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타까운 클라라의 죽음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영혼의 집> 2권의 이야기가 늦어졌구나.
서둘러 이야기를 해줄게.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블랑카가 아버지 에스테반에 의해 장 드 사티니와 강제 결혼을 하고
북부 지역으로 이사를 갔잖니.
강제 결혼한 것 치고는 블랑카는 신랑이랑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고 있었단다.
하지만, 장 드 사티니의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사진 암실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그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서 그 길로 도망쳐서
수도에 있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단다.
엄마 클라라는 마치 블랑카로 올 것이라도 예상을 한 듯 다정하게 받아주었단다.
블랑카는 그곳에서 딸 아이를 낳았고 이름은 알바로 지었어.
알바는 엄마, 외할머니, 외삼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단다.
비록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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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알바는 그때까지 죄악이라든가 젊은 요조숙녀들이 지켜야 할 바른 몸가짐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고,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도 구분할 줄 몰랐다. 외삼촌 한 명은 복도에서 벌거벗은 채 가라테를 한답시고 뛰어다니고, 다른 외삼촌 한 명은 책 더미 속에 파묻혀 지내고, 외할아버지는 지팡이로 전화기와 테라스에 있는 화분들을 박살내고 다니고, 엄마는 촌스러운 가방을 들고 몰래 나갔다 들어오고, 외할머니는 삼각 테이블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고, 피아노 뚜껑을 열지 않은 쇼팽을 연주했다. 그런 것만 보고 자란 알바이니 당연히 틀에 박힌 학교 일과가 지겨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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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가끔씩 만나는 외할아버지 에스테반도 알바를 좋아했단다.
누구나 미워할 수 없는 천사 같은 아기였지.
하지만 에스테반은 다른 식구들과는 거의 교류를 하지 않고 농장에서 혼자 지냈단다.
알바가 혼자 다닐 만큼 크고 나서
혼자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농장에 갔단다.
블랑카는 페드로를 다시 만났어.
페드로 기억나지?
에스테반의 소작농의 아들로 블랑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가
에스테반가 휘두른 도끼에 손가락 세 개가 날라간 사람, 바로 알바의 아빠잖니.
다시 만난 페드로는 가수가 되어 있었단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어.
알바가 일곱 살 때 외할머니 클라라가 죽고 말았단다.
예지력이 있던 클라라는 자신의 죽음도 예견하고 있었고,
죽기 저네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죽음을 준비했단다.
클라라가 죽고 나서 수도 있던 그들의 집은 그야말로 쇠락하고 말았단다.
재정은 늘 적자에 시달리고, 집 관리는 제대로 안되어 지저분했지.
1. 좌파와 우파
농장에서 혼자 지내는 에스테반에게 누군가 찾아왔어.
자신은 소작농의 아들이라고 밝힌 에스테반 가르시아라는 사람이었어.
이름이 에스테반과 같았는데,
에스테반은 자신을 존경한 어떤 소작농이 아들의 이름을 자신과 같게 지었나 하고 생각했단다.
사실은 사생아였어.
에스테반은 젊은 시절 난봉꾼이라서 사생아가 엄청 많았다고 했잖아.
에스테반 가르시아는 그 중에 한 명이었단다.
가르시아는 당돌하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그 당돌한 자신감이 마음에 들어서 에스테반은 돈을 빌려주었단다.
…
에스테반은 정치도 계속 하고 있어서 계속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단다.
어느덧 보수당의 정치 거물이 되어 있었어.
에스테반은 보수당답게 공산주의 사상뿐만 아니라 좌파 세력을 용납하지 않았어.
그의 첫 번째 정치적 목표는 공산주의를 척결하는 거야.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대부분 좌파였단다.
알바의 외삼촌인 하이메도 좌파였는데,
좌파 정치 세력의 리더이자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사람과 친분도 있었어.
알바도 대학생이 되고 나서 만난 미겔로부터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단다.
미겔이라는 이름 1권에서 나왔었는데 혹시 생각나니?
알바의 쌍둥이 외삼촌 중에 한 명인 니콜라스의 여자친구 아만다의 어린 동생.
클라라의 집에도 자주 왔었다고 했었지.
알바라 어렸을 때도 몇 번 미겔이 찾아왔었어.
그러니까 어렸을 때 그들은 아미 만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당연히 기억을 못하지.
알바는 미겔의 영향을 받아서 노동자 시위에도 참여를 했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외할아버지 에스테반은 분노하다가도
알바를 걱정하기도 했단다.
아무리 평생을 나쁜 놈으로 살았어도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다들 비슷한가 보구나.
미겔로부터 누나 아만다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알바는 의사인 하이메 외삼촌에게 도움을 청했어.
하이메는 그렇게 아만다와 재회를 했단다.
1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하이메는 남몰래 쌍둥이 형제 니콜라스의 여자친구 아만다를 짝사랑했었잖아.
당시 니콜라스는 해외로 나가서 소식이 끊겨 있었단다.
위중이라고 하는 아만다는 지나친 약물로 폐인이 다 되었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였단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알 수 있었어.
2. 희망이 현실로 하지만 너무 짧은…
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에서 몇 번 고배를 마신
좌파 대통령이 드디어 당선이 되었단다.
이 소설에서는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란다.
좌파를 지지했던 알바와 블랑카 집안은 축제분위기였단다.
보수당 정치 거물이었던 에스테반만 빼고 말이야.
좌파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어.
하지만 야당이 된 우파가 그냥 앉아서 좌시하지 않았어.
그들은 좌파 정권을 다시 뒤엎으려는 음모를 꾸몄어.
