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섞여 내려오는 살짝 슬픈…
*
"....아..."
"후.... 그만 끝내자."
3년이다.
3년을 나혼자 짝사랑 하고 3개월을 사귀었고
지금... 내 눈앞에서 양다리 걸친것을 말하는 이 남자가
내 3년의 시간을 가진 행운의 남자.
"내가!! 장난같아? 3년이야, 3년을 바라봤어. 친구라는 3년의 시간.. 그거 깨면서 너한테 고백하고,
얼마나 두려웠는지 생각이나 해봤어?! "
"그거때문이야!! 친구도 아니고, 내가 널 좋아하지도 않아!! 내가 지금 놔주는게 널 위한 최소의 예의라고!!"
"......결국... 내가 불쌍해보였구나. 그게 다였구나?"
입가에 걸리는 슬픈 조소.
그의 옆에 있던 여자는 그런 내가 무서운지 그의 옷자락을
부여잡는다. 그녀는... 좋아?
그녀는.... 좋아?
비가 내렸다.
톡톡톡. 더러운 사랑아 씼겨 내려가라
더러운 사랑아 씼겨 내려가..
발걸음을 놀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
가련한 카렌의 구두마냥 제멋대로 가는 나의 신발아
어디로 가는거야? 응? 어디로 가는거니?
이제 몇개월 남지도 않은 내 인생.. 그래서 ... 용기내서 고백했던거였는데
왜... 죽을때 되면 안하던짓 한다잖아.. 그거...였는데..
"으아아아앙- 으허엉... 끅..끅.."
아이마냥 운다. 크게
왜... 애들 우는 소리 있잖아, 끅끅 대면서..
부끄럽지도 않은지 크게 우는 소리. 그거... 꽤 부러웠는데
빗소리에 묻히게 운다.
은빛, 물빛, 회색빛 세가지의 색깔만 내눈에 비친다.
슬프게도 내리는 빗방울. 이제 몇개월 후면 이 슬픈것들도 보지 못한다.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게... 뭐더라...
"....흑...아, 기억났다."
..
학교수영장을 찾았다.
다행히도 수영부가 물을 빼놓지 않았다.
그나마 좀 깨끗해보이는 그 모양에 시내를 돌아다녔던
청바지와 내 티셔츠가 잠긴다.
죽기전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중 하나.
비오는 날 미친년 됬다 치고 수영해보는것.
나는 몸에 힘을 빼고
물위에 떠있는걸 좋아한다. 사람이 많으면 하지 못하는 일이지.
그렇게 십몇분을 있었을까... 누군가가 걸어왔다.
찰팍찰팍
경비 아저씨인가...
"어이, 아줌마 거기서 뭐해?"
"...."
몸에 힘을 준다.
스르륵 하고 수영장 속으로 잠긴다.
'나'라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
"어!! 어어?!!! 악! 아줌마, 아줌마!!"
풍덩하는 소리가 들린후 힘 빠진 내 팔을 잡아끈다.
푸핫, 올라가서 놀려줘야겠다.
재미있는 열혈 사람 때문에 간만에 발을 움직이고 위로 올라온다.
그 사람은 놀랐는지 물을 좀 먹은 것 같다.
"푸핫, 하하하하- 뭐야... 너 이학교 학생이지?"
"아줌마 뭐야!! 죽는줄 알았잖아!!!"
"큭큭큭... 아~ 아직도 이런 녀석이 있었구나."
그래.. 수영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때도 그녀석 반응이
딱 이랬다. 그가 구해줄것 같았는데 미련한 내가 발을 움직여서
위로 올라갔었지. 바보.
"미안... 미안..하다..."
"뭐야, 아줌마 울어?!"
...어차피 알아보지도 못할건데... 빗물인지..눈물인지..
그냥... 아무말 안하기로 했다.
이녀석, 뉘집 자식인지.. 되게 귀엽다.
잠시 쪼그린채로 눈물 들키기 싫어서 얼굴을 묻고 있는데
녀석이 날 불렀다. 내 이름도 모르면서
"야, 아줌마"
"왜에..."
빗소리에 소리가 묻힌다. 뭔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상황.
고개를 드니 얼굴이 가까이 있다.
할짝. 하는 소리와 개구지게 웃는 녀석
"에에- 짜다. 역시 울었네?"
아.. 이녀석 괴짜다.
..
탈탈탈탈.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줬다.
알고 보니 그녀석은 이 학교 내 후배녀석.
졸업하고 한참을 찾지 않은 나의 모교에 이런 녀석 천지인가보다.
여자 혼자 자취하는 방에 들이기도 뭐했지만
"으어어어....딱딱딱딱.."
사내녀석이 추위를 너무 잘탄다.
탈탈탈탈.
