그의 히트곡 「땡벌」을 불렀다. 노래를 들으며 문득 ‘땡벌’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땡벌은 땅벌의 사투리로, 경상도에서는 ‘땡비’라고도 부른다. 땅벌은 끈질긴 생명력과 강한 독성을 지닌 벌이다. 벌집을 잘못 건드리면 큰 화를 입기 쉽고, 도망가도 끝까지 따라와 침을 쏘는 집요함이 있다. 그 독성 때문에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한다.
오늘은 북중미 월드컵 3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32강 진출 여부가 걸린 중요한 경기인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도 「땡벌」을 부른 의미도 선수들이 땅벌처럼 강인한 투지와 끈기로 끝까지 밀어붙여 골문을 가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붉은 응원복 역시 강렬함과 열정을 상징한다. 국민들은 선수들이 나비처럼 날고 벌처럼 쏘며 멋진 경기를 펼쳐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늘 경기가 열리는 몬테레이에는 우리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여러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서 도시가 크게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교민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까지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 모두의 염원처럼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 32강 진출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오늘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6·25를 기억하며 전쟁의 포화 속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지금도 남과 북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두르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이념과 냉전의 갈등을 넘어서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 철조망이 걷히고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 우리 모두의 소망도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이곳 라우어 입주민들도 콘서트홀에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1, 2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붉은 옷을 입은 주민들이 속속 자리를 메웠다. 오전 10시, 긴장감 속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이 시간은 단순히 축구 경기를 넘어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입주민들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은 한 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내내 땡벌처럼 끈질기게 뛰었고, 국민들의 응원 역시 한마음으로 이어졌다. 비록 자력으로 32강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아직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어 우리 선수들의 노력이 값진 결실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