언론을 이용해서 사회 혼란은 야기해서
사람들은 물건 사재기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물가가 폭등했단다.
그로 인해 국민 여론은 크게 분열되고 말았단다.
…
좌파 정권이 들어서자 에스테반도 직격탄을 받았어.
소작농들 중에 과격한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에스테반을 인질로 잡고 난동을 부렸단다.
블랑카와 알바는 페드로에게 도움을 요청했단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페드로는 당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거든.
페드로는 직접 농장을 찾아갔단다.
페드로와 에스테반은 수십 년 만에 대면을 했단다.
마지막 대면이 에스테반이 도끼를 들고 페드로의 손가락을 잘랐을 때였단다.
아무튼 페드로의 도움으로 에스테반은 안전하게 풀렸단다.
….
사회 분열의 양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더 심해졌단다.
얼마 후 우파의 야당과 군 수뇌부가 연합하여 쿠데타를 일으켰단다.
이 소식을 들은 알바의 외삼촌 하이메는 대통령궁으로 갔단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으니 혹시 부상자가 생기면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의 세력은 막강했단다.
대통령궁에 폭탄을 날려 무너뜨렸어.
결국 대통령은 쿠데타를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단다.
방송을 통해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은 다시 읽어봐도 절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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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17)
대통령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앞으로 박해받을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나 역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민중의 충심에 내 목숨 다 바쳐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 조국과 조국의 운명을 믿습니다. 이 순간을 잘 극복하십시오. 그러면 조만간 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자유인이 지나갈 수 있는 드넓은 가로수 길이 열릴 것입니다.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입니다. 나는 내 희생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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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인해 좌파를 지지했던 블랑카의 집안도 쑥대밭이 되었단다.
대통령궁에 있었던 하이메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말았단다.
알바는 집에 있으면서 몸을 사렸어.
미겔이 실종되었는데 찾아 나서지도 못했어.
장관직을 역임했던 페드로도 도망자 신세가 되어
블랑카의 비밀 골방에 피신해 있었어.
…
3. 다시 지옥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사람(책에는 실명이 안 나왔지만 피노체트)은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여러 가지 선심 정책을 펼쳤지만
나라는 계속 속으로 썩고 있었단다.
피노체트는 강력한 독재 정치를 준비하고 있었어.
에스테반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 세력에서도 점점 배제되어 가고 있었어.
그런 정치판에 이제 신물이 났어.
이제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단다.
에스테반이 변한 것을 알게 된 블랑카는 한 가지 부탁을 했어.
페드로와 자신이 망명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어.
에스테반은 아직 영향력이 있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페드로와 블랑카를 교황청대사관으로 빼돌리는데 성공했단다.
이 일을 같이 계획하면서 블랑카는 아버지 에스테반과 화해를 하게 된단다.
그리고 페드로와 블랑카는 그렇게 해외로 망명을 하게 된단다.
이후 에스테반은 자신의 집을 도피자들의 임시 피신처로 만들었어.
그가 정치를 그만두었지만, 보수당 정치 거물이었던 집을 함부로 수색할 수 없었거든.
어느날 미겔이 찾아왔어.
미겔은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게릴라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어.
알바는 살림살이를 팔아서 군자금으로 미겔에게 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쳐 알바를 강제 연행해 갔단다.
그 자리에 에스테반도 있어서 자신의 지위와 이름을 걸로 군인들을 협박했지만
군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알바를 연행해갔단다.
이 일은 에스테반 가르시아 대령이 꾸민 짓이란다.
기억나지? 에스테반에게서 돈을 빌려가 사생아 에스테반 가르시아.
그는 사실 에스테반에게 강한 복수심을 갖고 있었고,
복수를 이런 식으로 했던 것이란다.
끌려간 알바는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참혹한 고문을 받았단다.
이것은 에스테반 가르시아의 개인적인 복수의 방법인 거야.
한편 에스테반은 외손녀 알바를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단다.
에스테반이 젊었을 때 사창가의 한 여인한테 진심으로 도와준 적이 있었어.
그 여인은 트란시토 소토라는 여자인데, 1권에서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단다.
트란시토가 지금은 홍등가의 사장이 되어 정부 거물급 인사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에스테반은 트란스토에게 도움을 청했고,
트란스토가 도와줘서 마침내 알바를 찾아내 빼낼 수 있었단다.
그렇게 풀려난 알바는 외할아버지 에스테반의 마지막을 함께 한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다 서사시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더구나.
아빠가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적어두는데,
<영혼의 집> 1권의 첫 문장과 2권의 마지막 문장,
그러니까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똑같더구나.
““바라바스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왔다”
….
지은이 이사벨 아옌데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좋았고,
마지막에 가족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것도 좋았지만,
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힘들었던 점에 가슴이 아프구나.
소설 속 주인공들과 삶을 살았던 이들이 칠레에도 많이 있었을 텐데…
지은이 이사벨 아옌데도 망명생활을 했었잔니.
작년에 <바다의 긴 꽃잎>을 일고 이사벨 아옌데의 책들을 몇 권 사 두었는데
이번에 <영혼의 집>을 읽고 나니 이사벨 아옌데의 책들을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이사벨 아옌데를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클라라와 블랑카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들이 없었더라면 그 시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빛이 바래고 희미해진 기억들로 뒤죽박죽 되었을 것이다.
책의 끝 문장: “바라바스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왔다……”
책제목 : 영혼의 집 2
지은이 : 아사벨 아옌데
옮긴이 : 권미선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338 page
책무게 : 642 g
펴낸날 : 2003년 07월 05일
책정가 : 12,000원
읽은날 : 2023.04.26~2023.04.28
글쓴날 : 2023.0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