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공동으로 쓴 책을 보면, 한국인의 (맹목적인) 반일감정은 전두환 시절에 생겨났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전두환 이전에는 (맹목적인) 반일감정이 없었다는 소리인데 과연 그럴까?
장한철(張漢喆 1744~?)이라고 조선 시대 제주도 태생 선비가 있는데, 이 사람이 1771년에 쓴 기행문인 표해록(漂海錄)이 있다.
이 표해록 중간 부분을 보면 장한철 본인이 일본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내용으로 말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표해록에서 장한철은 일본인을 가리켜 왜노(倭奴)라고 부른다. 왜노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왜 노비인데 왜는 일본인을 비하하는 호칭이니 이건 지금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가리켜 부르는 멸칭인 쪽바리보다 더 심한 말이다. 그리고 장한철은 표해록에서 왜노는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라고까지 불렀다.
또한 장한철은 표해록에서 선릉과 정릉, 즉 조선의 9번째 임금인 성종과 11번째 임금인 중종의 무덤이 임진왜란 때 일본군한테 도굴을 당한 일을 거론하며 자신의 간이 소리를 치고 피가 끓으며 운다고 적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천 번으로 칼로 왜노를 찌를 만하다고 말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그 뒤에서 장한철은 하늘이 내린 생물은 모두 사람에게 이롭지만, 오직 왜노, 즉 일본인이란 종자는 사람한테 터럭만한 이로움도 주지 못하고 그 해로움이 호랑이나 뱀보다 더 심하다면서 하늘이 어찌하여 일본인이란 종자를 만들었냐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이 정도면 뉴라이트나 탈민족 외치는 사람들이 보면 거의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기를 일으키거나 혹은 신경질적으로 거부 반응을 낼 만큼 아주 강렬한 반일 감정을 담고 있는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은 전두환이 집권하기 무려 200년 전에 나온 책에 실려 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맹목적인) 반일 감정은 전두환 시절에 생겼다는 뉴라이트 지식인들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이래서 보면 볼수록 뉴라이트가 역사에 얼마나 어두운지를 알 수 있다. 엄연히 2013년 영국이 식민지였던 케냐에 사과와 배상을 했는데, "제국주의 역사상 식민피해 배상은 제기돼본 적도 없고, 실제 지급된 바도 없다"라는 주장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기야 뉴라이트는 원래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경제학 쪽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