"서비스 끝"
"왜에- 더해줘! 이거 기분 좋아"
얼씨구, 쪼그만 녀석이 당당하네
근데... 누구랑 닮아서 해준다. 탈탈탈탈
머리를 털면 내가 자주 쓰는 샴푸향이 올라온다.
나는 머리 감아도 샴푸향 같은거 안나던데.. 부럽군,
"꼬맹아. 너 머리 제대로 안 감았냐?"
"왜에? 샴푸향 많이 나?!"
"응, 나는 아무리 감아도 그런 향 안 나온다"
"아냐, 누나는 향에 취해서 그런거지. 나한테는 누나 샴푸냄새 나는데?"
그런...건가.
톡톡톡톡.
저놈의 비, 끝까지 안 멈춘다.
"우산 빌려줄까? "
"뭐야!! 왜 티비가 이것밖에 안나와?!"
어느새 티비를 틀고 참으로 정직하게 정.규.방.송 만 나오는
우리집 티비를 원망하는 녀석.
그만하면 많이 나오는거야 새꺄
"아가, 집에 안가냐?"
"어허! 내 이름은 해태성, 자! 태성씨~ 해봐"
딱콩.
요녀석, 가만 냅뒀더니 귀여움의 도를 넘어
이제는 코믹까지 하려한다.
"이씨, 왜 때려! 나만큼 잘난 남자 있음 나와보라 해봐!! 이 비오는날 수영하다 빠진 여자도 구해주고,
응? 내가, 내가내가!! 웃겨도 줬잖어!!"
"오냐, 너 잘났다"
"흥"
풋. 가만보니 꼭 그녀석을 닮은것만도 아닌것 같다.
하는짓, 아기자기 해서 귀여운 녀석
"아아... 나도 너만한 동생 있었음 좋았을걸"
"어이, 누님. 이쁜 여자는 비오는날 그렇게 다 젖어가면서 울면 누가 보쌈해간다. 다음엔 나랑 울자"
"글쎄다.. 다음이 있을런지.. 난 반년도 못살거래"
"......누가 그래"
"병원에서 그러더라. 아아... 아가씨, 부모님은... 안계신가? 이게..이게이게....미안하게 됬네.. 라면서"
녀석의 표정이 굳는다.
고맙게도.. 나죽으면 울어줄 사람 하나는..
만들어놓고 죽는것 같다.
파사사삭-
태성이의 머리를 흐트려 놓고 나면 ... 웃어줄라그랬는데
미안. 누나는... 마음이 좀 아프다..
"태성아, 지금 좀...울어줘라.."
"응. 울어.. 비맞고 울지말고.. 여기서 울어. 따듯하지?"
토닥토닥.
목메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같이 울어 달라고 청한다.
칭얼대는 아이마냥..
무릎베개 까지 해가면서 나를 달래주는 녀석때문에..
3년의 짝사랑과 3개월의 달콤한 인연이 끊어져서..
앞으로 살길이 구만린줄 알았는데... 반년밖에 못산다길래..
나는 운다..
"으아아아아아앙- 으앙..."
이것은.. 내가 죽기전, 기억할 가장 슬프고.. 따듯한..
어쩔수 없는..
비에 섞여 내려오는 살짝 슬픈 무언가의 그것.
죽기직전 남을 내 마지막 사랑.
그런것 이다.
@@@
새드소설인데 새드 같지 않죠?
죽기직전이 아니라 아직 반년이란 세월이 남아서..
그럴거에요.
눈물나게 슬픈 소설은 제가 능력이 안되서 못 씁니다.
메르헨같은 분위기들을 너무 즐긴달까.
하하하.
번외는...
쓸까요 말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땡큐베리마치입니다 ㅇ_ㅇ//
첫댓글 수영장에서 힘빼고 있으면 몸이 뜨나요? 내몸은 무거워서 안뜨는데ㅋㅋㅋ 부럽다^^* 잘보다갑니다~
감사해요! 아 그리고.. 힘 쭉 빼고 있으면 둥둥 뜨던데.. 시체놀이라면서 저혼자 둥둥 떠다녔어요♬ 은근히 재밌음. 근데 떠다니다가 몸에 힘들어가면 갑자기 머리부터 빠지니까 물좀 많이 먹었어요 ㅋㅋㅋ, 봐주셔서 감사해요♡
번외써주세요!!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ㅇ,ㅇ 번외번외!! <<귀찮아.......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하하. 동생이 나한테 얻어터지고 저렇게 웁니다_-<이런개쌍.나쁜언니
뭔가 새드같으면서 해피같은 느낌ㅇ ㅂㅇ)~우어우어~히히히히히히 남은여생;을 태성이와잘지내보자..♡
그렇죠. 남은여생 반년 ㅜㅜ
우움 !!! 반년.........음.................<-
.......반전을 넣어서 3년 더 살았다 해볼까요 _-.....농담입니다
내가누구일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