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꼽추였던 여자와 자신도 꼽추였던 남자가 서로 사랑하였습니다.
서로가 열렬히 사랑한 이들은 그래서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 가던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세상을 주고도 바꾸고 싶지 않은 뱃속의 아이였지만
속으로는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 혹시나 그 아이가 자신들의 유전을 이어 받아 꼽추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아이를 낳기까지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걱정과는 달리 뱃속의 아이는 무척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꼽추 엄마는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예쁘게 태어난 착한 아이도 엄마를 잘 따르며.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훌쩍 흘러 이제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된 엄마는 다시 걱정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철이 들어감에 따라, 자신이 다른 엄마와 다른 꼽추였던 엄마를 외면할까 봐서...
그래서 꼽추 엄마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그런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엄마는 비록 슬퍼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는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날이 지나가던 어느 날 아이가 그만 도시락을 놓고 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날 엄마는 집에서 혼자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요!
아이에게 점심 도시락을 학교로 갖다주는 게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러자면 도시락을 갖다주다가 혹시라도 아이의 친구들이 보거나 해서 자신의 엄마가
꼽추라는 사실에 아이가 무척 창피해 할 텐데...
그렇다고 점심 도시락을 갖다 주지 않으면 끼니를 굶게 되는데...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 끝에 꼽추 엄마는 아이의 도시락을 학교에 살짝 갖다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이 볼까 봐 몰래... 그것도 경비실에 갖다주려고 한 것이지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을 시간인 수업 시간 중에 학교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꼽추 엄마가 난생처음 보는 아이의 학교... 그 교정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앞이 흐려져 가는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인 줄 알고 간 시간에, 교문을 지나 경비실로 들어서는데
학교 운동장에 자신의 아이 또래인 웬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잔뜩 모여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학교 어느 반의 체육 시간이어서 그렇게 모여 있었나 봅니다.
엄마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쪽을 바라보다가 나무 밑에서 자신의 아이가 보였습니다.
그 체육시간이 바로 자신의 아이가 속한 반의 체육시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란 엄마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학교를 황급히 빠져나가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아이가 볼까 봐서....
행여나 아이의 친구들이 볼까 봐서....
그렇게 아이를 마음껏 사랑해 주지 못하는 자신의 특별한 신체에 서러운 맘을 감추지 못하면서
꼽추 엄마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밖으로 힘든 자신의 몸을 이끈 채 조심조심 뛰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운동장 저 멀리에 있던 아이도 엄마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순간 모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놀라며 더욱 빠른 발걸음으로 교문을 빠져나가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운동장의 나무 밑에서 쉬고 있던 아이가
교문 쪽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모으고는 큰 소리로 고함을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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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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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운동장 저쪽 나무 밑에서 연신 자신을 부르는 아이의 은방울 같은 목소리에
꼽추 엄마의 눈에는 그만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어떤 뜨거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료 출처: 월간 좋은생각에서 발췌함.