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7조, 삼성 3조∼5조… K배터리 투자 보폭 넓힌다
세계 전기차 판매 올 25% 증가 전망
IRA에 에너지저장장치 시장도 커져
LG엔솔, 美공장 계획보다 4배 확대
삼성SDI는 GM과 합작공장 MOU
미국 미시간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전경.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환율 상승 등으로 주춤했던 배터리 업계 투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주춤할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올해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투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4일 미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 원을 투자해 단일 기준 북미 최대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1조7000억 원을 들여 애리조나 공장을 지으려 했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환율 상승 등 경영 상황이 악화돼 지난해 6월부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탄탄한 수요를 재확인하면서 초기 계획의 4배가 넘는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195만 대로 지난해 956만 대 대비 239만 대(25.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첫 발표 당시 11GWh(기가와트시) 규모 공장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던 계획을 오히려 27GWh, 4조2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물량까지 벌써 공급처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더해 16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3조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루시드, 니콜라, 리비안 등 미국의 주요 전기차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투자비 상승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감안해도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업계는 해당 공장이 30∼50GWh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액은 3조∼5조 원으로 추정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15일 정기 주주총회 후 “GM과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배터리 기업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가파르게 오른 원-달러 환율은 10월, 11월 한때 1440원대까지 치솟아 투자비를 재산정해야 했다. 현재는 13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담 되는 환율이지만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미 IRA 시행으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ESS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RA는 청정전력 생산·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제공해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향후 미 태양광 설치량은 10년간 연 1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7조2000억 원 중 3조 원을 ESS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투자도 힘을 받았다. SK온은 23일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중국 GEM(거린메이)과 함께 전북 새만금에 1조2100억 원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5∼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연산 5만 t 규모로 전기차 30만여 대의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